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영웅 얀붕이랑 그거 감금하는 얀데레 나오는 거 물어봤다가 취향에 맞는 게 없는 거 같아서 직접 써봄. 필력 구려서 미안.

근데 글 구상할 때도 그렇고 어디서 많이 본 듯 한데, 비슷한 글 있으면 알려줘. 그거 정독하러 가게.

1편은 얀붕이 위주 계속 쓴다면 2편부터 얀순이 위주로 쓸 거라 얀데레 성향은 아마 그때부터 나올 거 같아.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건물들. 낮 밤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현대.

체계가 있고, 법이 있고, 간혹 보이는 사람 간의 정이 있는 세상.

하지만, 그렇게 살기 좋다고 할 수는 없었어. 이 세계는 어느 순간 괴물이 튀어나와 사람을 해친다는, 말도 안 되는 상식이 존재했으니까.

말 그대로 갑자기. 육지, 바다, 하늘 가리지 않고 공간만 충분하다면 나타나서 사람을 해치는 괴물.

덕분에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이 존재했어.

주인공. 얀붕이 또한 그중 하나였고 말이야.

 

얀붕이의 부모님은 초인이었어. 비유가 아니라, 허공에 불같은 걸 만들어내고 맨손으로 철판을 간단하게 찢어버리는 진짜 초인.

이 세계에서 괴물이 나옴에도 사회가 유지되는 건 그런 초인이 괴물을 죽이는, 통칭 영웅이라 불리는 일을 하는 덕이었지.

당연히 얀붕이의 부모님도 영웅 일을 했어. 물론, 인권이란 게 존재했기에 이런 위험한 일 싫음, 안 하면 그만이었지만, 얀붕이의 부모님은 달랐지.

남들과 다른 초인의 특별함을 권리가 아닌 의무라고 여기며, 목숨이 위험한 괴물들과 싸워 사람을 지키는 일에 스스로 발을 들인 거야. 

누구나 자랑스러워할 부모님의 이야기지만, 그 끝은 참담했어.

1년 전. 얀붕이의 부모님은 순직하고 말았어. 두 분이 같이. 얀붕이만을 혼자 내버려 둔 채.

 

당시 중학교를 막 졸업할 나이인 얀붕이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지.

하지만, 얀붕이는 그렇다고 부모님을 미워하거나 남들에게 그 화풀이를 하지는 않았어.

스스로 목숨을 걸고 남을 지키는 부모님만큼 얀붕이의 가치관은 어렸을 때부터 바르게 잡힌 거지.

덕분에 얀붕이는 이정표이자 버팀목인 부모님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되게 올바르게 자랐어.

그런 얀붕이가 부모님과 같은, 괴물을 죽여 사회를 지키는, 영웅이 되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지.

그렇게 노력하는 어느 날. 근육이 찢어질 듯한 통증을 느끼는 얀붕이가 귀갓길에 한 초등학교를 지나칠 때였어.

 

서슬 퍼런 칼날이 몸에 미세한 솜털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감각.

어렸을 때부터 얀붕이가 부모님에게 몇 번이고 주의하라고 들었던, 괴물이 나타날 때 초인들이 느끼는 이상 현상이 덮쳐온 거야.

순간,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은 두려움, 넓은 집에서 혼자 우는 기억을 떠올려, 이마를 가득 메운 식은땀과 함께 눈앞이 심하게 흔들리는 얀붕이.

그 흐릿한 시야에 초등학교의 놀이터가 보였어. 구겨버린 사진으로 보는 풍경처럼 허공에 이상한 금이 가 있었지.

이윽고 그 금이 점점 커지더니, 그에 맞는, 3M가 넘어 보이는 거대한 크기의 돌덩이. 괴물이 걸어 나왔어.

 

얀붕이는 도망치려 했어. 애초에 도망을 치지 않는 게 이상했지.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단련으로 인해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든 몸.

그런 몸을 휘감는, 과거의 기억에서 오는 두려움과 함께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원초적인 공포.

영웅의 필수 조건이 겁 없는 미친놈인 것을 생각하면 이미 얀붕이는 괴물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거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얀붕이의 눈에 돌덩이가 노리는, 초등학교 놀이터의 기구에 앉아있다가 겁에 질려 못 움직이는 또래의 여자애가 보였어.

