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하이스쿨 오브 루이나



유나 양, 필립 군은 어디에 있나?


필립은 잠시... 바람을 좀 쐬러 갔습니다.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산책이라, 아쉽군.

필립 군의 쌍화차를 한 잔 마시고 갈 수 있다면 좋았을 것을.


간다니, 어딜 말입니까?


도서관 말일세.

의뢰가 들어와서 말이야.


도서관이라면... 이전에 학교질병으로 승급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곳 때문에 해체된 동아리도 상당수라고 했고요.


걱정되는가?

천의 바늘 의뢰를 홀로 처리한 자네답지 않아.


사실 그 건도 무척 아슬아슬했습니다.

가정 과목의 바느질 실습 수업에 쓸 예정이었던 바늘들에 그런 황당한 수작이 걸려있을 줄은...

만약 그 현상이 수업 중에 일어났다면, 다친 사람이 나왔을지도 몰라요.


마법이라고 했던가.

마법같은 기술도 있는 마당에 마법이 없으리란 법은 없지.

자네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네.


...


왜 그러지, 유나 양?

걱정되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저나 선생님이라면 몰라도, 필립까지 이번 의뢰에 데려가는 건 위험하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


선생님은 필립을 너무 신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필립의 분수에 맞지 않는 사건에도 데려가시는 바람에, 필립이 다칠 뻔한 적도 많잖아요.


유나 양은 필립 군을 고평가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낮게 보고 있었나?

농담으로 하는 말처럼 들리지는 않네만.


진심입니다. 

필립보다는 선생님이 더... 저와 잘 맞지 않습니까. 평소 호흡도 그렇고 말이에요.

전부터 쭉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

유나 양의 마음은 알겠네.

나도 같은 마음이고.

하지만, 나는 필립이 훗날 특색의 경지에 닿을 인재라 생각한다네.


쌍화차 솜씨로 말인가요?


그건 농담삼아 하는 말이지만, 이건 진심이네.

스티그마 공방 무기를 저렇게 빠르게 숙달하는 건 처음 봤어.

교복을 다루는 솜씨도 날마다 좋아지고 말이야.


저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걱정이 되긴 하네요.


이번 도서관 의뢰에서 필립 군의 진가가 증명되겠지.

유나 양의 의혹을 이번 기회로 불식시킬 수 있다면 좋겠군.


...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럼, 도서관에 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으... 

젠장, 부끄럽게 이게 뭐야.

거절당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을 달라고 한 것뿐이잖아.


...

모르겠다. 일단 돌아가볼까.


진심입니다. 

필립보다는 선생님이 더... 저와 잘 맞지 않습니까. 평소 호흡도 그렇고 말이에요.

전부터 쭉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


...

유나 양의 마음은 알겠네.

나도 같은 마음이고.


...


아니겠지.

내가 동아리에 들어오기 전부터, 두 사람이 가까워보인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런 관계는 아닐 거야.

내가 미쳤지, 무슨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하는 거야?

일단 돌아가자...

의뢰가 있는 모양이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만.

사서입니까?


사서예요? 반가워요. 말씀은 들었어요? 네짜흐에게요.


...

네짜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고, 왜 제게 온 건지도 모르겠군요.


미안, 예소드.

베타가 부탁을 했어.


부탁 말입니까.


네가 기술과학 분야를 담당하니까, 교복을 만드는 것에 네 조언을 듣고 싶었나봐.


좋은 교복을 만들고 싶어요? 예술도 재미있지만 기술과학이 필요해요. 여기의 책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마침 제 휘하 사서들 중에 교복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니, 실력을 한 번 보고 싶군요.

망치, 이쪽으로 오십시오.


으...

무섭게 생겼다...


무례해요? 사과하세요. 안 만들어줄 거예요?


미, 미안해요.

뒷골목에서 지낼 때, 사육제는 되게 무섭다고 들어서...


...

그건 틀린 말이 아니에요? 인정해요.

사과해줘서 고마워요? 양 팔 벌려요.


팔은 왜...


치수를 재야 해요?


대충 만들어줘도 되는데...


레니와 같은 말을 해요?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그래요. 닥치고 팔 벌려요?


으, 응...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와...

교복이다... 입학 첫날 이후로 한 번도 못 입어본 교복...


잘 됐네요.


잘 됐군요.

그 교복을 환상체 명찰로 강화하고 싶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그럼 써볼게요.

괴물로 변하면 잘 제압해주세요.



...


버려진 살인마라... 인상적인 개체였죠.


이상하게 생겼어요?


제압해야겠군요.

다들 저 머리를 조심하십시오. 내려찍히면 무척 아플 겁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헉, 헉...


어떻습니까.


머리가 텅 비어서...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냥 쭉 슬프고 답답했던 것 같아요.

