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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https://arca.live/b/yandere/7366252

여동생의 신비스러움? 그런거 표현하다 보니 좀 표현이 피치못하게 과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양해 부탁드림다

그리고 여동생 외관 묘사는 너무 예뻐서 말로 표현 안된다 그런 설정이니 딱히 안 썼어 다음 화에나 조금 쓸 거 같음











"꺄아아아아아아악!!!"


귀속을 파고들어 온몸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익숙한 비명 소리.


소름끼치는 계집종의 절규가 여김없이 내 잠을 발작적으로 깨웠다.


인시(새벽 3시 반~5시 반)가 막 지나려던 무렵일 것이다.


주인을 깨우기엔 좀 이른 시간임을 증명하듯, 창호지는 새벽 하늘의 음울한 남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호롱불을 꺼트리고 차갑게 엉겨붙은 촛농.


그 덕에 방에 감돌던 군청색 빛깔의 스산한 기운.

머릿가죽에 섬찟한 소름이 돋은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비단 비명 소리나 스산한 기운만이 그 원인인 건 아니다.


며칠 새 잠잠하다 싶어 이제는 조금 나아졌을까 기대했지만


어김없이 들려온 비명으로 그 희망을 조롱당했다는 절망감.


그 때문에 마음속에 박힌 여동생이라는 응어리가


예리한 단도마냥 내 마음을 또다시 후벼 판 게 가장 큰 원인이리라.






공포에 질린 채 연신 비명만 뱉어내던 어린 계집종이 오늘 내 기대를 뭉갠 원흉이었다.


겁에 질려 꽥꽥대는 비명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사람이 익숙해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단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 오른팔은 이미 자동으로 문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몰아치는 피로를 무릅쓰고 문고리를 잡아당겨 문을 벌컥 열어젖힌다.


문 밖에는 새로 들어왔다는 어린 계집종 하나가, 방금까지 머리에 이고 있었을 나물 소쿠리를 엎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또 무슨 일이길래 새벽 댓바람부터 악을 지르고 난리인 게야..."


"차... 창고에.... 도련님...... 창고 벽에... 피... 피... 피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는 눈 앞에 훤했다.


계집종의 인도도 받을 필요 없이, 나는 눈쌀을 찌푸리며 벌떡 일어나 창고로 발걸음을 성큼성큼 옮겼다.


소름끼치는 광경을 다시 볼 생각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어느새 새로 온 계집종을 경악케 했던 문제의 벽 앞에 서 있었고


그 발걸음의 끝에 닿은 창고의 벽에는


겨우 잊고 살던 악몽같은 기억 속 편린들이 다시 합쳐져


잊고 싶었던 충격적인 광경을 눈앞에 재현하고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창고 안의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나이를 먹어서였을까...


벽에 머리를 쳐박고 죽어 있던 색욕에 찬 날짐승들의 수가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곱절은 더 늘었다는 것이 있었지만.






창고 앞에는 벽에 세차게 머리를 박은 한 무리의 날짐승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나같이 암적색 핏물을 흩뿌려 벽을 흥건하게도 적신 채로 말이다.


충돌하며 터져나온 핏물은 마치 피안화 꽃잎처럼 벽에 흩뿌려졌고


무게감을 못 이긴 나머지 핏물들은 아래로 흘러내려 핏빛 줄기를 그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수십마리의 숫놈들은 하나같이 골이 으깨져


뭉게진 핏빛 뇌를 그 틈으로 토해낼 뿐이다.


육욕에 눈이 먼 그 날짐승들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벽을 뚫고 싶었는지를 짐작하게 말이다.


심지어 아직도 징그러운 욕망이 남아 있던 몇 놈은, 날개와 사지가 송장처럼 뻣뻣하게 굳어가면서도


생전 할 수 있는 마지막 움직임을 창고 안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는데만 보태고 있었다.


역한 피냄새를 풍기며 새빨간 피안화가 만개한 벽.


그 앞에 널브러진 채 구더기마냥 펄떡거리는 새 시체들.


참혹한 광경 때문에 입을 틀어막고 헛구역질을 하던 그 때,


어디선가 날아들은 큰 까마귀 하나가 끄웨에엑하는 괴성과 함께 벽으로 쏜살같이 돌진했다.


