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환생해도 이딴 게임이라니.


 이 게임으로 말하자면 다른 야겜들 중 누키게처럼 떡씬에 집중한 게임이라고 보기 힘드나 그렇다고 위로 울고 아래로 우는 갓겜이란 칭송을 받긴 힘든, 그런 부류의 야겜이다.


 잘 모르겠다면 나무위키 켜라.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내가 그 속에 환생했다는 거다. 이런 씨발거.



 맨날 눈 뒤집히고 감도 3천배를 외치는 누키게의 교과서스런 게임이라면 그래도 즐기는 자 모드. 지지자불여호지자로 즐겁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이 게임은 다르다. 이 게임은 하드한 료나성향으로 많은 SM플레이의 집대성을 갈아넣은 떡신과 처절한 성우연기로 많은 장르게임 유저들, 즉 장붕이들에게 여러가지 의미로 사랑받는 게임이란 사실이다.



 - 솔직히 여주인공 능욕루트 개꼴리는건 ㄹㅇ임

  ㄴ ㅁㅊ놈

    ㄴ 하지만 꼴렸죠

      ㄴ (대충 웃는 개구리콘)



 그러나 이 게임은 고작 그것만으로 회자되는 게임이 아니었다.


 이 게임이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스토리의 처절함이었으니까.


 여주인공은 게임속 설정으로. 과거 대혼란의 전쟁시절 가족을 모두 잃고 한 검성이라 칭하는 여인에게 키워진 소녀였다. 그러나 검성의 제자들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다른 동류들과 자신의 차이를 견디지 못한 채, 도망치듯이 세상으로 나와서 막연하게 사람을 돕고 싶다는 정의감 하나만으로 모험을 시작하는 어찌보면 세상 물정 전혀오르는 아가씨요. 혹은 정의감만 불타는 새파란 애송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런 사람들은 주변에서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인지라, 여기저기서 그녀가 가진 능력과 그 싱그럽고 향미 넘치는 육체를 탐하기 위해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그런 게임이지만. 고작 여기서 끝난다면 고작 그런겜으로 기억될 뿐이었을 것이다.


여기 장붕이들의 질문글을 보도록 하자.



= (유틸)세레나 고블린 모판엔딩 개방 데이터 적용 어케함?

= 아니 시잇팔 환마룡 능욕 암컷 타락 엔딩 안나오고 자꾸 인육섭취 고어엔딩만 뜨네

= 세레나 오거 수육엔딩 그만보고 싶은데 해결좀;;;

= 늒네 세레나 뷰빔타락 하렘엔딩 보고싶은데 도와주라



 여기서 보다시피 이 게임 속 주인공이자 화자인 세레나는 정말 게임속에서 별의별 꼴 다 껴는것도 모자라서 잘못된 루트나 게임오버 당하는 그 순간, 노예엔딩은 순애엔딩으로 불릴만큼 하드코어. 아니, 하드고어한 엔딩을 보게되며 어느정도 내성이 없는 사람들은 HCG를 끄더라도 상황을 설명하는 특유의 묘사와 잔혹하기 짝이없는 표현.


 그리고 마지막에 다다르기까지 나오는 '차라리, 죽었다면 이런 고통은 끝나겠지....'같은 세레나의 처절한 독백은 멋모르고 아래로 빼려다가 내상을 입고는 인간이 밉다를 외치며 이 게임을 제작한 제작진들에게 인간불신과 찬사를 담아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다시 이 야겜을 할 뿐이니 정말 그 명성에 걸맞은 야겜이 아닌가?



근데 시발 내가 거기에 환생을 하게 생겼다.


이유는 모르는데 일단 세상의 의지력이 나를 그곳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저 여주인공이 진엔딩을 보지 못하면 그 세계는 좆망한단 사실을.



 그렇기에 외쳤다.



- 개씨빨 차라리 내가 한 게임을 특전으로 내려줘, 이 좆같은 신인지 여신인지 놈년 새끼야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리고 특전을 받았다.












 세레나는 지금까지 있던일을 생각해보았다.

 동기들보다 떨어지는 실력에 점차 마모되어가는 자존심의 치기인지 아니면 자신을 데려왔던 스승님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죄책감인지 마지막으로 등에 떠밀리듯 세상으로 뛰쳐나와 모험가로 일을 시작했을때는 그야말로 새파란 애송이. 샛노란 햇병아리였다.


 기술이 있다고 한들, 구슬을 꿰어야 보말이라는 말처럼 제대로 쓸 수 없으면 그저 보기 좋은 개살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력으로 부족한 것과 개선할 여지를 채울 수 있다고 믿어왔지만 때때로는 노력한다고해서 모든일이 보답받지는 못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한번은 믿었던 동료들이 의뢰를 포기하고 도망쳐 무일푼으로 배를 곪은적도 있었고, 한 번은 돈을 오히려 갚아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빈털털이가 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상하게 다가오는 추찾스런 욕망의 남성들이 건내주는 이야기뿐인지라.


 차라리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느 날처럼 또 지나가려는 절망의 한숨으로 가득했던 체념과 자조섞인 그 하루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변하게 된 순간이 찾아왔다. 










(점점 울리는 헤비메탈소리)




지금 나와 함께하는 동료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살아있다.



... 조금 무섭긴 하지만









































아냐, 진짜 많이 무서워...!


동료라 다행이긴 한데 진짜 무서워...!


문답무용으로 적들 찢는거 보면 진짜 악마도 도망갈 거야!


심지어 나에게 수작부린 사람을 아무말없이 주먹으로 오목하게 만드는 사람이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