9시가 넘은 야심한 밤. 이 세계는 괴한도 괴한이지만, 괴물이 언제 나올지 몰라 대부분이 밤늦게까지 나오는 걸 자제하는 편이야.

그렇기에 초등학교의 놀이터에서 자신의 또래인 여자애가 있는 건 말이 안 되었지. 그렇게 속으로 되독이며 얀붕이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하려 했어.

물론, 그런 구실 좋은 변명은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아주 간단히 깨졌지.

 

“꺄아악!”

 

그 비명이 귀를 통해 뇌리에 새겨진 얀붕이는 마치 망치에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 같았어.

여태까지 영웅이 되겠다며, 부모님처럼 주변 사람을 지킬 수 있도록 한다며, 노력했으면서 막상 중요한 순간에는 핑계를 대며 도망치려 했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던 거야.

부끄러움과 치욕으로 어떻게든 두려움이 새어 나오지 않게 틀어막은 얀붕이는 가방을 내던지고 괴물에게 달려들었어.

이미 제 역할을 다한 걸 넘어서 과부하가 된 근육을 다시금 혹사하면서 괴물에게 태클을 건 얀붕이는 목에 담아둔 소리를 내질렀어.

 

“도망쳐!”

 

점점 떨려오는 팔과 다리를 어떻게든 억누르면서 괴물을 막아서는 얀붕이.

그 찰나만큼은 영웅이란 말에 너무나도 어울렸지만, 그건 정말 한순간이었어.

거슬린다는 듯 괴물은 곧바로 얀붕이의 팔을 잡아서 내던져버린 거야.

 

순간 팔을 쥐었을 때 어마어마한 악력으로 팔뼈가 몇 군데 부러져 바닥을 구르는 얀붕이.

여태까지 단련하고 또 단련한 몸이 종이접기로 만든 학을 구기듯 간단하게 망가지는 것에 상실감이 컸지만, 얀붕이는 비적비적 일어섰어.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얀붕이는 자신의 부모님처럼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 상태와 자존심 따윈 바닥에 내던지면서 괴물의 다리를 붙잡은 거야.

 

우선 잘 움직이는 놈은 어딜 하나 부러뜨린 뒤, 약한 놈 먼저 처리하려던 괴물의 무미건조한 눈동자가 얀붕이를 향했어.

그 의미가 우선 대상의 변경. 자신을 먼저 죽이려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얀붕이는 알 수 있었지.

그렇게 다시금 덮쳐오는 괴물의 팔. 하지만, 그게 얀붕이한테 닿을 일은 없었어.

도망을 갔는지 확인도 하지 못하였던 여자애가 급히 전화를 넣어 부른 영웅이 제때 도착한 거지.

 

어른과 애, 지망생과 현역의 차이를 보여주듯 괴물은 얼마 안 되어 영웅들에게 쓰러지고, 얀붕이는 구출되었어.

당연하지만, 몸 곳곳이 부러지고, 가장 심각한 팔은 당장이라도 터질 종기처럼 시뻘겋게 부어오른 게 얀붕이의 상태는 결코 좋지 못했지.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부상. 하지만, 얀붕이는 그 눈을 감을 수가 없었어. 자신이 구하려고 했던 그 여자애의 무사를 확인하려던 거였지.

 

“괜찮아! 그 애는 다친 데 하나 없이 멀쩡해! 오히려 다친 건 너니까 움직이지 마!”

 

딴에는 몸 상태의 심각함을 알려 얀붕이를 진정시키려는 고함.

하지만, 얀붕이에게는 그 여자애의 무사함을 알리는 말만이 귀에 들려왔어.

자신이 누구를 구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었다는, 부모님을 잃은 때처럼 아무것도 못 하지는 않았다는 기쁜 소식에 얀붕이의 눈물샘이 절로 열렸고, 얀붕이는 쓰러졌지.

그 탓에 얀붕이는 눈치채지 못했어. 자신이 구한 여자애의 눈이 이상할 정도로 쓰러진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