후회스럽기도 했고...


머리가 철로 됐어요? 이상했어요. 박치기가 매서웠어요?


어라, 교복에 쇠사슬이랑 가죽벨트가 달라붙었네.

신기한 기분이야...


그럼 써보러 갈까요?

다음 손님이 올 때가 됐는데.


아, 아니, 그건 됐어요.

피에르랑 잭이 시킨 게 있어서...


요리 준비를 하러 가는군요.


네. 양파를 썰어야 해서...

고마워, 베타. 교복은 잘 쓸게...


말 끝 흐리지 마요? 찌질해보여요. 레니처럼 당당해져요?


그럴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필립.


...


필립!


앗, 네. 유나 선배님.


뭔 생각을 하기에 듣지를 못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집중 안 해?

그러다 명찰 뜯기면, 해결사 노릇이고 뭐고 못 하게 된다고.


유나 양, 너무 그러지 말게.

필립 군이 긴장해서 그런 것이니.

우리와 달리 필립 군은 경험은 부족하지 않나.


...

네, 맞습니다. 선생님.


그래.

그럼 들어가지.


환영합니다, 손님.

저는 이 도서관의 관장이자 사서, 앤젤라입니다.


기계라는 소문이 있던데... 티는 거의 안 나네요.




반갑네, 앤젤라 양. 나는 살바도르라고 한다네.

새벽 사무소의 고문 선생을 맡고 있지.

뭐, 명목상이지만 말이야.


그렇군요.


앤젤라 양.

그토록 많은 학생들의 명찰을 머금고 편하게 마무리지을 생각 하지 말게나.


...

규칙에 따른 정당한 결투였습니다만.


남의 것을 두고 결투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이곳에 의해 피해를 본 곳이 무척 많으니 말일세.

하나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다른 피해자가 더 나오기 전에, 이쯤에서 마무리하지.


꼭 결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방식을 원한다면...


다른 방식같은 건 없네.

이 늙은이는 싸워 이기는 것밖에 모르는 족속인지라.

들어가겠네.


...

부디, 당신의 명찰을 찾으실 수 있기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이쿠, 영감님.

예전같지 않나봐?


자네, 날 알고 있나?

자네 같은 얼굴은 본 적이 없는데...


알 것 없어.

핀, 그쪽은 괜찮냐?


이익...


전 괜찮아요!


하아...

잭이 없어서 기운이 안 나...


집중해! 

안 그러면 나한테 명찰을 뜯길 걸!


집중은 언니네 후배한테나 하지 그래?

저 필립이란 녀석, 통 집중을 못 하는데?


큭...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윽!


잘 했어, 핀. 명찰 하나 확보할 수 있겠네.

이 영감님은 내가 막고 있을게. 어서 뜯어가.


내 명찰은 안돼...

으, 으아아!

(슝)


잠깐, 필립...!


쟤 도망친 거야?


죄송해요, 놓쳤어요!

다른 두 명한테서 빼앗죠!


으으...

심장소리가 들린다...


꺄하하!


윽, 젠장...


나도 예전같지 않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래서, 접대는 어떻게 끝난 거야?


나랑 핀이 저 영감이랑 필립이란 애송이를 막고 있는 동안, 피에르가 감정을 쌓고 몰아치는 박동을 썼어.

자, 여기 명찰 두 개. 하나는 꽤 귀한 거야. 살바도르란 영감 거라고.


왜 둘 뿐이야? 

들어온 건 셋이었는데.


필립이란 녀석이 도망쳤거든.

엄청 빠르던데? 쫓아갈 새도 없었어.

몰아치는 박동 효과가 끝나서 기절한 피에르는 잭이 업고 갔고.


...

고생했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헉, 허억, 헉...


...


...


선생님, 유나 선배...

명찰이...


하아...

선생님, 그러니까 필립은 빼자고 제가 그랬잖아요.


...

그랬지.


이제 어쩌실 거예요?


어쩌긴.

새벽 사무소는... 오늘로 끝이네.


아, 안 돼요, 선생님!


왜 그러지, 필립 군.


새벽 사무소가 이렇게 허무하게 문을 닫을 수는...


허허.

필립 군, 자네 걱정은 하지 말게.

쐐기 사무소에 추천서를 보낼 테니, 그곳에 들어가기만 하면 될 거야.

자네는 명찰을 보전했으니 계속 해결사 일을 할 수 있겠지.


그런... 그런 게 중요한 게...


그게 중요하지 않다면 뭐가 중요하다는 거지?

말해보게, 필립 군.


...


안 들리나?

말해보라고 했네만.

못 말하겠나?


선생님, 일단 먼저 돌아가시죠.

저와 필립은 곧 따라가겠습니다.


