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지색.


한 번 돌아보면 성을 위태롭게 하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를 기울게 한다는 절세의 미녀.


형언할 수 없는 미모는 옥황상제의 여식들조차 압도하고,


요염한 여인의 교태는 천년 묵은 요호조차 능멸하며,


농밀하게 익은 색기는 마라의 세 딸들조차 기겁하게 한다는.


천지신명조차 업신여길 그 절세의 미색을 부르던 호칭이다.


하지만 경국지색이라 함은, 비단 신조차 질투할 축복을 찬양하려고만 쓰이던 말은 아니다.


한낱 인간의 몸으로 신들을 조롱할 재능을 타고난 하극상의 죄.


계집의 몸으로 태어난 주제에 감히 천하를 제 몸 아래 깔고 앉으려 한 죄.


가엾으면서도 파렴치한 그 죄인들에게, 옹졸한 신들이 내린 벌을 칭하는 말도


경국지색이란 네 글자로 쓰인다.


인간의 몸뚱이란 조그마한 잔 안에 드넓은 대양을 품으려 했던 오만함.


그 오만함의 죗값이라며 신들이 질투심에 점철된 저주를 내리기에.


그 때문에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수컷을 파멸시킬 운명을 타고나


단지 걷고 숨쉰 것만으로 제국을 무너뜨린 희대의 요녀가 되기에.


경국지색이란 네 글자는, 인간이 신들을 업신여기고 제 능력을 뽐냈을 때


다가오는 천벌을 경고하는 말로써 더 널리 퍼지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경국지색에 관한 설화는 신비스러운 특유의 미학을 강조하기보단


'인간의 인지를 벗어난 미색' 이라는 이질적이고 기묘한 점만을 강조해


상당히 공포스럽고 기괴한 전설들만을 남겨 후대인을 겁에 질리게 할 뿐이었다.


한낱 인간의 조잡한 말들로는, 그 미색의 티끌만한 파편조차 담을 수 없기에


수천 년의 역사가 그녀들에 대해서 남긴 건


그녀들의 발이 거닐어 멸망한 지역에 남은 엽기적인 전설들 말곤 없다.


혹자는 창호지 너머 그 인영만 보아도 그 미모를 잊지 못해


가족, 재산, 명예 모든 걸 포기하곤


남근이 썩어빠질 때까지 수음만 하다 정기가 다 빨려 말라죽는다고 했다.


혹자는 귓속에 달콤하게 불어넣은 단 한번의 날숨으로도


세상 만물이 눈을 까뒤집고 절정하게 만드는데


그 대상이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건 물론 짐승이나 초목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야사는 그녀들의 미색에 눈이 먼 고대의 제후들이 온 대륙을 불태워 버린 전쟁의 역사를 들려주곤 했다.


그 때문에 대륙엔 아직도 갓난아기일 때부터 예쁜 딸들은


어미를 시켜 목졸라 죽이게 하는 풍습이 있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천상의 미녀들조차 초월했다던 그 형언할 수 없는 미모.


하지만 그 미모가 그녀들을 마귀보다 더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모순적인 전설.


그런 여인들을 풀어 쓴 네 글자에 불과함에도 그 불가사의한 힘을 잔뜩 담아


요사한 그녀들의 힘을 듣는 이에게 뻗쳐 유혹해 오는 네 단어.


그게 경국지색이란 네 글자다.






그 오묘한 네 단어를 처음 듣게 된 건 술에 취한 사촌 형님의 입에서였으리라.


과거를 보기 위해 자신의 숙부네 집 되는 우리 집까지 와 놓고는


매일같이 친구들과 기생집을 들락거려 숙부인 아버지께 혼쭐나던 형님.


하지만 주색에 취해 사는 방탕한 성격과는 별개로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읊어 사람을 홀리던 재주 하나는 확실했었다.


아버지의 엄명으로 옛 성현의 가르침만을 벗 삼던 내게


오묘하고 신비로운 설화들의 유혹이 더 달콤하게 느껴졌음은 당연했고 말이다.


