"으으..."


잠에서 방금 일어난 것처럼 띵한 머리를 흔들며 천천히 눈을 뜨는 서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누군가의 방에 있고, 또 의자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준.




반쯤 감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벽면에는 온통 자신의 사진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는 모습, 친구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 헬스장에서 운동한 뒤 수건으로 땀을 닦는 모습과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열 받아 샷건을 치는 모습 그리고...




저건 대체 어떻게 찍은 거야??




침대에서 입가에 침을 잔뜩 흘리며 반쯤 위로 말려 올라간 잠옷을 입은 서준의 모습도 있었다.




방의 한구석에는 각종 유리병이 가지런히 정렬돼있었고, 그 외에 깡통, 샤프, 볼펜, 체육복이 진열장에 전시된 상품처럼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중에는...




저건 내 체육복이잖아? 암만 찾아봐도 없던데 여기에 있었던 거냐??




자신이 매우 아끼던 한정판 아디다스 저지를 발견한 서준. 왜 여기서 자신이 묶여 있는지 이해 할 수 없지만, 그는 몸을 움직여 자신을 묶어놓은 밧줄을 풀어보려고 애를 쓴다.




의자를 묶어놓은 밧줄은 느슨해서 조금만 힘을 주면 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뒤로 젖혀진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밧줄을 풀며, 기절하기 전에 있었던 일을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다.




분명 서준은 소꿉친구인 하린이와 대학 동아리 관련해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는 마치 술에 잔뜩 취한 체 필름이 끊긴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여러 방향으로 힘을 팍팍 주니 어느새 아까보다 훨씬 자신을 묶어놓은 결박이 느슨해진 걸 확인한 서준.


그때였다, 방문이 활짝 열리면서 누군가가 방에 들어온 것이었다. 




하린이었다.




"하린아 이게 대체..."




"일어났구나..?"




지면에 난 커다란 싱크홀처럼 어두운 눈빛으로 서준을 보는 하린. 표정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녀의 양손에는 자신의 팔뚝보다 더 굵은 채찍과 양초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서준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서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좋아해, 사랑해, 너무너무 좋아해!! 그러니까 다른 여자가 넘볼 수 없게 그 몸에 각인을 박아주겠…."




어 풀었다.




손목을 묶은 밧줄을 반대방향으로 힘을 몇 번 팡팡 주니 힘없이 툭 하고 의자 아래로 떨어지는 밧줄.




서준은 의자에서 일어나 하린이를 바라보았다. 키 183에 몸무게가 90이 살짝 안 되는 근육질의 체구를 가진 서준을 결박시키기에는 하린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는 부족했던 것이었다.




태산과도 같은 덩치를 가진 서준에 비교하면 160도 넘지 못하는 아담한 체구를 가진 하린은 마치 골리앗 앞의 다윗, 사나운 늑대 앞에 있는 어린양과도 같았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준을 바라보는 하린, 앞으로의 보복이 두려운 것일까, 그녀는 다리에 힘이 잔뜩 풀린체 그 가냘픈 두 팔로 자신의 몸통을 감쌌다.




"이거야 원... 어이가 없어서..."




서준은 그런 하린을 무시한체 벽면에 붙어져 있는 자신의 사진들을 쳐다보다, 그중에서 침대에 누워 입가에 침을 잔뜩 흘리고 있는 사진을 벽면에서 떼버리는 서준.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하린이 보는 앞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아... 엄청 힘들게 찍은 건데..."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수십 개의 종잇조각으로 바뀌어버린 사진을 보자, 하린은 한 조각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공중에 흩날리는 종잇조각들을 챙기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서준은 벽면에 붙은 사진들과 브로드마이드를 모두 떼어서 아까처럼 잘게 잘게 찢어 하린이 보는 앞에서 공중에 흩날려버리는데….




"너무해"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자신의 컬렉션들이 수천, 수만 개의 종잇조각으로 바뀌어버리자 절망하는 하린이.


서준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이번엔 자신의 물건들이 있는 진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벽면에 걸려있던 자신의 저지를 챙겨 입기 시작하는 서준.




진열장에 전시되어있는 빈 음료수 캔을 보자 손으로 구겨서 그녀의 방 한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에 휙 하고 집어 던진다.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쓰레기통 안에 들어가는 캔... 하린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우...서준이가 마신 음료수 캔……. 그렇게 귀한 걸 함부로 쓰레기통에 버리다니…."




"아니…. 하린아 아무리 내가 좋아도 내 지갑까지 가져가 버리면 안되지…."




