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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막바지에 약간의 잔인한 묘사가 있습니다




밤은 점점 더 깊어가 어느덧 11시가 되었다. 2개뿐인 욕실에서 어떻게든 샤워를 마친 우리 다섯은 저마다 잘 준비에 들어갔다.


원래 계획은 내가 부모님과 함께 침대에서 자고 설아와 가을이 거실에서 자는 것이었지만,  가을은 다쳤기도 하고 행여나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나니 두 사람은 무조건 침대에서 재워야 한다고 부모님께서 주장하신 덕에, 지금처럼 뱀파이어 셋이 거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자는 다소 웃긴 광경이 연출되었다.


"엄마, 아빠.  ....허락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직도 그 얘기야? 우린 괜찮다니까. 늦었으니 이만 자자."


 "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저런 부모님을 둬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조용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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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떠 보니, 가을은 아직도 꿈나라를 헤메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누워서 어제 있었던 일을 다시 상기시켜 보았다.


루이가 그렇게까지 당황해하는 모습은 처음 봐서 행여나 부모님이 무서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친절하신 분들이라 조금 황당할 정도였다. 


'하긴, 그런 분들 밑에서 자랐으니 오빠가 저렇게 착하겠지.'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루이의 과거였다. 내게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아 몰랐던 오빠의 전 여자친구에 대한 얘기는 씁쓸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아들이 네게 그렇게 친절한 데에는, 두 번 다시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을 거야. 그게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고 있으니까."


그런 가슴 아픈 일을 겪고도 예전과는 조금 다르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루이가 어찌 보면 존경스럽기도 했다. 한편 이 모든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 그는 얼굴이 빨개진 채 침묵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오빠. 근데 말이야.. 다른 뱀파이어들한테 인기도 많을 텐데, 날 좋아하게 된 계기가 뭐야? 인간이랑 사귀는 게 후회되지는 않아?"


그때까지도 가만히 있던 루이는, 말이 끝나자마자 다정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살면서 느낀 건데. 누굴 사랑하는 데 거창한 이유 같은 건 없더라."


옆에서 지켜보던 루이의 어머니께서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당신 아들이라서 그런가. 젊었을 때 나한테 한 말이랑 거의 똑같은데?"


그 후로 어쩌다 가을이까지 한 자리에 모이면서, 밤이 깊어가는 동안 대화는 생각보다 꽤 길어졌다. 루이가 자신을 구했을 때 상황이 어땠는지, 특히나 힘을 너무 많이 써서 피에 대한 자제심을 잃고 폭주할 뻔한 순간을 그녀에게 직접 들은 루이의 부모님은 걱정스러운 듯이 아들을 바라보았다.


"얘기 들어보니까 진짜 위험했나 보네."


"저도 처음에는 일부러 바닥에 머리 박고 기절할 생각이었어요."


그때 처음 알게 된 것이지만, 뱀파이어는 인간보다 훨씬 강인한 신체를 가진 만큼 필요한 에너지도 막대하다고 한다. 루이가 지하철을 막았을 때처럼 순간적으로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힘을 끌어낼 수 있지만, 그만큼 에너지도 빠르게 소모하여 짐승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불편한 점이지. 너희는 물만 있으면 며칠 정도 굶어도 버틸 수 있잖아? 우리는 하루만 굶어도 신체 리듬을 유지할 수 없어서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하거든."


그래서 루이가 끼니마다 그렇게 많은 피를 마시는구나. 내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윽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다 되어 가자, 우리 다섯은 순서를 정해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머리가 젖어 있는 채로 욕실에서 나와 보니, 어쩌다 나와 루이, 둘만이 거실에 남겨진 상황이 되어 있었다.


"아. 개운하다.."


"깨끗이 씻었어?"


잠옷으로 갈아입은 루이의 몸에서는 은은햔 샴푸 향이 나고 있었다. 다소 오붓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무릎을 꿇고 나와 눈높이를 맞춰 주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다."


"그러게. 괜히 호들갑 떨었나 싶기도 하고. 어쨌든 고생했어."


나는 두 팔을 벌려 한달음에 그의 품에 안겼다. 인간과는 조금 다른 촉감의 피부였지만, 따뜻하다는 것만큼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이윽고 서로 조금 붉게 상기된 얼굴을 마주보는 상태가 되자, 나는 먼저 루이에 비하면 한참 작아 보이는 팔을 그의 목에 둘렀다.


"..지금? 괜찮겠어?"


".. 아, 몰라. 빨리 하고 끝내자."


눈을 감은 내 입 안에 달콤하고 말캉한 혀가 들어오는 감촉이 전해졌다. 이전에도 여러 번 해 오던 입맞춤이었지만, 가을이나 부모님께 들킬지도 모른다는 배덕감에 평소보다 더 흥분되고 격해지는 듯했다. 거친 숨소리와 희미한 신음이 오가는 가운데, 루이의 혀는 한참 동안이나 안을 해집고서야  끈끈한 실을 드리우며 빠져나갔다.


그렇게 야릇한 입맞춤을 끝내고 잠자리에 든 다음날 아침. 가을은 많이 피곤했는지 아직도 꿈나라를 떠돌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거실로 나와보니 루이가 뚫어져라 TV를 보고 있었다.


"부모님은? 가셨어?"'


"응. 아침 일찍. 토요일인데 고생하신다. 그건 그렇고 이것 좀 봐."


TV 화면에는 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은 끝에 각종 비리와 마약 유통, 그리고 인신매매에 연루된 기업의 주요 인사들과 연관된 일당을 검거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인간을 납치. 불법으로 노예 시장에 팔아넘긴 20명의 일당이 추가로 검거되어.." 


그들이 활동했다는 지역은 바로 내가 살던 곳이었다! 확실히 체포된 뱀파이어들이 쓴 가면은 날 납치한 자들의 것과 똑같은 모양이었다.


"축하해. 곧 있으면 가을도 돌아갈 수 있겠는데? 마침 크리스마스 때문에 다음 주에 3일 연휴가 있으니까.. 비행기 표라도 알아봐야겠다."


"비, 비행기? 차가 아니라?"


"응. 여기서 차로 9시간 정도면 꽤 먼 거리니까. 운전하기도 어중간하니 그냥 비행기로 가는 게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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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려주세요.. 읍!"


"닥쳐봐. 이년아. 누가 언제 죽인대?"


골방 안에서 테이프로 입이 묶인 한 인간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탐욕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몸 곳곳을 어루만지던 뱀파이어의 손이 팬티 쪽으로 향했다. 여자의 혼신을 다한 애처로운 몸부림은, 그녀를 사들인 주인 앞에선 어린아이 장난조차 되지 못했다.


"읍!! 끄으읍!'


"와.. 조임 죽인다. 진짜."


이윽고 목구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절규에 찬 비명소리. 짐승 같은 신음소리와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평범한 토요일 아침. 루이와 설아가 오붓하게 있는 동안, 또 다른 곳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추천과 솔직한 의견에 더 나은 소설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데 루이가 또 저 여자 구해서 동거하는 식상한 전개로는 안 갈 거임. 스포해주자면 결국 구해지기는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