그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어느새 이야기에 흠뻑 적셔들던 내가 기억하는 한


경국지색에 관한 이야기는


단언컨대 가장 기묘하고, 가장 괴이하며, 동시에 가장 신묘한 이야기였다.






갓 태어났을 때는 제년의 아비를.


조금 자라서는 제년의 오라비를.


속살이 농익으면 대륙의 황제를.


제 미색을 깨달으면 천하 모든 수컷을.


찡그린 미간과 조소하는 입꼬리로 열여덟 쯤 되면 온 세상을 농락하지만


천상조차 질투할 미색을 경박하게 휘둘러 신들의 눈밖에 나는 것도 열여덟이다.


결국엔 열여덟이 채 가기도 전에 광애에 미친 군중의 손에 붙들리고


미색을 잃을 때까지 갈기갈기 찢겨 열여덟이 채 가기도 전에 명을 다한다.


그가 열분을 토해내며 읊은 경국지색에 대한 시를 난 아직도 기억한다.


만인이 동경하고 사랑하는 '여인의 미모'란 것이.


여인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그 지극히도 가녀린 재능이.


황명으로 기른 수십만 정예병보다도, 피에 굶주린 수백만 오랑캐들보다도


더 빨리, 더 처참하게, 더 확연하게 제국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기 때문이리라. 






연약한 여인이 내포한 파멸적인 파괴력.


그 기이한 배덕감이 무엇보다도 핵심인 설화이기에, 그녀들의 전설은 대개 불쾌할 수준으로 엽기적이다.


하지만, 사촌 형님에게 처음 전설을 들은 이후로


난 간교한 호기심에 마음이 뒤흔들렸을지언정, 단 한번도 그 잔혹함에 혀를 내두른 적은 없었다.


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신을 능멸할 수준의 미색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아름답다'라는 그 무엇보다도 고귀한 재능을 타고나 놓고는


나라를 무너뜨리고 만인을 학살하는 공포스런 괴물로 기억된 걸까.


그녀들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마저 답답하게 옥죄던 호기심은


결국 내게 우매한 욕망마저도 불어넣곤 했다.


파멸적인 수준으로 매혹적이라는 그 여인들을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만나보고 싶다는 욕망을.


그녀들이 인간의 살가죽을 덮어쓰고 태어난 요물들에 불과하더라도.


정말로 만난다면 나 또한 끔찍하게 갈아부술 잔악한 존재들이더라도.


공포스러울 수준으로 아름답다는 게 뭔지 알 수만 있다면


기꺼이 내 목숨마저도 대가로 내어 주겠다는 그 욕망을...






하지만 형님이 풍기던 독한 술내음이 멎어 가며 그날의 이야기가 끝나면


끓어오른 솥의 물거품이 금세 잦아들듯


몽환적인 환상에 취해 있던 내 몽상도 금세 수그러들곤 했다.


또 술에 취한 채 내게 장황한 수다를 푼 형님을 어머님이 장난스레 꾸짖고


껄껄 웃던 형님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때.


그때 벌컥 열린 문 틈 사이로 들어온 차가운 밤공기가 내 얼굴을 싸늘하게 적셔


몽상의 물결 속에 잠긴 날 세차게 끄집어내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난 언제 형님의 언변에 취했었냐는 듯이 재빠르게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형님의 이야기들은 대게 세상 어딘가에 전해지던 시답잖은 잡설들에 불과했다.


주막에서 술에 취한 머슴들, 시장잡배들, 중과 무당들에게 주워들었을


사람을 단박에 홀리게 만드는 요사한 이야기들.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곧바로 이야기의 맹점이 보이는 얄팍한 헛소리라는 뜻이다.


확실히 경국지색에 대한 이야기는 상식을 벗어난 헛소리 같은 면이 많았다.


제아무리 그녀들이 아름다울지언정, 그 어떤 이가 제 몸, 제 가족, 제 재산과 벼슬, 제 명예와 직위도 다 버려버리고는


그녀들에 대한 짝사랑만 하다가 뼈다귀로 말라죽는단 말인가.


또 아무리 그들의 속살이 밴 향기가 달콤할지언들


어찌 세상 모든 권력을 거머쥔 중원의 황제가 오랑캐의 딸을 얻겠다고 자신의 거대한 대륙마저 바친단 말인가.