추락하려는 몸을 겨우 띄우는 걸 봐선 이미 몇 번은 머리를 박아 본 놈이다.


지독하게도 벽을 박살내고 싶은지 울분에 찬 괴성을 내지르며 벽을 향해 덤벼들지만


매정한 벽은 그토록 간절한 놈의 욕망에 대해 


어김없이 놈의 머리를 으깨는 걸로 화답했다.


퍽 하고 살이 터지는 불쾌한 소리.


산산조각나 흩뿌려지는 부리와 머리통.


무심한 벽에는 먹 듬뿍 묻힌 붓을 내리긋듯 시뻘건 한 획이 새로 그어져


저열한 욕망에 눈이 먼 멍청한 짐승의 최후를 한심하다는 듯이 비웃었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그 기괴한 광경을 바라보며 내가 느낀 건


추잡한 정욕에 미쳐 목숨마저 바치는 놈들에 대한 불쾌감 따위가 아니었다.


충격적이게도... 나 또한 그 놈이 벽에 머리를 박던 찰나


순간적으로 그놈에게 어느 정도 공감하고 말았던 것이다.


벽 너머에서 자신을 현혹시켜 오던 저 경국지색이란 요물.


저 존재를 내 품에 안을 수만 있다면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내하겠다는 욕망.


이 집에서 그녀에게 현혹되지 않고 버틴 유일한 존재였던 나조차도


어느 새 아이가 내뿜던 기묘한 매력에 홀려


자살을 각오하고 그녀를 얻겠다는 비정상적인 욕망에 순간 동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혈육 중에서도 유일하게 현혹되지 않아


매번 그녀를 돕게 된 나조차도 이렇다면...


그녀가 완전히 다 자라 파멸적인 미모를 모조리 꽃피웠을 때는...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찰나 등골을 서늘하게 휩쓸던 소름에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세차게 숨을 내쉬며


시체를 바라보던 눈을 저편으로 돌렸다.


이 수많은 날짐승들의 시체가 똑같은 모습의 사람 시체가 되어 있는 광경.


이제는 충분히 일어날 법하게만 느껴지는 그 잔혹한 풍광이


멍하니 시체들을 보던 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기괴한 상상이 가져다 준 괴이한 공포에 내가 멍하니 서 있던 그때.


벽에 무언가가 쿵 하고 박은 소리를 들은 그녀가 창고 안에서 울부짖었다.


창고 밖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잔뜩 겁에 질린.


아니, 어쩌면 태어난 이후로 바깥 세상을 한 번도 못 보고 살아왔기에


우리보다 더 겁에 질렸을 그 가엾은 아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엉엉 울부짖으면서...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떠는 자신을 따스히 달래 주라고 외치는 듯 했다.


다른 가족들도 아니고 내가 아침부터 일어나야 했던 이유는 오직 이 하나였다.


요사한 무당 노파들의 문란하고 추잡스런 주술도.


한양에서 제일간다는 명의들의 신묘한 의술도.


평생을 굳게 따라 온 올곧은 윤리의식도, 수많은 이들의 공경을 사던 가문의 대쪽 같은 신념도.


기묘할 지경으로 아름다웠던 내 여동생 앞에선 모든 게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창고 안에는 그녀의 기괴한 힘을 조금이라도 억제하기 위해


그간 부모님이 가져온 수많은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아버지가 한약방에서 거금을 주고 구해 온 독한 남만산 향초들.


어머니가 용하다는 무당 노파에게서 부적이랍시고 산


인간과 짐승의 정을 섞어 만든 고약한 악취의 진액들.


그녀의 치명적이게도 달콤한 향기를 막기 위해, 창고 안엔 냄새 지독하다는 세상의 온갖 것들이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야 와서 보면, 그건 요물로 태어난 여식을 두려워한 부모님이


공포심에 피가 말려 성급하게 내린 최악의 선택이다.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꽃들은, 누군가 자신을 꺾어 진창에서 꺼내줬으면 하고


들판의 꽃들보다 더 아름답게 꽃망울을 피워내는 법이다.


온갖 역겨운 사물들에 둘러싸인 그녀가, 그 고약한 악취에 자극을 받았는지


나날이 자신의 미모를 더 강렬히 꽃피워 버린 것처럼.