그래, 유나 양.

먼저 가있겠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하아...

선생님이 저렇게 지치신 건 처음 보네.

저렇게 상심하신 것도.


그게... 전부 저 때문에...


그래, 알고 있구나?

피에르라는 그 녀석이 갑자기 엄청 빨라진 건 사실이지만, 내가 마크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어.

그런데 넌 싸움 내내 집중도 하지 못하다가, 조금 불리해지니까 바로 도망쳐버렸지.

대체 왜 그런 거야? 평소에는 집중도 잘 했으면서.


그건...


왜 말을 못해?

설마, 네가 나한테 고백한 것 때문에 그랬어?

도저히 집중을 못 하겠디?


...


내가 네 고백을 거절한 것도 아니고, 고민 좀 해보겠다고 한 거잖아.

그것 때문에 일을 망쳐? 나도, 선생님도 이제 해결사 노릇도 못 하게 됐는데?


...


선생님이야 사무소 고문 역할인 게 전부지만, 난 계속 이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내가 누구 때문에 명찰을 뜯겼는데...

정작 넌 가장 먼저 도망쳐서 명찰을 안 뜯겼잖아.


유나 선배, 전...

전 그냥... 유나 선배는 명찰이 없어도 선생님과 같이 가면 되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전 명찰까지 잃으면 남는 게 없지만...

선배님은 선생님하고 같이 지내면 되잖아요.


그게 무슨 개소리...

너 설마,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나랑 살바도르 선생님이 뭐... 그런 관계인 줄 아는 거야?


아니라곤 못하겠네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선배.


...


...선배?


(짝)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기가 막혀서 진짜...

나도, 선생님도 널 얼마나 챙겨줬는데...

넌 그딴 추잡한 상상이나 하고 있었던 거야?


서, 선배.

그런 게 아니라...


하...

네가 그딴 상상을 했다는 것도 짜증나고.

내가 이걸 변명해야한다는 것도 짜증나.

아니, 뭣하러 변명을 해야 하지?

애초에 아무 관계도 아니잖아, 우리.


...


진짜 정떨어진다, 너.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왜? 도저히 못 하겠어?


선배...


꺼져, 필립.

넌 명찰이 남아있으니까, 뭐든 할 수 있겠지.

어디 괜찮은 동아리라도 찾아봐. 아니면, 선생님이 말한 쐐기 사무소로 꺼지던가.

다신 얼굴 보지 말자.

역겨워서 진짜...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이제 어떻게 하지.

명찰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선생님이야 학교를 나가면 그만이지만, 난 복장 불량이니 기숙사에서 계속 있을 수도 없고...

...


듣기론 명찰 뺏긴 놈들이 도서관에 눌러앉는다던데...

나도 도서관에나 가볼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도질라인 에피소드 진행 순서는 제맘대로 정했습니다.

개념글 달면 다음편 씀.

아래는 차회 예고.






흠흠.

안녕하세요~

저희는 학생회 공식 지정 방송부, 시선 사무소입니다!


이번에 베일에 싸여있던 W동 셔틀버스의 내부를 탐사하려던 기획은 W동의 강력한 거절로 무산되고 말았는데요.

W동 셔틀버스 기획을 대신해, 요즘 핫플레이스죠?

도서관에 가보려 합니다!



과연 그곳은 알려진 것처럼 벽 하나가 전부 명찰로 도배가 되어있을지!

그곳에 사는 학생들이 노예계약을 맺었을지!

그곳의 창백한 사서는 정말 기계일지!

전부 알아보고 오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오케이. 컷.


...하아.

나 진짜 이런 거 못하겠어...

바꿔주면 안 돼, 알록?



그건 안 돼.

우리 중에 발랄한 컨셉을 잡을 수 있는 게 너뿐이잖아.

보노는 촬영을 해야 한다고.


인기도 네가 제일 많잖아, 달록.


발랄한 컨셉 유행 지난지가 언젠데...

됐고, 그보다 이번 기획도 망하면 어쩔 거야?

W동 취재 건도 예고 영상에 밑준비까지 다 해놨는데 무산됐었잖아.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도록 해야지.

우리 조수가 잘 해줄 테니 걱정은 안 돼.


조수?


몰라?

이번에 새로 들인 조수 녀석이 제 친구들을 도서관에 먼저 보냈댔잖아.

정보가 이미 갖춰져있다, 이 말이지.

그런데 이 자식이 올 때가 됐는데...


저저 왔습니다!


왜 이렇게 늦어.


죄죄송합니다.

빠빡대가리 녀석이 명찰 빼뺏겼다고 울어서 다달래주느라...


...

이 조수, 믿을만 한 거야?


그래도 머릿수는 잘 채워주잖아?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