얼마 전에 없어진 자신의 지갑을 발견한 서준... 




지갑을 열어보니 다행히 그 안에 들어있던 현금이나 상품권, 그리고 신분증은 깔끔하게 보존이 된 채로 고이 모셔져 있었다.


황급히 자신의 지갑을 뒷주머니에 쑤셔 넣는 서준, 진열장에 전시된 자신의 볼펜이나 샤프 같은 학용품도 대충 주머니에 집어넣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진열장 아래에 있는 유리병을 바라보는 서준. 투명한 유리병에는 손톱이나 발톱, 머리카락 등이 일자별로 구분되어 구분하기 쉽게 담겨 있었다.




"야, 무슨 키라 요시카게도 아니고, 더럽게 이런 건 왜 모아. 아니 그것보다 대체 어떻게 구한 거야 이런 건?? 야, 벽 보고 손들고 서 있어"




조금 메스껍다는 표정으로 하린을 내려다보는 서준




-히끅




하린은 잔뜩 눈물이 고인 표정으로 서준을 올려다보았지만, 서준의 마음을 바꾸기에는 그걸로는 부족하였다.


서준이 눈살을 찌푸리자, 무릎 걸음으로 몸을 움직인 다음, 벽을 바라보고 두 손을 드는 하린이.




"귓가에 팔을 바짝 붙여 여지"




서준의 말에 바짝 손을 붙이는 하린이. 하린이 그간 수집해놓은 모든 컬렉션을 없애버린 서준, 그러나 혹시나 빠트린 게 있을까 봐 주위를 둘러보던 중 옷장을 발견한 서준.




붙박이장이 있어서 따로 옷장이 크게 필요할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가구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혼자 덩그러니 있는 옷장을 바라보니 서준은 천천히 옷장에 손을 가져다 대기 시작한다.




서준이 보지 않는 틈을 타 고개를 돌려 몰래 그를 지켜보던 하린은 옷장에 다가가는 서준을 바라보자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다.




"아..안돼"




황급히 손을 내리고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옷장으로 다가가는 서준을 막기 위해 그의 다리를 붙잡는 하린.




그러나 자신의 몸무게의 두 배 하고도 절반 이상을 더 들어 올릴 수 있는 서준의 강인한 힘을 막기에는 그녀는 너무나도 가벼웠다.




50KG도 넘지 못하는 하린의 몸은 서준에게 있어서 평소에 운동할 때 들어 올리는 판의 무게보다 가벼웠고, 그녀는 마치 죄수의 발목에 걸어놓은 족쇄처럼 바닥에 질질끌린체 옷장까지 끌려가기 시작했다.




"제발.. 하라는 건 다 할게, 옷장에는 손을 대지 마. 부탁할게요, 부탁합니다! 제발 옷장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대체안에 뭐가 있길래 이런 반응인 거야...?"




결사적으로 자신을 막는 하린의 반응에 서준은 옷장 손잡이를 잡은 체 활짝 열어보았다.




툭.




그리고 자신의 가슴팍에 안기듯 쓰러지는 등신대 인형.




그것은 싸구려 천 인형 같은 게 아니라 실리콘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리얼돌이었다. 그것도 싸구려 중국산이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에서 직수입이라도 한 것처럼




리얼돌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처럼 그 모습이 진짜 사람과도 같았고, 입고 있는 옷 역시 정말 사람이 입는 것과 똑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이건 나잖아?"




금형에 대고 찍은 것처럼 자기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리얼돌. 무게를 제외하고는 자신과 키와 골격, 그리고 몸에 난 점까지 전부 다 서준과 빼닮아있었다.




한 손으로 인형의 목을 붙잡은 체 번쩍 들어올려 리얼돌을 바라보던 서준.




나머지 손으로 인형의 머리를 잡고 과자 봉투를 뜯는 것과 같은 자세로 인형의 목과 머리를 잡고 힘을 주기 시작한다.




투두둑..투둑..




무언가 뜯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몸과 몸통이 분리된 인형.


서준은 손에 들려있는 머리통을 방 한구석에 휙 하고 집어 던진다.




"아으..."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는 인형을 그렇게 뜯어버리니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서준…. 괜스레 자신의 목덜미를 만져본다.




"으아아아앙... 주문 제작한건데... 너무해"




그리고 방구석을 굴러다니는 인형의 머리통을 가슴에 꼭 안은 체 원망스러운 눈으로 서준을 올려다보는 하린.


그녀의 커다란 두 눈동자에서 끊임없이 투명한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간에 여자를 울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약해진 서준... 손에 들고 있던 인형을 내려놓고 하린의 침대에 앉았다.




