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어머..... 어서오세요.....!"

 헬스장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나를 살갑게 맞이하는 한 서큐버스.

 명치 윗쪽의 상체만 가리는 브라탑과 몸에 착 달라 붙는 운동용 핫팬츠 차림으로 스쿼트를 하고 있던 그녀는 헬스장으로 쭈뻣쭈뻣 들어오는 나를 보고 바로 자세를 푼 뒤, 수건으로 땀을 훔첬다.

 "PT 때문에 오셨다구요?"

 착 달라 붙어 몸매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옷차림에서 확연하게 볼 수 있는 잔근육에서 매력적인 건강미를, 방금전까지 흘린 땀에 의해 촉촉해진 하얀 피부에서 색기를 발산하며 천천히 다가온 서큐버스.

 코 앞에서 서큐버스 특유의 달콤한 체취를 풍기며 생글생글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몸이 생리적으로 반응해서 괜히 긴장해 버렸다.

 "...... 아, 네 남자 PT수강자를 받는다는 광고를 보고 왔어요."

 "아~ 광고요..... 그럼 저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갈비뼈의 라인을 따라 아름답게 발달한 전거근에 정신을 빼앗겼던 나는 나를 응시하고 있는 서큐버스의 맑고 선명한 붉은 눈동자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광고를 보고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나를 카운터 옆의 책상으로 안내한 서큐버스는 카운터로 들어간 뒤 서랍을 열고 조금 뒤적거리더니 수강 신청서로 보이는 종이를 꺼냈다.

 카운터 위의 연필통에서 볼펜을 하나 꺼낸 서큐버스는 내가 앉아있는 책상으로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내 앞에 신청서와 볼펜을 내려놓았다.

 "빈칸을 모두 작성해 주시고 마지막에 서명해 주시면 돼요, PT 오늘 부터 하실 건가요?"

 "어? 그래도 돼요?"

 "네, 체험 수강이라는 느낌으로 오늘은 무료로 해드릴께요."

 "그러면 오늘부터 하는 걸로 부탁드릴께요."

 신청서를 작성하는 동안 슬쩍 둘러본 헬스장에 이용자가 너무 없어서 살짝 불안해 진 순간, 뜻 밖의 이득이 굴러들어왔다.

 돈을 내기 전에 한 번 체험 교습을 받아볼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빠르게 신청서의 빈칸을 채우고 서명을 한 뒤 서큐버스에게 건냈다.

 "빨리 작성하셨네요? 꼼꼼히 읽어보셨나요?"

 "? 네, 그런데요?"

 내가 건낸 신청서를 살짝 놀란 표정으로 받아든 서큐버스는 신청서를 꼼꼼하게 한 번 읽어본 뒤,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는 기쁘고 경쾌함이 보이는 발걸음으로 다시 내게 다가왔다.

 "음, 몬붕씨, 지금 바로 하실꺼죠"

 "네, 뭐 부터 하면 되는 건...... 저기요?"

 바로 PT를 시작하고 싶다는 나의 말을 들은 서큐버스는 해맑게 웃으며 헬스장의 입구로 걸어가더니 까치발을 들고 헬스장의 문을 잠궜다.

 갑작스러운 서큐버스의 이상행동에 불길한 기운을 느낀 나는 그녀에게서 멀어지고자 본능적으로 뒷걸을질치며 물러섰다.

 하지만 아무리 물러서 봐야 헬스장 안, 금방 카운터에 막혀 더이상 물러설 수 없게 된 나에게 입구를 등지고 색기가 흐르는 미소를 지으며 서큐버스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꼼꼼히 읽어보셨나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주변을 살펴보는 내 시야에 들어온 신청서에 그것을 건내면서 서큐버스가 꺼낸 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설마 하는 마음에 신청서를 거칠게 집어들고 빠르게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나의 눈에, 신청서 한 구석에 이상할 정도로 작은 글씨로 적혀있는 한 문구가 들어왔다.

 "penis training을 신청하신 첫번째 분 께는 상품으로 서큐버스를 드립니다.....?"

 "네~ 그게 바로 저에요~"

 "으아아아악!"

 신청서를 읽는 사이 나의 코앞까지 다가온 서큐버스는 잔뜩 들뜬 하이톤의 목소리로 내 혼잣말에 대답하며 신청서를 빼앗아 들었다.

 "저...... 저기, 제가 뭔가를 잘못 알.....히익!"

 나는 천천히 다가오며 얼굴을 가까이 하는 그녀에게 더듬거리며 오해를 설명하려 했지만, 숨결이 서로의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순간 고개를 살짝 비틀고 목을 핥은 그녀 때문에 말문이 막혀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미, (핥짝), 늦었어요, (핥짝), 계약서에, (쪼옥), 서명했다구요?"

 "힉! 히윽! 흑!"

 기가 막힐 정도로 민감한 부위를 정확하게 공략하는 서큐버스의 혀놀림에 나는 카운터에 걸터 앉은 채 무기력하게 신음소리만 내뱉으며 몸을 움찔거리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바닐라향에 가까운 달콤한 서큐버스의 향기와 부드럽고 중량감 있는 말랑한 가슴을 밀착한 채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사락사락 몸을 스치는 상황, 남자라면 잡념이 머릿속에서 떠오를 만한 여유가 있을리 없었다.

 자신의 타액으로 내 목이 촉촉하게 적시고, 양손으로 세기 힘들 정도로 빼곡하게 입맞춤의 자국을 세긴 서큐버스는 달콤한 간식을 먹은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의 목에서 머리를 살짝 떨어트린 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눈에 시선을 맞추었다.

 "저는 경고 했어요? 그러니까 서류는 꼼꼼히 읽어봐야죠! 후후훗"

 "하으으...... 제성.....헤여....."

 몽마라는 이명에 걸 맞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내 실수를 상기시키는 서큐버스, 나는 그녀에게 잔뜩 풀려 움직이지 않는 혀로 사과를 했지만 그녀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놓아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본능이 계속해서 경고했다, 저 여자에게 빠져버리면 다시는 벗어나지 못할 것 이라고.

 "제성....해어.... 치소하꺼니까아..... 보내저여......"

 "후후...... 낙장불입이랍니다? 지금부터 아주 특별한 PT 시작할께요, 서.방.님?"

 최선을 다한 사과도, 후회도 이미 늦어버렸다.

 나의 머리에 각인을 시키듯 '서방님'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강조한 서큐버스는 입을 맞추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며 서서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몽환적인 서큐버스의 붉은 눈동자,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다가오는 것에 마음을 조금씩 빼앗기기 시작한 나는 눈을 감는다 라는 최선의 저항을 최후로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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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라는 단어는 엄청 아하다고 생각해.

서큐버스랑 몬붕이가 PT하는 내용은 나중에 서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