그 미모가 우연히라도 세상에 공개되기라도 하는 날,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면


전신에 날카롭게 소름이 돋기까지 할 지경으로 말이다.






천천히 창고 안에 들어선 내가 인기척을 내자, 어둠 속 어딘가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던 여동생은


그 음영 속에서 한발씩 살금살금 걸어 나오더니


갑작스레 내게 쪼르르 달려와 안겨서는, 앙앙 울음을 터트리며


겁에 질려서 막혀 버린 눈물들을 모조리 내 품 속에 쏟아 내었다.


이제 고작 대여섯 살이나 되었을 법한 아이였다.


또래 아이들과 놀고, 가족들에게 넘치는 애정을 갈구하며, 또 그걸 정당히 받으며 살아가야 할 나이.


하지만 그저 남들이 그녀의 얼굴을 도무지 눈 뜨고 바라볼 수 없다는 이유로.


어이없게도 그녀가 추해서가 아닌 너무도 아름다워서라는 이유로.


그녀는 세상에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줄 존재는 내가 유일하다 여기며 살아와야만 했다.






어쩌면... 태어난 이래 집 밖에 단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이 아이는


기묘하게도 자기를 이 지독한 창고 속에 가둔 죄인 '아름다움'이 뭔지도 전혀 모르리라.


신조차도 능멸할 초월적인 미모를 타고났지만


오히려 너무도 과했던 축복은 저주가 되어 돌아왔다.


덕분에... 내 가엾은 여동생은... 평생동안 광 안에 감금된 채


만인이 갈망하는 아름다움이란 축복을 죽을 때까지 저주하며


좁디좁은 광 속에서 애처롭게 시들다 죽어가리라.


그 가엾은 아이의 미래를 엿본 내가 동생을 와락 껴안자


여동생은 내게 악취로도 지워지지 않던 달콤하고 포근한 젖내를 풍겨 왔다.


혹시라도 얼굴을 보면 갑작스레 욕망이 끓어오르진 않을까 두려워 눈을 질끈 감은 채


손끝 너머 느껴지는 그녀의 통통하고 보드라운 살들을 토닥이며 겁에 질린 그녀를 달랜다.


하지만 그 순간 뿜어져 나온 코가 아릴 정도로 알싸한 체취,


손끝 너머에서 느껴지는 매끈하고 보드라운 감촉들은


정말 죄책감에 나 스스로를 죽여버리고 싶게도


조금씩 내 오감을 자극해 정신을 어지럽히더니 나를 점점 흥분되게 만들었다.


여동생은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주변에 있던 모두에게 기이한 기운을 뻗쳐 홀리곤 했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친아버지, 친어머니, 친오빠와 언니들일지라도...


혈육에게 육체적인 욕망을 느낄 뻔했다는 데서 뼈를 깎는 듯한 죄책감을 느낀 내가


황급히 그녀를 밀쳐내고 일어나려 하자


놀란 그녀는 고사리같이 작고 앙증맞은 손으로 내 팔을 간절하게도 꽉 붙잡은 채


어눌한 발음으로 내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지막하고 귀엽게도, 그리고 정말로 괴이하고 불쾌하게도...


여섯 살 먹은 어린아이의 것이라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음탕한 명기들의 것보다도 더 간드러지고 색기 어린 목소리로 말이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가지 말아 줘요... 제발... 제발 나랑 더 있어요...


아무도 없어서 너무 무섭고 외로워요...


오라버니가 오지 않으면 이 세상에 나밖에 없어져서 너무 무서워요...


그러니 오라버니... 오라버니... 제발 나한테서 떠나지 말아 주세요...


나를 더 꽉 안아줘서 영원히 같이 나랑 있어 주세요...


나한테 사랑을 줄 수 있는 건... 내가 유일하게 사랑할 수 있는 건...


이제 오라버니 말고는 아무도 없어요..."













여동생의 신비스러움 그런 거 묘사하다보니 위에 쓴 것처럼 묘사가 노골적이게 됬는데

그래서 여동생 어린 시절 쓰다 보니 뭔가 묘사가 누구한테는 페도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고민 많이 함...

본인도 당연히 페도 존나 극혐하고 절대로 그런 목적에서 쓴 거 아니니 좀 그렇다고 댓글 달면 바로 수정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