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하이스쿨 오브 루이나


롤랑.


어유, 별 말씀을.


...?


칭찬하려고 부른 거 아니었어?

요즘 명찰 모으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잖아~


하아...

위치 알려줄 테니까 가서 부원 한 명 데려와줘.


설레발을 쳐버렸네...

그래, 금방 다녀올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이구.

정말 이런 창고에 있단 말이야?

흠흠, 네짜흐? 여기 있나?



...


저... 안녕, 친구.

괜찮아? 얼굴이 벌건데.

게다가, 뭐야. 술냄새?


누구세요...?


난 롤랑이라고 해. 앤젤라가 널 데려오라고 하던데.

너도 구 L동에서 실험을 같이했었지?


앤젤라...

실험...


...내가 무슨 말 했는지 알아듣긴 한 거지?


알아들었어요...

그럼... 당신을 따라가야겠네요.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이만 갈까?


...

(비틀)


어어어!


(콰당)


...괜찮아?


아프네요...


술을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봐?


그냥, 예전 생각이 나서 좀 마셨는데...

앤젤라를 마셔야 한다니, 더 취하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만나야 한다는 걸 잘못 말한 거지?

어쨌든, 이만 도서관으로 가자고.


아, 잠시만요.

(주섬주섬)


응?


남은 술 좀 가지고 갈게요.

비싼 거라...


어이쿠, 가방 하나가 술병으로 꽉 찼네.

안 놓치게 잘 들라고. 내가 부축 해줄 테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앤젤라, 당신은...


입 벌리지 마.

술냄새 나.


...

다음에 다시 올게요.

롤랑, 저 부축 좀...


어이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쟤는 또 특이한 캐릭터네.

올가하고 잘 맞겠어.


네짜흐는 예전부터 그랬어.

매사에 무기력하고, 술을 좋아했지.


그래도 나쁜 사람 같지는 않던데.


...

나한테는 그저, 날 교복에 가두고 자아를 없애려고 한... 여러 나쁜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야.


그건... 그렇겠네.

엇, 앤젤라. 누가 온 것 같은데.



여기가 도서관인가요? 신기하네요.


이런 곳은 처음 와봐요. 오기 싫었어요?


지령은 따라야 해요? 반드시요.


어이쿠야. 손님 오셨네.


그런데 저 녀석들...

사육제같은데?


사육제?


있어. 남의 교복을 훔치거나 아예 빼앗아버리는 악질들.

그렇게 확보한 교복을 개조해서, 뒷골목 손가락들에게 팔아버리는 걸로 유명해.

그런데 방금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지령을 듣고 왔나본데.


지령?

그게 뭔데?


검지들이 자기 구역 사람들에게 뿌리는 명령같은 거야.

혹시 검지가 뭔지 모르나?

뒷골목을 주무르는 강한 세력이 다섯 곳 있는데, 각각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라고 불러.

피트가 매번 말하잖아? 자기 꿈이 손가락이 되는 거였다고.


그게 그런 뜻이었어?


...그럼 무슨 뜻인 줄 알았는데?


그냥 이상한 놈이 이상한 말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피트가 그 말 들으면 섭섭해하겠는데...

아무튼, 다섯 손가락 중 검지는 지령에 아주 목을 매지.

누가 보내는 건지도 모르는 지령을 받으면 반드시 수행해야 한댔어.


...

꼭 AI에게 명령을 입력시키는 것 같네.


그렇게 이해해도 틀린 건 아니지.

차이가 있다면, 지령이 수행되지 않을 경우... 검지의 대행자들에게 호된 꼴을 당한다는 거지.

검지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될 거고, 교복이나 명찰을 뺏기는 건 당연해.


그러면 사육제는... 도서관에서 명찰을 두고 싸우라는 지령을 받은 거잖아.

그 명령은 누가 내리는 건데?


그건 아무도 몰라.

누군가가 명령했겠거니, 하고 다들 생각할 뿐이지.


출처도, 명령자의 정체도 모르고 따라야 하는 명령이라니...

한심하네.

...슬프기도 하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환영합니다 손님. 저는 도서관의 관장이자 사서, 앤젤라입니다.


반가워요? 보기 좋은 교복이에요.


좋은 실이 나올 것 같아요?


걱정돼요? 지면 어떻게 하죠.


...

롤랑?


응?


쟤들 말투 왜 저래?


모르겠어요? 궁금하지도 않아요. 원래 저래요? 신경쓰지 말아요.


...


죄송합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윽, 이 녀석들 제법...


어허, 핀. 무기 쥘 때 과하게 힘 주지 말라니까.

그러다가 헛치면 손목 나간다?

저것 봐, 피트처럼 해야지.


나라고 쉽게 하고 있는 건 아니야...


이상해요? 교복도 없는데 잘 싸워요. 대단해요?


교복은 너도 없잖아!


빈틈을 보였어요?

(파직)


됐다! 기계팔을 부쉈어요. 이제...

