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하이스쿨 오브 루이나






핀, 이렇게 하는 거 맞아?


네. 그 명찰을 가슴에 달고 나니까, 침식이 진행되었어요.


그런데 이거, 어떤 환상체의 명찰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저희로선 알 방법이...


피에르.

조금 신중해지는 편이 어떨까?


걱정 마, 잭. 내가 이상하게 변해도, 네가 되돌려줄 거잖아?

이제 와서 걱정되는 거야?


...


여차하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전 경험자니까...


이것 봐, 잭. 우리 꼬맹이도 도와준다잖아.


그래, 해보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휴. 

나 어땠어?


심장을 닮은 괴물처럼 변했었어.


심장이 크게 고동치니까 주변 책장들이 넘어졌었어요.


아하, 그러고보니 되게 흥분한 것 같은 기억이 있네.

잘 해줘서 고마워, 얘들아~

가슴에 못 보던 브로치가 생겼네. 환상체 명찰 때문인가?


브로치요? 아, 정말이네요.


교복에 달라붙었나봐, 피에르.

핀, 너무 쳐다보지 마라.


아, 죄, 죄송해요.


신경쓰지 마~

그리고 이 브로치도, 언젠가 쓸 일 있겠지.

우리도 접대에 참여할 기회가 오지 않겠어?


하지만 손님들이 엄청 몰려오지 않는 한, 대부분 롤랑이나 말쿠트의 선에서 끝날...


이봐, 다 나와!


뭐야?


단체손님이야. 우리 전부가 나가야 돼!


얼마나 많기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와글와글하네.


북적거리는군요.


대규모 인원 통솔을 저렇게 했다간 사고가 날지도 모르는데...


...

다들 조용히.


...


미안하군, 소란스럽게 하여.

이곳이 도서관인가.


...

비켜봐.


안녕하십니까, 손님.

저는 이 도서관의 관장이자 사서, 앤젤라입니다.


허, 저게 뭐야.

기계잖아?


헉.


...


맞습니다, 손님.

제 몸은 기계입니다.


이사도라.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안목을 기를 필요가 있겠군, 이사도라.

저렇게 대놓고 고철덩어리가 걸어오는데, 척 봐도 모르나?

산이란 녀석도, 줄리아도 기계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던 걸 생각하면...

다들 풀어질 대로 풀어졌군. 명찰을 잃고 오는 게 당연해.


산과 줄리아는...

풀어진 게 아닙니다. 둘 다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그만.

네 뒤에 6과 전원이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우리끼리 소란피워서 좋을 게 뭐 있나.


...


저거 아무리 봐도 말 돌린 거 같지?


으응...


저런 자가 6과의 부장이라니, 수준 알만 하군요.


방금 그 발언을 한 학생, 누구지.


...

접니다만.


결국 구 L동 자리에 이 도서관이 세워졌다는 건, 미승인 동아리라 하더라도 교사의 승인 자체는 있었다는 뜻일 테지.

그렇다면 더욱, 너희보다 까마득한 선배인 내게 그토록 건방지게 굴어선 안 될텐데.


어이구야...


손님.

시간을 계속 끄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인원을 동시에 접대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잠시 대기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군요.


그리 하지.

명색이 결투인데, 모양 빠지게 우르르 몰려가서 때려눕히고 싶지는 않군.


모양은 이미 충분히 빠졌...

어이쿠. 들리진 않았겠지?


하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잘 들어, 친구들.

츠바이는 학생회 중에서도 경비, 경호 업무를 담당하는 녀석들이야.

'당신의 방패'라는 슬로건을 걸고 다니는 걸 보면 말 다했지.


뒷골목에 다닐 때에도 저 새끼들 피하는 게 일이었어.


노숙 좀 할라치면 몽둥이 들고 쫓아와서 엄청 무서웠지...


다시 생각해도 웃겨.

쫓아낼 거면 잘 곳이라도 주던가. 

그냥 쫓아내기만 하면 우린 어쩌라고?



학생회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거두절미하자면... 우리가 수적으로 불리해.

게다가 피트와 망치, 레니는 교복도 없잖아.


젠장, 사육제마냥 훔쳐오기라도 해야지 원...


수는 걱정하지 마.


앤젤라?


