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요즘 종편 같은 데서 하는 과거 범죄, 미스테리 사건 읊으면서 게스트 연예인들끼리 맞장구치는 그런 방송들 있잖아


너무 예능거리로 편집 되느라 얕은 감이 있어서 그렇게 즐기진 않지만, 밤새 유튜브 괴담썰을 들으며 개인 작업, 게임을 하다가 자동 플레이리스트에 껴 있어서 나오면 딱히 넘기지 않고 듣는 정도임. 


그 날 새벽에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컴으로는 배경에 그런 방송을 깔고 몰두해있었음. 게스트들은 학생 방치 살해 미제사건을 주제로 삼아 변사(?)의 각색된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들끼리 호들갑 떨고, 화내고, 착잡해하고 있었음. 동시에 난 전체적인 맥락은 이해해도 중간 중간 세부 사항은 놓치며 백색 소음 정도로만 흘려 듣고 있었고.


그런데 실종된 학생이 며칠 뒤 토막 살해 당해 야산에서 발견 되었다는 대목에 들어설 때였음. 내가 이미 아는 사건이라 버튼을 두들기면서 '아, 여기서 탄식 한 번 해주시고...' 쯤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게스트 한 두명은 이렇게 맞장구를 치는 거야.


"그래요, 싹 다 이렇게 죽여버려야지. 호호호." 

"어우, 재수 없게. 냄새나게 뭐 하는 거야."


물론 그 사람들의 어조는 평소 그 코너에서 하던 일상적이고 연기 톤이 별로 섞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어조였고, 위화감도 없이 물 흐르듯 그런 엄청난 내용들이 턱 하니 나오니 내가 좀 더 빡겜하고 있고 사건에 대해 몰랐다면 그냥 넘길 만한 것이었음.


애가 잘 죽었다고? 절대 방송에도, 일상 회화에도 어울리지 않는 상식 밖의 반응에 너무 놀라서 당장 게임을 멈추고 해당 영상을 보았지만 별 문제 없이 평범하게 진행되는 중이었고 게스트들은 피해자가 그렇게 죽었다는 사실에 각자 손으로 눈을 가리고 한 숨을 푹 쉬고 있었음.


10초 뒤, 20초 뒤를 돌려보아도 내가 들었던 충격적인 조롱은 사라졌고 살인 사건을 대하는 일반적인 반응만 그 자리에 있었지.


개인적으로는 내 착각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직도 남자 게스트 말 끝의 무감정한 너털웃음은 소름 돋게 안 잊혀진다. 음기가 강할 때는 역시 밝은 내용을 보고 들어야 하나 봄. 다행인 점은 이게 구라라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