따뜻한 바닥에 누워 문틈으로 스며드는 찬 공기를 솔솔 맞으며


그 짜릿한 감각에 젖은 채 경국지색의 설화를 되새겨 본 나는


이내 그 허무맹랑함에 코웃음치며 눈을 감곤 했다.


또 짖궂은 형님이 날 속인 것일 뿐이라며


증거 하나 없는 허무맹랑한 낭설로 또 날 놀려먹은 것에 불과하다며


얄미움에 찬 속을 뒤늦게야 삭히면서 말이다.


형님이 과거를 보러 우리 집을 떠나 따뜻한 봄 햇살을 품에 안고 나가던 그날까지도.


며칠 후 나이 든 행랑어멈이 기쁜 얼굴을 한 채 달려와


어머님께서 아이를 하나 임신하셔서 새 동생이 생기게 되었다는 희소식을 전할 때까지도.


나는 단지 그 오묘한 이야기를


흥분한 형님이 풀어낼 때는 홀린 듯이 경청해도


뒤돌아 눕고 나면 곧바로 잊어버리던 다른 이야기들과 다를 바 없다고 철썩같이 믿을 뿐이었다.


별것도, 의미도, 평생 남에게서 들을 일도 없을 수많은 잡설들과 다를 바 없다고.


그저 몽롱한 향취로 사람의 정신을 흐리는 향의 연기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난 그저 철썩같이... 오직 굳건하게...


섣부르다 싶은 내 믿음을 언제나 맹신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네 낱말은 형님이 술에 취해 풀어낸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언제나 철썩같이 들어맞던 내 예상을 완전히 비껴 가고 말았다.


매섭게 몰아치던 추운 겨울바람이 조금 잠잠해지고


미약한 겨울 햇볓에 대청마루가 몸을 달구던 동짓날 아침.


어느 새 배가 많이 불러온 어머니와 따뜻한 솜이불을 덮어쓴 채,


얼굴을 적시던 차가운 바람과 포근한 이불의 괴리감이 주던 행복을 즐기던 그 때.


나는 내 두 귀로 똑똑히


신비감, 경외감, 음산함과 호기심이 느껴지던 그 네 낱말을


꺽꺽 찢어지는 듯한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다시 듣고야 만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다시 듣게 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그 네 낱말은


정말로... 정말로 불길하게도...


대문 앞에서 동짓날 팥죽을 구걸하려 와 머슴들과 씨름을 벌이던 한 늙은 땡중의 입에서 토해져 나왔다.


마을의 모두가 나병걸려 미친 늙은이라며 험담하던 이였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전염병과 흉작을 정확히 예언해내던 신통력이 있어


마을 사람들에게 요사한 늙은이라며 두려움의 대상도 되던 이이기도 했다.


동짓날부터 재수가 없다며 그를 쫓아내던 머슴들의 처사는 그런 면에서 볼 때 당연한 것이였으리라.


하지만 지금에야 와서 돌이켜 보면...


남은 죽 한 그릇 대충 던져 주고 쫓아내면 될 걸


굳이 멱살까지 잡아 쫒아내려 한 건


멀쩡한 살을 긁어 부스럼만 만든 어리석은 짓에 불과했다.


머슴들이 그의 멱살을 잡고 거세게 흔들었기에...


그 때문에 머슴들 팔에 매달려 비굴하게 구걸을 하던 늙은이의 몸이 사정없이 흔들렸기에...


그만 사방팔방 흔들리던 그의 흐리멍텅한 동태눈이


대청에 앉은 어머니의 배를 무심코 바라보고야 말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배를 눈 안에 담은 순간


늙은 땡중은 안색이 새파래진 채 주저앉으며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이젠 발작까지 하는 그가 혐오스럽다는 듯이 어머니가 미간을 찡그리자


이제는 그 불룩한 배를 대놓고 뚫어져라 쳐다보며,


불결한 늙은이는 게슴츠레한 눈을 실핏줄까지 다 보이게 부릅뜨고는


어머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공포에 질린 듯이 울부짖었다.