이야기를 마쳐놨어.

이번에는 연속 접대로 진행할 거야.

인원 수를 우리에게 맞추는 대신에, 저쪽은 계속 교체할 수 있는 거지.


우리만 힘들어 죽어나가겠구만?


그래도, 할 건 해야겠지.

앤젤라, 들여보내줘.

접대를 시작해보자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휴, 다들 안 다쳤어?


난 좀 힘들어...


저는 괜찮습니다.


으윽, 전 좀 지친 것 같아요...


쥐들은 어디 갔어?


다 나자빠졌어. 레니가 두 명 끌고가느라 잠시 이탈했고.


피에르, 괜찮아?


난 괜찮아, 잭.

그보다, 머리에 점점 열이 오르는 느낌이...

꼭 화끈한 요리라도 먹은 것처럼...


어이쿠, 숨 돌릴 틈도 없잖아?

그새 다음 손님이 왔군.


...


네가 지금 왔다는 건...

월터 그 자식은 아직 올 생각이 없나봐?


월터 부장님은 마지막 조에 속해 계신다.

당연하지. 가장 강한 자를 마지막에 내보내는 게 유리한 법이니까.


아아, 그래?

내 눈에는 너희들로 힘 빼놓고 자기가 공을 가져가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


내 말이 틀렸어?

지난번에 산하고 줄리아 두 명이 왔을 때에도 쎄하긴 했거든.

지금 너도, 어떤 부당한 제안을 받고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

부당해보일 수 있다. 나도 그렇게 느꼈고.

그래도... 월터 부장님을 향한 원망은 제쳐둘 거야.


오호.

이유가 뭐지?


내 친구들의 명찰을 빼앗은 건 월터 부장님이 아니라 너희니까.


그건 그래. 


우리도 명찰을 걸고 싸웠단 건 변함없지만요...


아무튼, 돌려줘야겠어.


좋아, 잘 부탁...


으으으!


뭐, 뭐야.

왜 그래, 피에르?


피에르!


아하하... 잭, 나 말리지 말아봐.


지금 신나서 미치겠으니까!


꺄하하!


으윽!


이럴 수가...

뒤틀림의 중간 단계에 속했던 게...

한 명이 아니었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기껏 마지막에 들어왔는데, 다들 쌩쌩하잖아!


한 명만 빼고 말이지...


잭, 피에르는 어때?


실컷 날뛰다가 기절했어.

환상체 명찰 때문에, 미친듯이 폭주하다가 기절하게 되는 효과가 부여됐나봐.


정말 무섭게 날뛰더라~

혼자서 몇 명을 상대한 건지 모르겠어. 대단하던데?


젠장, 쓸모없는 자식들. 한 명한테 전부 당했다고?

내가 이번 건만 끝나고 6과를 벗어난다면...

저 무능한 것들은 모조리 학생회에서 퇴출시켜버리겠어.


졸업생이나 됐으면서, 애들한테 너무 야박하게 구는 거 아니야?


닥쳐라.

나약한 부하만큼 무의미한 게 없지 않나.


무섭네~


허세로 자신을 감추려는 게 보이는군요.


추해!


하, 얘들아.

가라!


결국 개전도 부하들 시켜서 하는구만 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직 졸업도 못한 풋내기 주제에 어떻게...


누구처럼 나이를 헛먹은 건 아니라서 말이야~


나약한 부하 운운 하더니, 정작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군요.


나약은 도태를 뜻해!


...


아...

내가 너무 흥분했나봐. 좀 가라앉힐게.


말쿠트는 이럴 때 좀 무서운 것 같단 말이야.


아무튼, 월터 부장님~

아니지. 이제 학생회에서 나가야겠네? 

교복도 츠바이 복식으도 유지할 수도 없을 거잖아.


접대가 끝났으니,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그 나약한 부하들도 챙겨서 말이죠.

뭐, 제 눈에는 당신이 가장 나약해보이지만 말입니다.


젠장, 젠장...



[츠바이 접대 완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앤젤라, 괜찮아?


왜 불러.


그야... 아까 심한 말 들어서 기분 나쁠까봐 왔지.

기계이니 고철덩어리니, 아무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말을 한다니까.


됐어, 위로할 것 없어.

