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프롤로그 : https://arca.live/b/yandere/8161916?target=all&keyword=%ED%9A%8C%EA%B7%80&p=1 

1편: https://arca.live/b/yandere/8221543?p=5 

분기-후배 1편: https://arca.live/b/yandere/8239033 

분기-후배 2편: https://arca.live/b/yandere/8241102 

분기-후배 3편: https://arca.live/b/breaking/8356453 

분기-후배 4편: https://arca.live/b/yandere/8440221 

분기-후배 5편: https://arca.live/b/yandere/8682671

분기-후배 6편: https://arca.live/b/yandere/8717986 

분기-선배 1편: https://arca.live/b/yandere/8233455?p=3

분기-선배 2편: https://arca.live/b/yandere/8253154?mode=best&p=9 

분기-공시생 1편: https://arca.live/b/yandere/8297847


11 일까지는 거의 글 못쓴다. 이런 똥글 맨날 검색하면서 찾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해서 짬짬이 한 편 써왔음;;


그건 그렇고 나 빼고 쓰던 얘들 다 계삭하고 런했던데 굳이 후배편 안붙여도 되는 각 아님? 제목도 바꿔버릴까...



나는 떠나가는 얀붕이를 잡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느껴진 감정은 당혹이었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내 머리 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이 얀붕이의 입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강렬한 감정이 몰아닥쳤다.


 그것은 분노였다. 나는 얀붕이가 내게 화를 내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꼈다. 모멸감에 몸이 떨렸다.


'네가 감히 나한테 화를 낸다고? 나는... 나는 너를 다시 받아줄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억울한 감정마저 들었다. 얼굴도 성적도 평범 그 자체였던 그와 사귀어준 것은 나다. 30년간 그를 성실히 뒷바라지해 준 것도 나다. 언제나 그랬다. 너는 내가 베푼 아량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존재였었다.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회피뿐이었다.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난 적도 없는 척, 그 이후로 나는 얀붕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두고보라고 김얀붕... 반드시 후회하게 해줄테니까.'


 난 원래 얀붕이보다 더 나은 사람이니까, 분명 잘나가는 나를 보게되면 얀붕이도 금세 자신의 주제를 알고 내게 사과해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황은 내 생각과 달리 나쁘게만 흘러갔다. 발단은 민우 선배였다. 선배의 생각 없는 행동에 참다 못한 나는 어느날 선배를 불러내 이별을 통보했다. 그 말을 들은 민우 선배의 반응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뭐?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서...선배 왜 그래요. 놔주세요."


나에게 접근하던 다른 남자들한테 지어보이던 험악한 얼굴을 한채 민우 선배는 내 손목을 꽉 잡았다. 이전에 이별을 고한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에 나는 당황했다.


"우리가 왜 헤어져? 아직 뭐 한 것도 없는데 뭘 헤어져?"


"아....아파요 선배! 아프다구요!"


내 손목을 쥔 민우 선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난생 처음 겪는 난폭함과 고통에 나는 무서워서 놔달라고 소리쳤지만, 민우 선배는 내 말을 듣지도 않는 듯 자기할 말만 계속 했다.


"내가 씨발 두 달 동안 손도 안대고 얼마나 잘해줬는데 니가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장난이지 응? 장난치는 거지 지금?"


"힉..."


눈을 희번득 거리는 그의 모습에 겁에 질린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깜짝 놀랐잖아. 앞으로 그런 장난은 치지 말자 우리."


"...네,네 오빠"


그 날 이후로 우리의 관계는 극적으로 변했다. 선배는 더이상 가식따위는 집어치운 듯 노골적으로 내 몸을 더듬어댔고 그 이상의 관계를 요구해왔다. 나는 마지막 선은 넘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마치 이미 잡아놓은 고기를 보는 듯 선배는 그런 내 노력을 즐기는 듯 했다. 


'누가, 누가 좀 도와줘...'


하지만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학과에서 안좋은 평판을 가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직접적인 폭력도 없었기 때문에 공권력에 기댈 수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반면 얀붕이는 학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인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공부 잘하는 애 취급을 받았던 것 같지만, 어느새인가부터 옷도 잘 입고 학과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첨여하면서 학과의 중심이 되어있었다. 어디를 가던 얀붕이에 대한 호의적인 얘기만이 들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고백도 몇 번이나 받았던 것 같았다.


 그 얘기를 들은 날, 나는 집에 가서 펑펑 울었다. 나 자신이 한심해서 울었고 후회되서 울었다. 전생의 얀붕이는 못난 게 아니었다. 그저 나와 함께 하느라 가려진 것 뿐이었다. 왜 그걸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나와 사귀게 된 뒤로 절대 한눈 팔지 않던 사람. 언제나 퇴근하면 바로 집에 돌아와 얘들과 놀아주던 사람.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꽃과 선물을 건네며 쑥쓰러운 듯 웃던 사람. 남편은 그런 남자였다. 우리의 결혼 생활을 반추하며 나는 또 한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가족을 위해 희생해왔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연애할 때 남편은 언제나 게임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내가 첫째를 가지자, 남편은 서둘러 이름모를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다.


 남편의 취미는 독서였다. 처음 남편의 집에 갔을 때, 자신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들이라며 책장가득 꽂힌 책들을 의기양양하게 보여줬었다. 우리가 결혼한 뒤, 남편의 책은 다시는 늘지 않았다. 둘째가 태어나자 남편의 책장이 있었던 자리는 둘째의 방이 되었다. 남편의 책들은 창고로 가게 되었다.


 어느날, 남편이 갑자기 보약을 샀다. 이제 장인, 장모님도 연세가 있으시니 이런 걸 잘 챙겨드셔야 된다고 했다. 남편의 책들이 창고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너무나 당연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남편의 배려에 가슴이 따듯해져왔다. 왜 나는 이런 것들을 알지 못했던 것일까. 이렇게 좋은 사람을 내 손으로 떠나보냈다는 사실에 나는 다시금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회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 나는 그때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다가오는 민우 선배를 밀어내는 일상이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눈은 언제나 남편의 뒤를 쫓았다. 과의 여자애들이 남편의 얘기를 할 때마다 그사람이 나를 사랑해서 결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우월감을 느끼다가도 그것을 끊어낸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울적함을 느꼈다.


'제발... 제발...'


한번만이라도 남편을 보고 사과하고 싶었다. 내가 잘못했다고, 너에게 그렇게 쌀쌀맞게 대하는 게 아니었다고, 너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자신을 열정적으로 사랑해줬던 남편이라면 내 얘기를 다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얘기하겠지 다 괜찮다고, 다시 돌아만 오라고. 그럼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릴 것이고, 그는 나를 다정히 안아줄 것이다. 우리는 다시 커플이 되겠지.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다시 낳을 것이다. 행복했던 가족을 되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과거로 회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분명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조용히 때를 노렸다.그러던 중,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나와 남편이 조별과제에서 한 팀으로 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