"내가 그렇게 좋냐..?"




끄덕끄덕




고개가 부서지라 흔드는 하린이를 보니 서준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침대에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체 하린에게 말했다.




"에휴- 기분이다. 그래 뭐 그래도 비싼 돈 주고 산 걸 내가 망가트렸으니 책임은 져야지. 오늘 하루만큼은 나를 저 인형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만져봐도 돼.


야, 난 무려 실리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무게감 있고, 또 따뜻하기까지 하다구"




"...정말? 머리 쓰다듬어도 돼?"




"그럼!"




"볼에다가 뽀뽀해도 돼?"




"그럼"




"목덜미를 입으로 빨아도 돼?"




"...그럼"




"배랑 가슴도 핥아도 돼?"




"...너 대체 지금까지 저 인형에다가 뭘 한 거야..."




으음…. 눈썹을 살짝 찌푸리는 서준




하린은 무릎걸음으로 총총총 서준에게로 다가가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그의 볼을 쿡 찔러보았다.


등신대 실리콘 인형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따뜻함과 부드러운 촉감이 하린의 손끝에서 느껴졌다.




하와와와...




그녀는 뜨거운 콧김을 연신 내뱉으며 이번에는 자신의 얼굴만 한 서준의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려보았다.




이 역시 실리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무게감에 마음대로 하기 힘든 서준의 손을 양손으로 꼭 잡은 체 천천히 자신의 부드러운 얼굴에 가져다 대는 하린이.




운동해서 손마디에 굳은살이 배긴 서준의 손바닥이 느껴졌다. 이 역시 실리콘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두꺼운 서준의 손에 잔뜩 얼굴을 비비는 하린이, 그녀의 말랑말랑한 얼굴이 서준의 손에 짓눌려 마치 찹쌀떡 처럼 이리저리 찌그러진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이번에는 그 조그마한 입을 열어 서준의 손가락을 혓바닥으로 살짝살짝 핥아보는 하린.




그녀의 끈적한 혓바닥이 자신의 손가락에 닿자, 서준은 손가락이 조건반사적으로 잠깐 움찔거렸지만, 이내 하린의 혓바닥에 자신의 손을 맡기는 서준.




하린은 서준의 손가락이 마치 막대 사탕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의 작은 입안에 서준의 손가락을 전부 밀어 넣는다.




둘밖에 없는 조용한 방에 찔걱-거리는 소리가 가득 울려 퍼진다. 하린은 자신의 목구멍 안쪽까지 모두 서준의 것으로 가득 채울 기세로 서준의 손을 천천히 집어삼키다….




잠시 후 조금 버거웠는지 켈록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 가득 물고 있던 손을 다시 빼낸다.




끈적거리는 침이 서준의 손을 잔뜩 더럽혔고, 서준의 손에 이어진 침이 하린의 입가에 길게 늘여진다.




그녀는 그 모습이 더럽지도 않은지 조그마한 두 손으로 서준의 손을 조물딱 거리며 만지며 놀다, 원래 손이 있던 자리로 돌려놓았다.




으음....




서준은 자신의 손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찹쌀떡 같은 느낌, 그리고 축축하고 따스한 느낌이 미치도록 신경 쓰였지만, 하린과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마치 인형처럼 두 눈을 꾹 감았다.




그의 관자에는 수많은 번뇌를 참느라 생긴 인고의 식은땀 한 방울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려 툭 하고 떨어졌다.




어느새 서준의 등 뒤에 있는 하린. 그녀는 서준의 굵은 목에 팔을 두른 체 자신의 몸과 서준의 몸에 조금의 빈틈이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몸을 찰싹 붙였다.




뭉실뭉실한 부드러운 감촉이 서준의 등에 느껴졌다. 이 역시 서준은 미치도록 신경이 쓰였지만, 참을 인을 세기며 아무런 감정이 없는 인형처럼 일체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후우...




그리고 그런 그를 도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의 귓가에 뜨거운 한숨을 내뱉는 하린.


그녀의 한숨에 서준의 귓가가 붉은색으로 물들여졌다.







서준의 귀를 살짝 깨무는 하린.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몸을 크게 움찔거리는 서준의 반응이 재미있는 듯 하린은 귀를 문 입가를 우물우물거리며




귀의 맛을 느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조그마한 붉은 혀로 서준의 귓바퀴를 간지럽힌다.


하린의 혓바닥이 닿을 때마다 움찔움찔 거리는 서준...




참아야 하느니라!!!




어린 시절 자신을 수련시켰던 스승님.




