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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미터 가량 날아간 야수는 대로 한복판에 꼴사납게 쳐박히고 만다. 한편 그러는 와중에도 내 몸의 변화는 멈추지 않고 있었다. 마침내 빛이 잦아들자 밑을 내려다본 내 입이 떡 벌어진다.


에일린이 내 발치 아래에서 조그맣게 보일 정도로 키가 커졌다. 어림잡아 8m 정도일까? 나체의 근육질 몸은 검붉은색이었고, 마치 공룡처럼 변한 팔다리의 손발톱은 굵고 뾰족하게 변했다. 머리에는 한 쌍의 앞으로 굽은 뿔이 나 있는 게 느껴졌다. 이 모습은.. 예전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직접 보여주셨던 '발록 변신' 마법인 것 같다. 나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짓던 에일린이 돌연 바닥에 쓰러진다.


"에일린!"


다행히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주기로 했고, 나는 조금이나마 안심한 채 다시 싸울 준비를 갖춘다. 정신을 차린 야수가 날개를 펴고 다시 공격을 준비하던 그때, 어디선가 총알처럼 튀어나온 검은 형체가 그의 오른쪽 눈을 꿰뚫어 버렸다.


"크아아아아!"


야수의 오른쪽 눈에 커다란 부리를 깊숙이 찔러넣은 로키는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부리를 좌우로 흔들며 상처를 넓혔다. 거대한 짐승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내며 눈에 달라붙은 로키를 떨쳐낸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나는 거대한 날개를 펴고 주먹에 화염을 두른 채 돌진한다. 단순이 새빨갛게 빛나기만 하던 이전과는 달리 왼팔에서 유황 냄새와 함께 푸른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엄청난 위력의 주먹이 야수의 얼굴을 때린다. 또다시 뒤로 나가떨어진 야수가 간신히 중심을 잡더니, 거대한 뿔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전속력으로 돌진한다. 나는 공격을 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야수의 양 앞발을 두 팔로 막으며 불타오르는 이빨로 뿔을 물어버렸다. 한순간 금이 가더니 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단단한 뿔이 박살나버리고 만다.


무기가 박살난 데다 더 이상 힘으로 우위를 점할 수 없어서인지 자신만만하던 야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비친다. 나는 그 틈에 양 팔의 힘으로 그를 뒤로 밀어내며 육식 공룡의 것과 닮은 오른발로 아랫배를 걷어차 버린다.


여기서 계속 싸우다간 주변의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한 나는 다시 한 번 하늘에서 싸우는 것을 선택한다. 높은 상공으로 날아오른 나와 야수가 태새를 가다듬고 서로에게 다시 돌격한다. 날개가 커져서 그런지 내 비행 속도 또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야수가 다시 한 번 화염을 뿜어내지만, 좀전에 오른쪽 눈을 잃어버린 탓에 일부러 오른쪽으로만 비행하자 한 박자씩 늦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은 채 가까이 접근한 내가 주먹으로 야수의 옆구리를 강타한다. 생살이 타는 끔찍한 고통에 그가 비명을 지르며 날카로운 꼬리를 휘두른다. 나는 가뿐하게 반대쪽 손으로 꼬리를 잡아낸 뒤 가공할 악력과 열기로 완전히 재로 만들어 버린다.


괴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난 야수의 몸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한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의 기술임을 직감하고 대응할 준비를 하던 그때, 내 쪽으로 쏘는 척하던 야수가 고개를 돌리더니 저 아래에 있는 건물과 시민들을 향해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빛덩이를 토해낸다. 


저런 게 지상과 충돌한다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힐 것이다. 간발의 차로 도착한 나는 빛덩이를 향해 거대한 화염을 두른 양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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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엄청난 빛과 열기에 흽싸였고, 야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저만치 보이는 또다른 인간 몇 명에게 달려들었다. 저 악마가 그 공격을 받고 살아있든 말든 상관없었다, 상처야 인간을 잡아먹으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고, 어차피 그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생물을 죽이는 것이었다. 인간들을 한 입에 삼키기 위해 입을 쩍 벌리던 그때 거대한 형체가 앞을 가로막았다.


'어떻게..'


자신의 필살기를 정면에서 받아내고도 생체기 하나 없는 악마는 전신에 푸른 불꽃을 휘감고 있었다. 화염과 연기 사이로 보이는 그의 시뻘건 눈동자는 분노로 이글거린다. 그 무시무시한 자태에 자신도 모르게 겁을 먹은 야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다.


'젠장. 어서 도망가야-'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용암처럼 뜨거운 주먹이 야수의 몸에 꽂힌다. 새하얀 짐승이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날아오르려던 찰나, 눈 깜짝할 새에 등 뒤로 이동한 아이작이 그의 날개 하나를 잡고 땅에 내동댕이쳐버린다. 날개뼈가 박살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진다.


부러진 날개를 짓밟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악마는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무자비하게 야수의 온몸을 난타한다. 가죽과 살이 타는 매캐한 냄새가 온 사방에 진동하고, 야수는 반격은커녕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맞는다.


마침내 피부가 움푹 파일 정도로 전신에 큰 화상을 입은 채 걸레짝이 된 야수가 땅에 널부러진다. 처량해 보이는 그의 눈동자에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자신의 얼굴에 날아오는 이글거리는 주먹이었다.


악마는 오른주먹에 수많은 이들을 해치고 에일린까지 건드린 것에 대한 분노와, 이 괴물을 완전히 끝장내버리겠다는 간절함을 담아 야수의 머리통을 땅에 쳐박아 버렸다.. 아니, 강펀치를 날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가죽과 살점이 불타고 두개골이 박살나는 느낌이 전해졌다. 주먹을 뗀 자리에는 머리가 아예 증발해 버린 너덜너덜한 사체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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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몸이 광채로 분해되며 원래대로 돌아온 내가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아직도 저 괴수를 이겼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맞다. 그보다 에일린은? 사체를 뒤로하고 그녀가 옮겨졌다는 병원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간다.


"와.. 왔어? 무사했구나.."


팔에 수액이 꽃힌 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에일린이 간신히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다행히 의사의 말로는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을 뿐 생명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아마 체내의 마력이 거의 없다시피한데도 무리해서 마법을 쓴 탓이겠지.


가만, 그러고 보니 나도, 그녀도 어떻게 갑자기 마법을 쓴 거지? 곰곰히 생각하던 내 머릿속에 오래전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선생님. 제 몸엔 마력도 충분하댔잖아요. 날개도 이렇게 멀쩡하고요. 그런데 왜 마법을 저대로 쓸 수 없는 거죠?"


"음.. 정확한 원인은 나도 모르지만, 드물긴 해도 너 같은 사례가 없지는 않단다."


"그럼.. 저는 영영 이대로 살아야 하는 건가요?"


"포기하긴 아직 이르단다. 마법을 쓰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만 있다면, 너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아주 간절한 의지 말이야."


아아. 그렇구나. 나는 그토록 간절하게 모두를 지키고 싶었구나. 겁에 질린 채 벌벌 떠는 어린아이들을, 아기를 품에 꼭 안은 채 도망가는 여인을.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쏴대는 경찰을, 눈앞에서 이렇게 내 손을 잡고 있는 천사를..





*발록은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검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