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내 남편이지만 정말로 바보 아냐?



 고3 시절, 너무 늦은 시기에 전학을 와서 기분 나빴던 나를 웃으면서 쳐다보다니 바보 아냐?


너 때문에 가뜩이나 뒤죽박죽인 머릿속에 네 생각만 나게 됐잖아!



 공부에 집중하려고 심한 장난과 모진 말로 너를 밀어내려 했는데도 웃고 넘기다니 바보 아냐?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언제나 네 웃음소리만 듣고 싶어졌잖아!



 모두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해서 친구가 없던 나에게 매번 말을 거느라 정작 자기 친구들하고 멀어지다니 바보 아냐?


친구들하고 멀어져버렸으니, 내가 옆에 있어줄 수 밖에 없잖아!



 내가 비엔나소세지를 좋아한다는 말에 자율배식대에 있는 소세지를 다 담아와서 나한데 주다니 바보 아냐?


다른 애들이 전부 우리만 보면 둘이 사귀는 거냐고 수근거리고 있잖아!



 그나마 남아있던 네 친구들한테 여자한테 고백하는 방법을 나한테 다 들리게 묻다니 바보 아냐?


이미 네게 푹 빠졌으니까 빨리 고백만 하면 되잖아!



 수능이 얼마 안남았는데 고백 때 줄 선물 고르느라 이 가게, 저가게 다니다니 바보 아냐?


네가 사준 선물이라면 어느거든 기쁘게 받을 수 밖에 없잖아!



 누가봐도 좋아하는거 아는데, 불러놓고는 정작 좋아해 그 한마디를 못하고 머뭇대다니 바보 아냐?


머뭇거리는 네 모습에 나까지 그만 초조해졌잖아!



 결국 졸업식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가는 날 붙잡고는 선물을 주면서 좋아한다고 말하다니 바보 아냐?


서툴지만 용기를 내서 고백한 네 모습을 평생 기억하게 됐잖아!



 첫 대학 입학식날, 같이 정문을 지나며 이 길을 같이 걷고싶었다니 바보 아냐?


그렇게 귀여운 말을 해버리다니 맞잡은 네 손을 놓을 수가 없게 됐잖아!



 OT 후 뒷풀이 때 선배들이 나한테 장난으로 넘겨준 폭탄주를 화를 내며 네가 다 마시다니 바보 아냐?


갑자기 보여준 너의 멋진 모습에 그만 널 더 좋아하게 됐잖아!



 정작 만취해버려서 쓰러진 너를 내 자취방까지 옮겨놨는데 문 앞에서 등에 토를 하다니 바보 아냐?


이렇게 돼면 너나 나나 옷을 벗을 수 밖에 없잖아!



 더러워진 옷을 벗기고, 내 옷하고 같이 세탁기에 넣고 나서야 깨다니 바보 아냐?


그러니까 네 옆에 누워서 너를 보고있던 것 정도는 괜찮잖아!



 정작 속옷 바람인 나를 보며 술김에 잘못이라도 저지른 줄 알고 울면서 사과하다니 바보 아냐?


장난으로 누워있었는데 진지하게 반응하다니 너무 귀엽잖아!



 그런 네가 불쌍하고 귀여웠기에 같이 자자고 했는데 이제 와서 부끄럽다니 바보 아냐?


이제와서 부끄럽다고 물러서려하다니 이러면 밀고 나갈 수밖에 없잖아!



 어떻게든 하기로 했는데 정작 미리 사둔 콘돔을 다 쓰고도 팔팔하다니 바보 아냐?


이렇게 잘할줄은 몰라서 조금은 놀랐잖아!



 그래서 마지막 한번, 콘돔 없이 했는데 그 한 번에 아기를 만들어버리다니 바보 아냐?


마지막 한번에 사랑의 결실을 만들어 버리다니 얼마나 운이 좋은거야! 



 언제나 부끄러워하던 네가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러 갈때는 용기를 내다니 바보 아냐?


내 손을 잡고 부모님께 가자고 먼저 이야기 하다니 정말 멋지잖아!



 말을 돌려가며 했으면 될 텐데, 다짜고짜 임신시켰다고 해서 빰을 맞다니 바보 아냐?


그럴 때는 조금 자중해도 되잖아!



 임신한 내가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니 울면서 미안하다니 바보 아냐?


우리의 사랑의 결실을 키우는거니까 어쩔수 없잖아!



 정작 너도 대학을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느라 무리하면서 나에게는 팔팔하다고 거짓말하다니 바보 아냐?


