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구에서 일어난 참극.


피아니스트라 불린 도시의 악몽은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가 살던 음악의 도시를 한순간에 박살내었다.


아직 내가 뱃속에 있던 때이긴하나..어머니는 느낌이 좋지 않다는 아버지의 의견을 듣고 9구 뒷골목에서 잠시 벗어나 25구까지 같이 동행했기에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에 듣기론 검은 침묵이란 해결사가 피아니스트를 직접 처리했다고 하는데..자세한 내용까진 난 잘 모르겠다, 애초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니.


그 후에 반쯤 폐허가 되버린 아버지,어머니는 13구 뒷골목으로 이사하여 나를 출산하셨고 거기서 내 어린 시절이 시작되었다.


동화풍 같은 마을은 어린 나에게 꽤 잘맞는 곳이였고 요리에 나름 조예가 있던 아버지는 해결사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 나와 어머니에게 요리를 해주셨다.


꽤 좋은 추억이었다.


부유하다 말 할 수는 없지만 불행하진 않았고 우린 작은 낙원 속에서 서로를 아끼며 모두의 행복을 바랬다.


..어머니의 행방불명 전까지 말이다.


평소와 다름 없는 날이였다.


이번만큼은 아버지에게 밀리지 않는 요리를 만들겠다면서 호언장담하며 재료를 사러 집을 비우신 어머니는 날이 저물어도 돌아오실 생각을 하지 않았고 이 소식을 접한 아버지는 평소의 따뜻한 인사 없이 바로 어머니를 찾으러 집을 비우셨다.


첫날은 밤 늦게.


둘째날은 새벽에.


그 다음부턴 몇일 단위로 불규칙하게 집에 돌아오셨다.


그럴때마다 아버지의 양복에는 핏자국이 늘어났지만 어린 나는 무엇 하나 물어볼 수 없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자상한 얼굴은 사냥감을 쫓는 듯한 매서운 얼굴로 변모했고 신발장 앞을 항상 정돈하라던 분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무기를 신발장 앞에 두시곤 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안가 어린 나는 지쳐보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올리비에 아저씨 집에 맡겨졌다.


언젠가는..어머니를 찾고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자는 약속을 받은 채 자신의 검은색 장갑을 남겨준 채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나는 건 지쳐보이는 걸음으로 항상 손질하시던 무기인 뒤랑달을 질질 끌며 다른 도시로 걸어가던 아버지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걸음걸이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이였을까 아니면 막막함이였을까.


..하지만 이젠 상관없다.


십년이 더 넘어가도 아버지는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를 여전히 찾고 있는 중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나를 잊은걸까.


철이 들었을 때 나는 아주 만약에 경우를 대비해 올리비에 아저씨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당연히 처음에 아저씨는 완고하게 거절했다.


자신은 친구인 롤랑..나의 아버지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며 말이다.


하지만 내심 아저씨도 알고 있는 듯 했다.


이미 돌아왔어야 할 친구는 오래 전 연락이 끊겼고 그 친구의 자식은 지금 세상에서 살아남기에는 너무나도 연약하다는 걸 말이다.


결국 나의 고집을 꺾지 못한 아저씨는 직접 나를 훈련시켜 주셨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장갑의 수 많은 무기들의 응용법과 기본적인 격투술들.


9급인 아버지와 다르게 나름 알아주던 해결사였던 아저씨는 나를 혹독하지만 확실하게 훈련시켜주셨다.


훈련때마다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나를 보며 아저씨는 항상 부모님의 능력을 전부 물려 받은 것일까 라며 중얼거리셨지만.. 그건 아닐거다.


아버지는 보인 말로는 말단 9급 해결사에 어머니는 힘이 좀 쎈편인 평범한 주부였으니 말이다.


..아마 아저씨가 잘 가르쳐 주신 덕분이겠지.


후에 모든 훈련을 마친 나는 눈에 띄지 않는게 좋을거라는 아저씨의 권고로 해결사의 자격을 얻지는 못했지만 아저씨의 말로는 나이를 감안하면 실력은 1급 못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해주셨다.


뭐가 됐든 스스로 살아남을 힘이 생긴 나는 하고자 했던 일을 실행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행방불명된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는 것.


아저씨는 내심 걱정하며 나에게 조금 더 기다릴 생각이 없냐고 여러번 여쭤보셨다.


하지만 나는 이제 기다릴 생각은 없다.


기다림은 지긋지긋하니깐.


"그러니깐 그런 죄책감 가득한 표정은 짓지 마세요 아저씨."


아저씨는 현관을 벗어나 한참을 나와 함께 걸으셨지만 여전히 나를 보내는게 걱정되고 미안한 듯 한숨을 내쉬며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셨다.


"롤랑이 걸었던 길은 네 예상보다 험악할거다 레오, ..그것도 많이."


"그래봤자 9급 해결사잖아요."


"그 녀석..너한테는 그렇게 말한건가."


"네..?"


"아니 됐다,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네."


올리비에 아저씨는 신경쓰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고 품속에서 종이 봉투를 여럿 꺼내며 나에게 건네줬다.


확인 해보니 발신인은 전부 롤랑..나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들이였다


"편지..네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녀석이 도시를 누비는 와중 나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물론 어느순간 소식이 끊겼지만 찾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거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본래라면 나라도 동행 해야 할테지만 나는 협회 일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할거 같구나."


"저희 가족 문제잖아요. 이건 제가 해야죠."


나는 꾸깃거리는 편지를 가방 속에 넣었고 이젠 부모님보다 더 오랫 동안 나를 돌봐주신 보호자이자 스승님과 작별할 때가 되었다.


"연락할게요 아저씨."


"조심히 가고 네가 사용할 사비는 내가 좀 챙겨뒀다. 아마 몇달은 돌아다녀도 문제 없을거야."


"민폐만 끼친거 같아서 죄송하네요.."


"됐다, 롤랑한테 곱절로 받을테니깐 너는 여념치 말고."


아저씨는 한 쪽 어깨를 으쓱거리며 반대손을 흔들었고 나는 멀어져 가는 아저씨와 잠깐이지만 내 고향 같던 곳과 작별을 고했다.


언젠가는 돌아올지도, 아니 어쩌면 평생 못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모든 걸 각오하며 내딛은 여정이다.


후회는 없다.


이후 한참을 걷던 나는 가방을 뒤져 편지 중에서 오래된 날짜를 확인했고 내가 아버지와 떨어지고 일주일이 지나고 온 편지가 제일 오래된것이였다.


그리고 편지에 적혀있던 곳은..


"첫번째 장소는 9구 뒷골목인가."


피아니스트에 의해 참극이 일어난 도시가 나의 첫번째 행선지가 되었다.






혹시 설정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프문 세계관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