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학교는 지금껏 치뤄온 시험날이 그러하듯
너무도 적막했고
그럼에도 너무나 시끄러운..

뭐랄까, 이번 시험에 나온 표현에 빗대자면
마치 동전의 양면같달까.

우연히도 번호가 5만큼 차이나는 그녀는
결국 내 옆자리에 앉아 시험을 치뤘다.

아, 진짜.
내 눈이 향하는 곳을 인식할때면
내 시선의 연장선
그 교점은 항상 그녀였다.

왜인지 모르게도..
진짜로.. 모를 일이다..

마스크를 벗은 그녀의 모습도,
하관이 내 상상과 너무 똑같아서
남몰래 기분좋게 웃었다.

아쉽게도, 최근 그녀와 수업시간에 이야기한 기억은 크게 없다.
그냥, 내가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녀는 언제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여기에서 내가 다가가기엔,
마치 나에게는 선톡처럼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짐작할 뿐이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교실인데도
그녀와 내 거리는
언제나 그녀가 다가가야만 좁혀졌고
나는, 스스로 좁힐수도 없었던 것 같다.

며칠 전, 11월 모의고사가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1년을 보내는
올해를 보내는 모의고사.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시험을 코앞에 둔,

미리보는 기말고사같았다.

그때의 한 영어지문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내용은 도파민, 사랑, 그리고 이끌림이었다.

생각해보니까 최근에는
사랑, 짝사랑..
관련된 것들이 자꾸 나에게 추천된다.

아마 요새는 왜인지.. 음..
자꾸 찾아보게 되어서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튼, 마지막 시험을 하나 남겨둔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자면..

오늘은 가을과 맞지 않는 정말,
푸근한, 봄같은 햇살과
시원한 꽃샘추위가 가득했다.
가을이라 알리는 형형색색의 낙엽이
거리를 잔뜩 장식하는 길을 따라 등교하면,

그녀가 있었다.

왠지 모를 용기를 얻은 나는

교실 문을 열고서

히터가 켜져 웅웅대는 소리를 들으며

홀로 시험을 칠 준비를 하고있는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것 같다.

"안녕?"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게는 너무나 용기가 필요했던 한마디였다.

"아, 안녕."

답변이 돌아왔다.

"오늘거, 공부는 좀 했어?"

"음.. 하나도 공부 안 했어."

"정말, 이래놓고 또 저보다 점수가 높으실거면서 기만은 잘 하시네요.."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뭐래. 너도 공부 안 했으면 같이 ㄱ?"

와우.
진짜, 와우.

그날, 시험 문제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