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작가가 아닌 독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글을 써본 적이 없거나, 장챈에서 소재 한두 편만 연재해본 경험이 전부이며


때로는 재밌는 소재가 있으니 어서 분충타락을 하라고 누군가를 부추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독자들에게 있어 웹소설의 연중이란 굉장히 화나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누군가는 이들에게 작가다운 자세와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하며


플러스를 간 이상 성적에 무관하게 제대로 된 결말을 내는 게 도리 아니냐고 욕하기도 한다


물론 조무송이나 고속도루처럼 대성한 주제에 연중한 인간들로 한정할 경우, 이는 굉장히 맞는 말이다


독자들이 열띤 성원을 보여줬고 무수한 응원과 조회수로 보답했는데도 멋대로 이야기를 자르고 튀어버렸으니까


그러나 이 이야기를 과연 플러스를 간 모든 작가에게 적용할 수는 있는 걸까?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나작소를 잃었다


그리고 나작소들의 연중 사유는, 아무리 좋은 말로 치장해도 결국은 멘붕과 우울증으로 귀결된다


그 때문에 우리는 작가들의 멘탈이 유리멘탈이라면서 비웃고 비난하기도 하고


나작소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일부러 댓글도 안 달고 홍보도 안 한다는 말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사실 연재 목적으로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연중런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 1명이라도 보면 6원이라도 들어오는데 그걸 안 써?"

"장챈에서 소재글 쓸 때랑 뭐가 다름? 오히려 돈까지 들어오는데"

"조회수 적은 게 뭐가 대수임? 돈 받자너"


이런 식의 생각도 많이 하겠지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알아야할 것이 있다


단순히 커뮤에서 잡답/념글 목적으로 쓰는 글과, 실제 '작가'가 되보기 위해 쓰는 글


이 둘은 이미 들어간 시간과 자원, 그리고 정신적인 에너지부터 기본적인 차원이 다르다


순도 100% 취미로 쓴 글이 아닌 이상, 작가가 되기 위해 쓴 글은 기본적으로 글먹이 가능할만한 성공을 노리고 쓰는 글이다


다시 말해 목표치가 단순히 장챈에서 쓰는 글에 비해 극단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고


또한 연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써야 하는 글의 양도, 들여야 하는 시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며


거기 들인 노력이 제대로 보답받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절망의 양도 수천 수백 배 증가하게 된다


장챈의 뻘글은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비추를 먹으면 그냥 잊어버리고 새로운 글을 또 싸지르면 되지만


실패한 소설은 지금껏 거기 들인 노력 + 그리고 완결까지 들여야 할 노력 전부가 쓰레기에 허사라는 좌절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난 1명의 독자를 위해 끝까지 쓸 거야 ㅎㅎ"라는 말?


이건 거의 대부분 이미 성공한 기성들이 자신들의 성공기를 미화하기 위해 지어낸 말에 불과하다


그들도 정말 1명의 독자만을 위해 계속 연재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창작자는 기본적으로 관종이다. 적은 조회수는 단순히 적은 돈이 들어온다는 의미가 아니다


적은 조회수는 창작자에게 있어 "네가 공들인 작품은 쓰레기"라는 뼈아픈 비수로 되돌아오고


그 작품을 계속 붙들고 있는 한, 창작자는 살아있는 게 지옥이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회사나 아르바이트는 한 달을 버티면 일정한 금액이 들어온다는 보장이라도 있지


작품은 몇 달을 버텨도 노력에 비례해 성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반비례하는 최악의 결과도 얼마든지 나오니까



빈센트 반 고흐가 단순히 성질 괴팍한 미치광이여서 자기 귀를 자르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것 같은가?


그는 생전에 비웃음만 사고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였다


우리는 사후 인정받은 그의 업적만 기억하지, 실제 삶이 얼마나 진저리칠 정도로 고통스러웠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창작자의 정신 세계란 기본적으로 그런 것이다


칼로 갈기갈기 찢어버린 옷가지처럼, 그 무엇보다 너덜너덜하고 엉망진창인 게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자화상이다


우울증으로 인한 연중은, 그러한 스트레스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펜을 꺾어버림으로서 발생한 결과인 것이다



물론 그렇게 말해도 "독자가 알빠노?", "뜰놈뜰인데 못 쓴 새끼들이 말이 많노", "어쨌든 연중은 잘못 아님?"이라고 따질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나작소 폐사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독자들의 냉소주의 +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소설 자체를 거의 안 읽지만, 나도 한때 나작소를 키운 적이 있었다


심지어 내가 등을 떠밀어서 분충 타락을 시켰던 웹소였다


그 소설은 결국 낮은 조회수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연중을 했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소설이 연중하고 돌아오지 않자 참으로 우스운 일이 발생했으니


그간 댓글도, 후원도 없이 눈팅만 하던 독자들이 갑자기 댓글창에 우루루 나타나서 작가를 비난한 것이다


요지는 간단했다. 