그는 서준의 머릿속을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이성이 육체의 곁을 떠나기 시작하는 서준의 정신줄을 붙잡아 넣기 시작한다.


정신세계의 서준은 눈물을 흘리며 갈수록 힘이 풀리기 시작하는 손아귀에 정신줄을 몇 번이나 감아쥐며 스승님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한다




크흑.. 못하겠어요 스승님




떽!! 서준이!! 인간과 짐승을 구분 짓는 건 욕망을 참는 것이거늘!! 어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금수의 길을 걷는단 말인가!!!




부들부들...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손가락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준 서준.




그의 이마에는 한줄기의 굵은 혈관이 꿈틀거리며,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빠득빠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굳게 다문 입




그래, 결혼도 하지 않은 아녀자를 범하는건 한낱 필부나 할법한 행동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서준의 다짐을 비웃기라고 하듯, 다시 서준의 앞에 선 하린은 이번에는 가부좌를 튼 서준의 품 안에 앉았다.


160도 되지 않은 그녀의 아담한 체구는 서준의 품속에 쏙 들어갈 정도로 알맞은 크기였고.




그녀는 이리저리 몸을 꿈틀거리다 마침내 편안한 자세를 찾은 듯 서준의 그 넓은 가슴에 등을 기대는 하린.




말랑말랑한 그녀의 엉덩이가 서준의 사타구니를 부드럽게 누르기 시작한다.


자신의 물건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촉에 무릎을 쥔 서준의 손가락에 한층 더 힘이 들어갔다.




음... 뭐 이정도만 하면 충분히 사죄의 의미는 되었으려나..? 더 이상은 무리야...




그렇게 생각하며 서준은 꽉 감은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드러나는 하린이의 모습.




헤헤헤...




행복하다는듯 올림머리를 한 하린이의 모습이 보였다.


찹쌀떡 같은 피부에 동글동글한 보기 좋은 살집을 가진 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혀 자신을 내려다보는 서준을 올려다보았다.




송충이같이 검고 굵은 눈썹, 아래로 동그랗고 커다란 눈빛을 가진 그녀의 두 눈동자에는 아까 소중한 인형을 찢어버렸을 때 보였던 슬픔이나 우울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 맑고 커다란 두 눈동자에는 오직 순수한 행복, 행복만이 눈동자 안에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잘 익은 천도복숭아처럼 붉게 물들여진 핑크빛 볼과 루즈를 바른 것처럼 붉은색 건강한 윤기가 흐르는 도톰한 입술,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귀여운 하린이의 혓바닥은 마치 아담과 하와를 유혹하던 뱀의 혓바닥처럼 날름거렸다.




서준아!!!!!! 참아!!! 참으라고!!!!! 그리고 이제 빨리 다 끝났으니 나와라고 말하라고!!!!!!




알겠어요!!!! 스승님!!!!!!!!




머리속의 스승은 끊임없이 핏대를 세우며 서준에게 인내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서준은 입을 열어 이제 인형 놀이는 끝났다고 입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그런 그의 두 눈동자에 비치는 두 개의 부드러운 살덩어리. 앞섶이 느슨한 옷을 입고 있던 하린의 말캉말캉 해 보이는 두 가슴이 하늘색 브래지어에 가려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음..? 왜 그래 서준아?"




아직 자신의 옷매무새가 어떤지 파악하지 못한 듯 하린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서준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씨발 이거는 못참지, 서준아 고생해라!




스승님..?




신선이 우화등선하듯 구름을 타고 날아가는 스승의 뒷모습.


그 모습에 서준은 지금까지 붙잡아왔던 정신줄을 그만 놓고 만다...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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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해..너무해....너무해"




조그마한 주먹으로 바위 같은 서준의 가슴을 두드리는 하린




연신 입으로 너무하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서준은 자신의 팔에 팔 베개를 한 하린이와 같은 침대에 누운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저...저질렀다...."




새하얀 매트리스를 잔뜩 더럽힌 붉은 선혈 그리고 하린의 허벅지에 흐르는 끈적한 액...


방금전의 그 격렬한 정사에 서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는 뭐라 말을 해야 하나....




끊은 담배가 갑자기 피고 싶어졌다.


공허한 눈빛으로 전등에 붙어진 야광스티커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진 서준.


그리고 그런 서준의 품에 이번에는 마치 두더쥐가 땅을 파고들듯 몸을 비비는 하린, 그녀는 서준의 탄탄한 가슴에 자신의 손가락으로 하트 표시를 그리며 서준에게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서ㅈ주, 아니 서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