그렇게 걱정시키다가 병이라도 나면 가만 안둘거야!



 네가 일자리를 찾아서 축하파티를 열려는데 내가 무리하지 않나 먼저 신경 쓰다니 바보 아냐?


나는 괜찮으니까 너는 기쁘게 받아들이면 되는거야!



 소금을 너무 넣어서 짜게 만든 계란말이를 맛있다며 계속 먹다니 바보 아냐?


짜면 짜다고 말좀 해달라고, 한 입 먹었다가 너무 짜서 뱉어버렸잖아!



 이제 배도 많이 부풀어 올랐는데, 네가 종종 집에 늦게 오느라 날 걱정시키다니 바보 아냐?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해달라고!



 주말마다 말없이 몰래 밖으로 나가 나를 화나게 하다니 바보 아냐?


우리 몰래 대체 어디를 돌아다니는거야.



 널 기다리다 책상에 놓고 간 스마트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게 해서 바람피우나 생각하게 하다니 바보 아냐?


제발 나하고 아기를 슬프게 하지 말아줘......



 걸려온 전화로 네가 큰 병에 걸려 치료 중이란걸 알게 해서 날 놀래키다니 바보 아냐?


아프면서 왜 나한테 말 안해준거야!



 저녁 늦게 돌아온 네게 병에 대해 추궁했더니 울면서 미안하다니 바보 아냐?


미안하다고 하면 다야?



 뱃속의 아이와 나에게 짐을 지우기 싫다고 혼자 주말이나 퇴근 후 짬을 내서 병원을 다녔다니 바보 아냐?


아프다고 말하는게 짐이라고 생각할리 없잖아!



 이제 몇 달있으면 애가 태어나는데 너도 몇 달밖에 못 산다니 바보 아냐?


그러니까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



 가장 아픈 건 너면서 왜 나하고 아기한테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니 바보 아냐?


정말 미안하면 지금이라도 나으란말야!



 결국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가 있는 병원에 입원해선 잘하면 아기는 보고 갈수 있겠다고 농담하다니 바보 아냐?


그런 농담을 할 때가 아니잖아!



 약 때문에 거의 잠만 자면서 내가 보러 오면 귀신같이 깨어나선 생각해둔 아기 이름이 어떤지 묻다니 바보 아냐?


어떤 이름이든 네가 생각한건 다 좋으니까 빨리 낫기나 해!



 뭘 먹어도 다 토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비엔나소세지랑 내가 만들어준 계란말이를 또 먹고 싶다니 바보 아냐?


지금 몸으로 그런걸 먹었다간 몸이 더 안 좋아진다고!



 진통이 오기 시작해 입원해서 너를 보러 가지 못할 때, 간호사를 통해 나보고 힘내라고 말을 전하다니 바보 아냐?


그런 말은 건강한 몸으로 와서 해줘야지!



 양수가 터지고, 10시간의 산고 끝에 우리가 고민 끝에 정한 예쁜 이름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다니 바보 아냐?


너와 나의 사랑의 결실이 태어났어, 너도 빨리 와서 봐야지!



 간호사를 불러 너에게 아기가 태어났단 소식을 전해달라고 하려 했는데 네쪽 간호사가 먼저 오게하다니 바보 아냐?


불안하게 왜 간호사만 와? 분명 같이 와준다고 했잖아......



 버티고 버티다 아기가 태어나기 바로 직전에 숨을 거뒀다니 바보 아냐?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랬어...... 이렇게 귀여운 아이인데......



 너 없이 어떻게 애를 키우냐고 우는 나에게 간호사가 내가 본 적 없는 일기장을 건네주게 하다니 바보 아냐?


나 모르게 이런 것도 쓰고 있었던거야?



 일기장을 읽어 너와의 추억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다니 바보 아냐?


만났을 때부터 첫눈에 반했다더니, 그러면서 고백은 왜 그렇게 늦게 한거야!



 수 페이지를 아기 이름으로 채워놨으면서 정작 고른 이름은 거기 없었다니 바보 아냐?


이렇게 고민했으면서 나랑 같이 정한 이름을 결국 골랐잖아!



 정작 일기장이면서 일기보단 나에게 미안하다는 사과가 더 많이 적혀있다니 바보 아냐?


뭐냐고, 정말......



 마지막으로 우리가 함께 정했던 아기의 이름과 함께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늘에서 항상 보고 있겠다니 바보 아냐?


내 남편이지만 정말로 바보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