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ㅡ땅ㅡ땅ㅡ


망치가 중력을 거슬러 올라 천장을 두드린다. 애매한 높이의 천장 탓에 망치가 쉽사리 맞질 않는다.


땅ㅡ땅ㅡ땅ㅡ


떨리는 손으로 하는 망치질이 이리저리 빗나간다. 반댓손을 치지 않은 게 기적이다.


조금씩 팔이 저려오고 땀이 송골송골 맺히지만, 망치질을 멈추지는 않는다.


땅ㅡ땅ㅡ땅ㅡ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건 월셋집 앞 골목의 길고양이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타이어에 눌려 그대로 으스러져 버렸더라. 어쩐지 허구한 날 차 밑에 쏙 들어가 있더라니.


땅ㅡ땅ㅡ땅ㅡ


조금은 요령이 붙은 건지, 아까보다 맑은 소리가 울리며 못의 키가 조금씩 작아진다.


윗집은... 지금 없겠지, 뭐. 있어도 자기가 뭘 어쩔 거야.


땅ㅡ!


마침내, 경쾌한 소리와 함께 못이 천장 깊이 박혔다. 시험삼아 몇 번 세게 당겨보니, 단단히 고정된 게 느껴진다.


좋아, 이제 한 발짝만 떼면 된다. 한 발짝만...




21:00

ㅡ♪♬♪♩♪

ㅡ02-XXX-XXXX



"아."


9시구나, 지금. 그보다 왜 하필 오늘이지. 폰 무음으로 해 놓을걸.


한 번 흐름이 끊기니 하던 일은 이어서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딛고 올라간 의자에서 조심스레 내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혹시 이재하씨 되십니까?


스마트폰의 스피커 너머에서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린다. 역시, 그 사람이다.


"맞는데요. 또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

-음, 또라고 하셨습니까? 이상하네요.


전화기 속 목소리는 살짝 어색한 목소리로 얼버무렸다.


지금 나와 통화중인 이 사람은, 무려 석 달째 내게 전화하고 있는 보이스피싱범이다.


"솔직히, 번호랑 레퍼토리를 매번 바꿔봤자 대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전화 거는 시간대도 똑같고 목소리도 똑같은데."

-......


그래, 이 여자는 항상 오후 9시에 내게 전화를 건다. 빈도는 주 4회 정도일까?


하는 얘기도 항상 같다. 이 동네 근처의, 어디어디 은행으로 찾아오라는 이야기.


레퍼토리는 매번 달라지지만 결론은 항상 그거였다.


-그런데, 오늘은 바로 안 끊으시네요? 심심해서 말동무라도 필요한가요?

"심심...하고는 좀 다르긴 한데요. 사실 전부터 궁금했습니다. 왜 꼭 특정한 시간대와 정해진 은행의 ATM을 고집하는 건지, 왜 속을 기미도 안 보이는 저한테 계속 전화하는 건지, 왜 제 번호를 다른 피싱업자에게 안 파는 건지..."


그리고, 사실 이제와서 돈 좀 더 잃는다고 무슨 상관이 있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맨날 보내던 그 주소로 가면 되는 겁니까?"

-네, ○○은행으로 와주세요. 전화는 끊지 마시고요.

"알았습니다."


나는 그렇게 답하며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유선 이어폰을 연결했다.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몇 마디에 적당히 대꾸하며,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선다.


나서려다 한 번 뒤를 돌아보면, 엉성한 밧줄이 거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치우기도 귀찮은데 그냥 놔두자.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끼익ㅡ


현관문이 닫히며 집안의 풍경이 가려진 덕에 생각은 거기서 그쳤다. 나는 평소보다 꼼꼼하게 문단속을 한 후, 허름한 공동주택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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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 문장이 좀 그렇네

요새 너무 소설을 안 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