(퍽)

깜짝이야!


가로막혔어요? 빨간 막이 생겼어요.


큰일 날 뻔했다...


그래도 다들 나아지고 있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겼네요...


고생했어, 핀.

그리고 피트는...


(기절)


쓰러져있네.


교복 없이 싸우려니 힘드실 거예요...


명찰을 빼앗겼어요? 큰일났어요.


괜찮아요? 우리가 받은 지령은 결투 후 보고예요. 명찰을 지켜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가요? 맞는 것 같아요.


돌아가기 싫어요? 또 지령을 받을까봐 무서워요.


어쩔 수 없어요. 임무를 마쳤으니 보고하러 가요?


가려나봐요.

매 싸움마다 고비네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우리는 갈 거예요? 검지에게 보고할 거예요.


명찰을 잃었어요? 아쉬워요.


우리 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

돌아가기 싫어요?



이제 돌아가려나 보네.


하아...

들을수록 화가 치미는 말버릇이었어.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마. 쟤들은 저 말투가 개성인가보지.

자, 여기 명찰들.


제법 많네? 세 명 몫이 아니었어?


검지에서 일부러 여러 개씩 쥐어주고 보냈나봐.


검지는 명찰을 많이 확보해둔 걸까?


남아돌 걸?

손가락 중 한 곳이면 명찰 쯤이야 잔뜩 가지고 있겠지.


...



어라.

너 안 가?


나는 가지 않아요? 남아있을래요.


...?


너희 지령 받았다며?

네 친구들하고 같이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지령은 결투 후 보고를 하라고 되어있어요? 전부 갈 필요 없어요. 나는 안 갈 거예요?


...지령의 해석은 자의를 따라도 된다는 거야 알지만, 왜 안 가려는 건데?


도서관이 마음에 들어요? 교복 없는 사람도 있어요. 만들어주고 싶어요?

재료도 있어요. 개조하고 남은 교복 조각이 있어요? 쓸 수 있어요.


계속 듣고 있으니 어지러워지네...


조금만 참아봐, 앤젤라.

꽤 좋은 기회인 것 같거든?

흠흠, 그럼 너도 도서관에서 지내고 싶다는 거지?


돌아가면 검지가 화낼 거예요? 또 이런 지령을 받을 거예요.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여기는 검지의 구역이 아니에요. 지령을 받을 염려 없어요?


그래, 잘 생각했어.

뭐라고 부르면 될까? 사육제?


사육제는 우리 동아리 이름이에요?

베타라고 불러줘요.


...그거 동아리명이었어?


모이는 사람마다 정상이 없어...



[사육제 접대 완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래, 뒷골목에서 지령만 기다리면서 교복 도둑질 하는 것보다 여기 눌러앉는 게 편할 거야.

복도 따라 쭉 가면 남자 방 있으니까 거기에서 지내면...


(찰싹)


...?


바보예요? 나는 여자예요.


어...

미안.


덜떨어졌어요? 눈 똑바로 뜨고 다녀요. 세심하지 못하네요?


미안하다니까. 그만 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도서관은 술 나올 곳이 없나?

미카. 피에르랑 잭이 요리 좀 잘하는 것 같던데, 가사실에 조리용 술 한 병쯤 꿍쳐두지 않았을까?


그걸 마시겠다고요?

그거 도둑질이에요...


으... 그렇지, 참. 

아쉽네, 취하고 싶은 기분인데.


언제는 안 그런 적 있었어요?


...

올가는 평소에 술 자주 마시나봐.


나? 평소에 미카랑 레인 등쌀때문에 자주 마시진 못하지만, 기회가 오면 잡는 편이지.

술 마시고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고.


난... 마시고 싶던 적도 없던 것 같아.

왜일까. 


취하지 않아도 즐거울 수 있어서 그런 걸까요?


글쎄, 그것보다는...

오락거리를 즐기는 법 자체를... 잊어버린 것 같아.


하긴, 쭉 뒷골목에서 지냈으면 지쳐버릴만도 하지.

그래도 네 친구들은 잘만 웃고 지내는 것 같던데?


피트는 겉멋만 들었지 속은 애야.

망치는 그냥 대놓고 애새끼고.


우와, 직설적이네.

레니? 만약에 내가 술을 구한다면, 같이 마시자.

네 친구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우리끼리만.

한 지붕 같이 쓰는 한 가족끼리, 찐하게 한 잔 해보자고..


그럴까...


여기까지 와서 술친구를 만드시다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피, 피에르. 이건 그러니까...

혹시 술 한 병쯤 있지 않을까 해서...


아아, 술이 필요했어?

진작 말하지~ 나하고 잭이 구해왔을 텐데.

미안하지만 술은 따로 준비해두지 않았어.


어... 그렇구나.

말하고 뒤졌어야 했는데, 미안.


괜찮아~ 

잭, 너도 괜찮지?


피에르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


아하하... 정말 미안, 친구들.

