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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레이프니르가 사령관의 뒤를 따라 들어가는 동안, 금란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시선에서 빠져나와 배틀 메이드의 수장인 콘스탄챠를 만나러 갔다. 시선을 끄는 역할은 슬레이프니르가 하고, 실질적인 정보 수집은 금란이 맡기로 한 것이다. 리벨리온의 수장 셋이 슬레이프니르가 그런 정보 수집 활동에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했고 - 슬레이프니르 본인은 이를 알면 격렬하게 반발하겠지만 - 오르카 호 내부의 메이드들과 손쉽게 접촉이 가능한 금란을 보조로 파견하기로 한 결과였다.


 "바닐라 언니, 어떤가요."

 "뭐가?"

 "아시잖아요."


 금란의 말에 바닐라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어느덧 오르카 호 내부는 모략이 판을 치는 무시무시한 복마전이 되어 있었다. 컴패니언 시리즈는 사령관의 경호라는 순수한 목적 하에서 그런 행동을 벌인다고 납득이라도 했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콘스탄챠를 위시한 배틀 메이드는 애니웨어 시리즈와 손을 잡고서 사령관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려 하고 있었고, 코헤이 교단은 스틸라인의 브라우니들과 레프리콘들을 포섭하며 빠르게 세력을 떨쳐나가고 있었다. 페어리 시리즈는 아직 관망만 하고 있었지만 이들도 행동하려는 것인지, 섬에 파견되어 있던 농업 인력 중 전투에 경험이 많은 이들을 슬슬 불러들이고 있었다.


 D-엔터는 언제나 마이웨이였지만, 최근 아르망을 중심으로 불온한 움직임이 엿보여 괴롭다는 리리스의 한탄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고, 샬럿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예측불가능한 존재였으므로 바닐라도 그냥 생각을 포기했다. 퍼블릭 서번트와 골든 워커즈의 경우는 최근 일다운 일이 급증했기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지만, 그들도 일에 익숙해지고나면 사령관의 급변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할 것이 분명했다. 당장 시티 가드만 해도 은근히 리리스에게 자신들에게도 돌아오는 일이 없냐며 찔러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정말로 봉사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령관의 정보를 더 수집해 대처하기 위해서라는게 골치아픈 문제였다.


 예전에는 탈론페더의 정보망과 4지휘관이 서로 은연중에 연계하고, 각 영역의 지휘자들이 활발하게 정보교류를 해서 서로를 보호해왔지만 보호가 필요없는 상황이 닥치기 시작하자, 각자 도생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사령관이 기만 전술을 쓰는 게 아닌가 의심하다보니, 혹시 상대가 거기에 넘어간 것은 아닌가 해서 의심암귀가 판을 치고 있었다. 특히 컴패니언 시리즈는 하치코의 모습으로 인해 가장 의심받고 있는 이들이었다. 리리스가 알았다면 자신의 긍지가 훼손되었다면서 길길이 날뛰며 죄다 머리통을 권총으로 날려버렸을테지만, 다행히 아직은 서로 물 밑에서 견제만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상황은 좋지 않아요."

 "그건 알고 있어요."

 "금란."


 바닐라는 가늘게 눈을 흘겨뜨고 금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금란은 흐트러짐없이 꼿꼿하게 서서 바닐라의 시선을 마주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어 표정을 읽기 어려운 동생이었기에, 바닐라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콘스탄챠와 바닐라 언니는 사령관의 상태를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모셔야 할 주인을 의심하는 건 좋지 않아요. 금란."

 "처음으로 사령관이라고 부르지 않으셨네요."


 금란의 지적에 바닐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무리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거리를 두려고 해도, 상냥하고 다정한 사령관을 마주할 수록 치솟는 것은 인류에 의해 각인된 애정이었다. 주인을 모시고 섬기는 것을 지복으로 삼는 배틀 메이드들에게 있어, 지금의 주인은 더할 나위 없이 모실 보람이 있는 주인이었다. 비록 그 과거가 피와 광기와 해골로 점철되어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눈앞에서 다정한 대우를 해주며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세뇌된 족속들. 그것이 배틀 메이드들이었다.


 "사람이 변했으니까요."

 "정말로 변한 게 맞는 것인지, 아닌지 저는 그걸 확인하기 위해 왔답니다, 언니."

 "사령...아니, 주인님은 저희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허튼 손을 썼다면 당장에 눈치챘을 거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언니. 리리스 씨와 저희들의 눈을 피해서 사령관께 이상한 수를 쓴다는 건, 설령 닥터의 자폭에 휘말려 어수선한 순간이라 해도 어려웠겠죠. 하지만 저희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지금의 사령관 님은 예전의 사령관님과 다른 사람이라고 하고 있어요. 단순히 성격이 변한 수준이 아니라는 거죠."


 바닐라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꾸욱 쥐었다.


 "그러니까 저는-"

 "알고 있어요!!!"


 바닐라의 외침에 금란은 깜짝 놀라 무심코 귀를 막았다.


 "알고 있다고요! 저도! 콘스탄챠 언니도! 다들! 전부 알고 있다고요!"


 금란은 처음으로 눈을 떠서 바닐라를 보았다. 바닐라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으며,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대체...대체 왜 우릴 가만히 두지 않는 거래요? 겨우...겨우 주인다운 주인을 모시게 됐는데 왜 우릴 방해하는 거죠? 저 아이들은요? 코코는! 더치걸은! LRL은!? 그 아이들이 받았던 고통의 100분지 1도 모르면서 왜 이제와서 우리에게 손을 뻗는 거에요? 달라졌다고요? 그래서요!?"

 "언니, 저는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주인님이 인간이 아닌 것 같다, 혹은 예전 사령관과 다른 인물인 것 같다고 하면 당장 납치해서 고문할 생각이 가득이잖아요! 저희가 바보인 줄 알아요? 다 알아요! 지휘관 개체들이 뭐라 쑥덕거리는 지도 다 알고 있다고요! 리리스 양이 매일 밤 머리가 빠질 정도로 경호 계획을 검토하는 것도 봤어요!"


 바닐라는 아예 주저앉아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독설 가득한, 그리고 항상 심지가 굳었던 바닐라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바닐라는 그저 주저앉은 채 어른에게 혼난 아이처럼 서럽게 울 뿐이었다.


 "왜...왜 우리만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건데요...으흑...흑..."

 "언니..."


 금란은 안타까운 눈으로 자신의 언니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이것이 배틀 메이드들 전부의 뜻이리라.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고통받았다. 너무 오랫동안. 그렇기에 사령관의 사소한 변화에도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란은 이를 탓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설령 자산이라 하더라도 바닐라와 같은 처지라면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일단 일어나요, 언니. 여기서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순 없잖아요."

 "..."


 바닐라는 훌쩍거리면서도 금란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미안해요, 언니. 하지만 라비아타 언니의 뜻이기도 해요. 저로서는 어쩔 수 없어요."

 "...이해해요. 하지만 용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만약...만약 당신이 털끝만큼이라도 주인님께 해를 가한다면-"


 바닐라는 금란의 손을 으스러져라 꽉 쥐며, 살기어린 눈으로 노려보면서 말했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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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놈들아! 일부러 새벽에 올렸는데 136개 실화냐! 나도 좀 쉬고 대회 준비하자!


그러니까 좀 짧게 썼다. 설마 250개를 넘기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