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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여긴 왠일이야? 물어볼 게 있다고? 나랑 김과장 소문 말이구나... 아하하. 내가 김과장한테 너무 들이대기는 했지. 그 사람 만년과장 아저씨에 유부남인 건 알지만 너무 멋있는걸 어떡해? 난 그 사람  엄청 옛날부터 좋아했다구. 내가 손쓸 기회도 없이 임자 있는 몸이었던걸 어떡해? 그냥 그대로 포기하기에는 내 성질머리가 가만히 못 있지. 알잖아? 난 원하는건 어떻게든 손에 넣는 성격인 거.


틈만 나면 김과장 호출해댄다고 들었는네 사실이냐고? 응. 맞아! 하나밖에 없는 딸 낙하산으로 자기 회사에다 스물다섯에 부장 달게 해준 엄마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업무시간에 일 내팽겨치고 몰래 김과장 불러다가 안아달라고 하구, 뽀뽀 해달라고 하구~ 그랬어. 공과 사는 확실히 하자면서 다 거절당했다는게 좀 슬픈 이야기지. 자기 아내하고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꿀이 쏟아지면서 말이야. 흥!


그걸 보니까 질투가 너무너무 나더라. 그래서 화장실로 데려가서 목에다가 키스마크 만들고 셔츠에다가 내 립스틱 자국 묻히고 그랬어. 그 자국 만든게 나였냐고? 모르고 있었구나~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걸? 내가 다른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화장실로 끌고들어갔거든. 그때 그 인간들 눈을 봤어야 했는데! 경악과 당혹에 찬 그 눈동자란… 지금도 회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니까.


이 얘기는 진짜로 다 아는 건데, 흠… 그러면 이건 알아? 모른다고? 요즘 진짜 일만 했나 보네. 지난주에 김과장 있는 팀에서 했던 프로젝트가 달성량미달이었던 건 알지? 뭐, 상황이 안 좋았을 뿐이지만 실패는 실패잖아? 그래서 내가 직접 불러다가 한소리 했어.


'김얀붕씨, 이번 프로젝트 실적이 기대 이하라고 들었는데, 변명해 보세요.'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장님…'


'어허, 부장님이라니? 제 이름은 김. 세. 린. 이라구요? 평소처럼 불러주세요~'


'김 부장님, 여기는 회사고 당신은 제 상사..'


'이번 프로젝트, 손실은 쥐꼬리만큼도 안되지만 인사에 반영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구요? 얀붕씨는 괜찮겠지만 얀붕씨가 맡은 과 부하직원들한테는… 썩 좋지는 않은 소식이겠죠? 그네들을 생각하신다면 제 이름 또박또박 불러주신 다음에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으.. 세린아. 사랑해.'


아… 이때 너무 좋았는데. 내가 이 목소리 녹음해서 모닝콜로 쓰거든. 내 알람 매일 듣잖아? 맞아. 그게 이 목소리야.


김과장한테 더 한 짓 없냐고? 음… 그 사람 캐비닛에 내 속옷차림 사진 잔뜩 넣어놓은 거랑.. 아침에 커피 타먹을때 몰래 비아그라 넣어버린 거랑.. 점심시간에 내 옆에서 말고는 절대 밥 못먹게 한 거랑.. 매일 같은 차 타고 출퇴근하게 한 거랑.. 더 말할 필요 없다고? 아직 많이 남았는데, 


어.. 표정이 왜 그리 험악…


"이년아, 아빠좀 그만 괴롭혀! 하도 소문이 자자해서 와봤더니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아야! 잠깐만! 왜 때려! 아파!

아~ 엄마아~ 엄마가 다 말해보라며! 화 안 낸다며! 아, 아! 미안미안미안! 업무시간에 뻘짓해서 미안해! 그치만 엄마도 아빠랑 이렇게 해서 결혼했잖아~ 솔직히 엄마가 나보다 더 독했다고 들었는ㄷ…"


"너네 아빠 유부남이야. 내 남편!"


"으악! 때리지 마~!

치사해! 나도 아빠랑 결혼할래! 결혼이 안되면 섹스라도! 우왓! 아무리 때려도 난 우리 아빠 김얀붕을 사랑하니까아~~!"


디시에 있을적 썼던 글을 얀갤버전으로 다듬어 써보았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