그 순간


그 늙은이의 입에서


천박하고 저열한 욕설과 함께 튀어나온 말.


칼에 찔려 죽어가는 병사의 것마냥 쌕쌕 바람이 빠지는 쉰 목소리로


등골에 오한이 끼쳐오르게 내뱉은 그 네 글자.


화살처럼 귓바퀴에 내리꽃힌 그 한 단어는


어머니 옆에서 뒹굴거리며 장난만 치던 내 가슴을 철렁 주저앉히며...


몽환적인 이야기 속 환상을 어느새 기억 저편에 감춰 버린 날


다시 기묘한 그 여인들에 대한 소름끼치는 몽상 속에 빠트리고야 말았다.


어머니를 모욕한 데 분노한 머슴들에게 두들겨 맞아


피떡이 되어 늙고 주름진 몸뚱아리의 실핏줄에서 피를 뱉어내던 와중에도...


그 늙은 땡중이 쭈그러진 입술 너머로 내뱉던 말들에


섬찟한 공포를 느낀 나와 어머니가 얼어붙어버린 와중에도...


마치 어머니 배 속에 끔찍한 기형아가 들어 있고 그걸 눈으로 생생히 보기라도 한 것처럼


광기에 미친 땡중은 문밖으로 끌려나가면서 끔찍하게도 울부짖을 뿐이었다.


저 년이


저 년이


대청에 앉은 마님이란 저 년이


제 몸뚱이 속에


경국지색을.


경국지색을 품었다고...






죽어가는 단말마의 비명 같은 늙은이의 괴성이 집을 감싼 날 밤.


어머니는 갑작스레 다리 아래로 하혈하며 하얀 치마를 시뻘겋게 적셔


급작스레 임박한 아이의 출산을 알렸다.


곧이어 달려온 의사가 산파들과 어머니를 안채에 집어넣자마자


어머니는 창호지가 모조리 찢어지고, 사방 모든 벽이 갈라질 듯한 소름끼치는 비명으로


몸에 발현된 뼈를 잡아뜯는 듯한 산통을 토해내었다.


아이를 낳는 산모의 비명치고는 기괴할 정도로 큰 산통이었다.


엽총에 맞은 암여우의 비명처럼 앙칼지고 날카로웠으나


전쟁에 진격하는 천군만마의 굉음처럼 우레와 같이 컸다.


간호를 하던 젊은 처녀들은 귀에서 피를 흘리며 혼절한 채 실려나왔으며


문틈으로 보이던 어머니의 얼굴은 핏물이 솟구쳐 나올 것마냥 시뻘겠다.


그 비상식적인 광경의 공포를 어찌 사람의 말로 표현한단 말인가?


어떻게 그 유약하고 가녀린 어머니의 목에서 나온 소리가,


매서운 겨울 바람이 날뛰던 차가운 겨울 밤하늘조차 갈기갈기 찢어버린단 말인가?


인간의 인지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기괴한 상황에 압도되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굳게 지켜 온 내 믿음을 제 손으로 으깨 버리고야 말았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대로 경전들의 가르침만 진실로 믿어온 나로썬...


자애롭고 고풍스런 모습이라곤 모조리 잃고


수만 짐승들의 괴성을 합친 것보다도 더 크게 울부짖는 어머니의 괴이한 모습을


도무지 설명할 수도...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집에 강도라도 들이닥친 줄 알고 놀란 마을 사람들이 혼비백산해서 달려오던 그 때에


돌연 어머니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은 쥐 죽은 듯이 뚝 끊겼다.


섬뜩하고 기괴하다 싶기까지 한 그 비명은 순식간에 정적으로 돌변했고


그 자리에는 쌩쌩 불어제끼는 냉랭한 겨울의 눈바람과


불길한 망상에 젖어 얼어붙고 만 가족들, 마을 사람들, 머슴들만이 남아 있었다.


순식간에 뚝 끊긴 정적은 어머니의 괴이한 비명소리보다도 섬찟했다.


뼈를 아리게 하는 겨울 바람은 몸 속에 스며들어


아이와 산모가 둘 다 죽었을 지 모른다는 공포심으로 뼛속을 더 차갑게 얼어붙였다.