그런데 너희 뒤에 그 사람은 누구야?


네짜흐라는 새로 들어온 지정사서님인데, 술안주 찾겠답시고 냉장고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더라고~


...

술은 많은데... 같이 먹을 게 없네요.


세상에.

저기, 네짜흐 씨?


네?


배낭에 든 것들, 혹시 전부 술이야?


네. 압생트예요.


혼자 마시기엔 양이 많아보이는데, 같이 한 잔 어때?

다음엔 내가 살게.



좋아요.


대답이 칼이라서 좋네~

여자방으로 와. 같이 마실 사람이 있거든.

피에르, 잭. 너희도 올래?


난 됐어~

새로 개발한 메뉴를 시험해봐야 하거든.


안주거리 필요하면 말해. 만들어줄게.


여긴...

좋은 곳이구나...


네짜흐 사서님, 말은 바로 해야지.

좋은 장소는 없어. 좋은 사람만 있는 거라구.

여기 계신 살아있는 천사... 피에르와 잭 님처럼 말이야.


에이, 너무 띄워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크~ 맛나네, 맛나.


압생트는 예술가에게 빼놓을 수 없는 술이래요.

영감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영감? 그런 어려운 건 잘 모르지만, 마실 맛 난다는 건 확실하네.

레니도 시원하게 마시고 있고.


...

(꼴깍꼴깍)


그런데... 새로 온 친구?


나 불렀어요? 나는 베타예요. 잘 부탁해요?


그래, 나도 잘 부탁해.

한 잔 어때?


나는 술 안 마셔요? 괜찮아요.

그런데 레니는 교복이 없어요?


(탁)

하아...

맞아, 난 교복이 없지.

그것만 없을까, 환하게 웃는 법도 잊어버렸어.

남은 게 정말... 하나도 없네.


어어, 레니.

벌써 취한 건 아니지?


벌써 주정을 시작한 건가요...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새삼스럽게 내 처지가 속상해서...


교복이 필요해요? 만들어줄게요.


뭐?


오, 정말이야?


피트와 망치에게도 만들어주기로 했어요? 당신에게 먼저 만들어줄게요. 재료가 많이 있어요?


...

정말로?

난 돈도 없고, 옷값으로 줄 것도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여긴 뒷골목이 아니에요.

같은 지붕 아래에 있어요? 그럼 한 가족이에요.


이야~ 레니!

이런 기회를 거절하면 바보지, 바보!


잘됐네요, 레니.


...

만들어준다면... 정말 고맙게 입을 거야.


그러면 그만 마셔요? 치수를 재야 해요. 이리 와서 팔 벌려요?


치수? 

그런 거 안 맞추고 그냥 대충 만들어줘도...


혼나고 싶어요?


으응?


개조 교복은 사이즈를 바꿀 수 없어요? 치수가 정확해야 해요.

대충 만들어요? 개소리 마세요.


(딸꾹)


예술가의 자존심 같네요...


교복을 만드는 건 예술이 맞아요? 이제 잔 내려놔요.

똑바로 서서 팔 벌려요?


그, 그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입학할 때 제공 받는 교복은 필요에 따라 변합니다.

사이즈도 입는 사람에 따라 바뀌어요.

6장 하까지 달렸네요. 찔끔 울었음.

프문은 신이야.


개념글 달면 다음 편 씀.




아래는 차회 예고.






이런 미친...

톱니교단 동아리가 뭐하는 곳인가 했더니, 사이비였잖아... 그것도 본드 빨면서 톱니한테 기도하는 미친 놈들...!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저희는 그저... 톱니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환각의 힘을 빌렸을 뿐인 걸요.


에일린, 속상하겠지만 잠시 물러나줘.

이 친구와, 먼저 도망친 다른 마침표 사무소 친구들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해야 할 일이라고?


도서관에 가서, 명찰을 걸고 결투를 해.

그냥 명찰을 바치고 돌아와도 되고. 선택은 너희가 하는 거야.


도서관이라고?

하나한테서 학교질병으로 지정된 거기?


맞아.


...못 가.


하하, 진심이야?


그래. 갈 필요가 없지.

이제 곧 있으면 소란을 들은 츠바이가 올 테니까...


(퍽)


...

기절했네요, 아르갈리아님.


에일린.

네 신도들에게 이 자의 교복과 명찰을 벗겨달라고 해주겠어?

그리고 먼저 달아난 다른 마침표 사무소 해결사들의 것도.


네, 기꺼이.

혹시... 명찰을 가지고 직접 가시려는 건가요?


하하... 그건 아니야.

하지만 이런 일을 대신 해줄 녀석들이 있지.

우리 악단의 친구들 중, 믿음직한 후배들을 거느린 녀석이 있잖아?

플루토?


네, 아르갈리아님.


브레멘에게 연락을 넣어줘.

후배들에게 실전 경험 좀 시켜줄 수 있겠냐고 말이야.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