이전에도 자주 들었던 말이니까.


이전이라면...

구 L동에서 일했을 때?


그래.

하지만 위로가 필요 없다고 해서, 그런 소리를 계속 듣고 싶은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소리 더 할 거면, 이만 돌아가.

너희도 쉬어야 하잖아?


그건 그렇지.

아무튼, 이번 접대로 명찰을 엄청 모았네. 거의 스무 개는 되잖아?

게다가 하나는... 다 쓰러져가는 퇴물이라곤 해도, 졸업생의 명찰이야.

이거라면 꽤 유용하겠어.


그래, 다들 잘 해줬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만 가. 나도 피곤하니까.


알겠어, 갈게.


아, 참.

앤젤라?


또 뭐.


그래도 난, 네 외형이 멀쩡한 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해.

입에서 팝콘을 쏟는 팝콘 기계 인간이 아닌 게 어디야.


개소리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헉!

뭐야, 여긴.

침대?


피에르, 괜찮아?


괜찮아요?


괜찮냐고?

괜찮기만 했을까? 기가 막혔는데!


...


심장이 엄청 세차게 뛰었어.

기분도 끝내줬고. 온 몸에 힘이 넘쳤다니까?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겠어.


하지만 그걸 쓰고 나면... 기절해버리시잖아요.


난 그런 건 상관 안 해~ 왜냐하면...


내가 있으니까.


...

연인이 있다는 건 참 멋진 것 같아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젠장, 젠장...


...


이사도라.

돌아가면,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묻겠어.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입니까.


무슨 소리냐고 했나?

뒤틀림에 대한 조사를 해야 했는데도 도서관에 가자고 우긴 건 네가 아닌가!


최종 결정은 부장님께서 내리셨지요.

최종 결정의 권한도, 책임도 가지고 계신 부장님이 말입니다.


이번 건만 해결했다면, 6과를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게다가 벌려놓은 일은 또 어떻게 수습해야...

젠장, 이사도라! 대체 일을 어떻게 했기에 내가 들어갔을 때에도 다들 쌩쌩했던 거야!

설마 근무 태만은 아니겠지? 아니면, 친구들의 명찰을 돌려받기로 거래라도 했나?


하.

누가 개꼰대 아니랄까봐...


허?


부장님, 아니.

월터 씨. 어차피 저, 명찰도 없어서 학생회를 그만둬야 합니다. 당신처럼요.

그러니까 이만 꺼지세요. 우리 이제 남남이니까.

책임을 묻기는 개뿔이, 허세도 정도껏 부려야지...


이, 이봐!

어디로 가는 건가!


아무 곳이나.

사실 당신 밑이 아니라면 어디든 좋을 것 같기는 해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씨이, 진짜.

이제 어떻게 하지...


어, 이사도라!


...줄리아.

산도 있네.


이사도라, 너 명찰이...


이사도라...


신경쓰지 마.

이건 그냥, 분수에 안 맞는 일을 하다가 잃은 거니까.


...


미안, 괜히 나 때문에...


너 때문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알잖아. 난 남 좋은 일 시켜줄 일은 안 해.


또 저런다.


이사도라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문제야.


무, 무슨 소리야.

하여간 착각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삽화는 ai를 사용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쓸 수 있으면 써볼게요.

어려울 수도 있고...

개념글 달면 다음 편 씀.



아래는 차회 예고.






월터!


이 개새끼가!


으어...


약속을 했으면!


지키란 말이야!


적당히 해, 경미.

그러다 진짜 죽겠다. 그 양반 명찰도 없어서 보호 기능도 떨어졌다고.


그, 그만...

이제 그만 때려도 되지 않나...

더 때릴 이유가 없어...


뭐? 이유?


하아...

나였으면 입 다물고 있었어, 월터 아저씨.


왜 때리냐고?


약속의!


소중함을!


깨우칠 필요가!


있었으니까!


으, 으어어...


이빨 나간 것좀 봐. 난리 났구만?

경미, 그쯤 하라고.


...그러지, 디노.

이봐, 월터.

앞으로 말이야,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하지 말라고.

이 비열한 꼰대 자식아.


(훌쩍)


젠장, 도서관에 가봐야겠군.

귀찮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