하지만 마당의 모두가 불길함에 휩싸여 정적 속에 멍하니 서 있던 것도 잠시


그 정적은 재빠르게 또다른 소리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환희에 겨운 채 안채에서 들려나오는, 동생의 탄생을 축복하던 소리라면


정말... 얼마나 기뻤을까.


하지만 그 순간 우리의 귓구멍을 날카롭게 가르던 그 소리는


행복에 겨운 산파와 어머니의 웃음소리는 커녕


집 뒤편의 개집, 돼지우리, 사람들이 급히 끌고 온 집 지키는 개들이 내지르는


욕망에 찬 짐승 울부짖음에 불과했다.


온순한 가축의 소리나 침입자를 경계하던 충성스런 짐승의 소리가 아닌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과 혐오감만 자아내던 그 소리 말이다.






암컷의 음기에 가득 찬 체취를 맡아 발정나버린 짐승들의 소리.


발정기가 왔을 때 암컷의 둔부만 보면 눈을 까뒤집으며


그 말들, 소들, 돼지와 개들이 내지르던 흥분한 울음소리.


그 소리는 평상시 그 짐승들의 소리와는 명백히 다른,


당장이라도 암컷에게 달려들어 제놈의 음탕한 정욕을 토해내고 싶은 욕망을 여과 없이 뱉어내던 비명소리였다.


심지어는 괴성을 울부짖는 것으론 발정난 몸을 달래지 못한 그 끔찍하고 더러운 짐승들은


자신의 정욕을 간수하지 못하고 몸 밖에 액체화된 그 욕망을 뱉어내기까지 하고야 말았다.


구역질나는 비린내를 풍기는, 끈끈한 흰색 점액으로 된 욕망.


숫말과 숫소, 수퇘지와 수캐들의 저열한 욕망은


그만 꿈틀거리며 암컷을 찾는 정충들이 그득한 그 정액마저 바닥에 사정하고야 만 것이다.


그들이 울부짖으며 바라보는 대상은 오직 하나였다.


그들이 암컷의 음란한 체취가 풍겨 오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그 크고 작고 둥그렇고 찢어진 동공을 충혈시킨 채


그 안에 탐욕스레 우겨 넣던 그 장면은 오직 하나였다.


어머니가 방금 아이를 낳기 위해 있던 그 안채.


늙은 땡중 말로는 어머니 뱃속에 있다는 그 경국지색이 몸 밖으로 나왔든지 죽어있든지 해 있을...


아니, 이젠 내 동생이 태어나 있을 그 안채...






그 광기 어린 짐승들의 행동에 마을 사람들이 영문을 잃고 경악한 사이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들어간 행랑어멈은 어머니가 낳았다는 그 아이를 포대기에 감싼 채 안채 밖으로 나왔다.


공포에 미쳐 버린 땡중이 경국지색이라며 울부짖은 그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어딘지 모르게 덜덜 떨면서.


비틀거리며 쓰러질 듯한 몸을 겨우 가누고 나온 행랑어멈은


환희 속에 공포, 혐오 속에 기쁨을 섞은 듯한 복잡미묘한 표정에


미소를 애써 섞어 가며 마당에 서 있던 우리 모두에게 알렸다.


아름다운, 너무나도 아름다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무방할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자아이가 이제 막 태어났음을.


조선 땅에서... 아니 어쩌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꽃피게 될 듯한 그녀가...


이제 막 어머니의 품 속에서 빠져나와


내 하나뿐인 누이로...


세상에서 가장 예쁜 누이로...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누이동생으로 태어났음을 말이다.
















옛날에 구상한 건데 얀데레물이어서 한 번 써봤음.

일단은 도입부여서 얀데레 분위기는 안나고 얀데레되는 건 나중에 나올듯

스토리대로 하다 보니 묘사가 좀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양해 부탁드림...ㅠ

일단 그동안 잃은 필력 좀 기를려고 한번 써 본 거니 필력 좀 딸려도 봐주셈ㅠ

앞으론 좀 천천히 쓰게 될듯

글고 배경은 조선시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