"1명의 독자를 위해 글 써야 하는 거 아님?", "현기증 나니까 빨리 재연재해라", "이러면 신작까지 쫓아가서 악플 단다"


물론 나라고 딱히 모범적인 독자였던 것은 아니다


내가 했던 거라고는 마음 내킬 때 댓글 한두 번 달아주는 것, 거기에 추천 눌러주는 정도가 전부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눈팅만 하다가 뒤늦게 등장한 독자들을 보면서 좀 너무한다고 느꼈다


연중해서 그렇게까지 아쉽고 화나는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뭐했음?


장갤이나 장챈 가서 리뷰해주기를 했어, 내 나작소 무조건 보라고 홍보해주기를 했어, 일러스트라도 하나 뽑아주기를 했어, 후원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쏴주기를 했어?


단지 "하꼬 주제에 내가 봐주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지"라고 눈팅만 했자너


연중해서 서운한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결국 하꼬 생활 못 견디고 연중한 작가를 비난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그 극소수의 독자가 작가 인생 책임져줄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 애독자만 바라보면서 계속 연재를 해


발전 가능성 0인 소설 쓰면서 몇 명 만족시키자고 허송세월하느니


차라리 필명 갈고 4드론 갈기는 게 더 생산적일 텐데



나는 그때부터 드립으로라도 남에게 분충타락하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내가 분충타락시킨 인간이 좌절감에 고통만 겪다가 펜을 꺾어버리는 모습


눈팅만 하던 소수의 인간들이 피라냐 떼처럼 몰려와 그런 작가의 남은 자존심마저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직전까지는 나도 "연중은 100% 작가의 책임"이라 믿으면서 창작자는 도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후로는 나작소의 폐사에 독자의 지분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믿게 되었다



지금 내가 예시로 든 두 개의 웹소설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번째는 둘 다 하꼬 중의 하꼬로 묻혀있다가 갑작스럽게 떡상 코인을 탔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애독자의 똥꼬쇼가 아주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나작소도 어느 한 개쯤은 이렇게 될 수 있었다


세상에는 조회수가 차고 넘쳐도 작가 개인의 변덕으로 연중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조회수만 넉넉히 생긴다면 절대로 연중하지 않을 작가들도 차고 넘친다


그런 작가들이 정작 조회수를 못 받아서, 운이 받쳐주지 않고 각광을 받지 못해서 죽어버리는 현실은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정말로 사랑하고 오래 가기를 원하는 나작소가 있는가?


그럼 그냥 눈팅만 하지 말고, 냉소적으로 "언제 뒤질지 모르는데 내가 왜 노력함?"이라고 손 놓고 있지도 말고


작가가 충분한 조회수를 받아서 연중할 필요가 없도록 도와주는 성의를 보이자


역으로 생각하면 작가는 언제 떡상할지도 모르는 하꼬에 왜 노력해야 하는가?


독자들도 똑같은 마인드로 자기 작품을 위해 아무런 공을 들여주지 않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이 실패작을 위해 허비해야할 지 아무도 모르며


차라리 빨리 때려치우고 4드론 하나 찔러보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는데


명심하자. 소설은 소비재가 아니다


가전제품이나 전자제품을 살 때 적용하는 논리를 소설에 그대로 들이밀면, 그건 그냥 작가더러 죽어버리라고 저주를 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


제품은 하나를 대량생산해서 팔아버리면 그만이지만, 작품은 그렇지 않다


소설은 작가의 애정으로 자라나는 것이고, 동시에 독자의 애정으로 꽃피우는 것이다


물론 부질없는 노력이 될 수 있음을 나도 안다. 아무리 용을 써줘도 떡상 못하거나 연중해버리는 작품도 있으니까


하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작품의 작가도 지금 소수의 독자를 위해 부질없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그리고 그 작품의 완결을 보고 싶은 소비자로서


그 정도는 함께 노력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이상, 긴 글을 읽어줘서 고마웠다 


물론 내 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적어도 이런 입장도 있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