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내일이 시험 첫날인데... 이번거는 좀 중요한데..."

그렇게 한탄하며, 소녀는 나아갔다.
11시 30분. 심야— 라고 부르기에 합당한 시각. 벼락치기를 하기에는 적절한 시간... 이었을터.

"왜 이럴때 마녀퇴치인건데, 대체!"

독서실에서 귀가하던 도중, 이 근처에서 그리프 시드의 반응이 보인다—라니 어쩌니하는 큐베의 말을 들은지 5분도 안되서 자욱한 안개가 피어오르는듯 하더니, 결계속으로 들어온것이다.

일단 수학은 100% 조졌다. 아마, 탐구는 어떻게던 방어가 되지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심층으로 나아간다.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짙어지고 또 짙어져, 어느샌가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으로 걸어나간다.

기괴한 소리를 내며 무엇인가를 분사하는 분무기형태의 사역마들.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수가 많아지는 저것들과 이 안개의 짙음은 연관성이 있으리라.

깊은 안개를 뚫고 나아가며, 이런 저런 잡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언제였을까. 대략 중학교 1학년즈음—이었을까. 이미 4년정도 지나버린 지금으로서는 마법소녀가 되는 대가로 이루게된 소원마저도 모호하다. 대충, 친구가 이사가지 않게 해줘—같은것이었으리라. 그때문인지 그녀의 무장은 작살. 꿰뚫린 존재를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하는 작살이었다. 좀더 강한것을 꺼내려고 해볼때면 작살대신 닻같은 것이 나온다던지 하는일도 있었다. 어느쪽이던, 구속의 의미를 지닌 물건이었다. 과연, 친구를 옭아맨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속박한것일까.

수많은 상념을 품은채로 안개의 미궁속을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몇분, 혹은 몇십분. 짙은 안개속에서 시간개념조차 모호해져가던 그때.

"드디어 납셨구만, 내 시험점수의 원한!"

짙은 안개의 중심부에서, 마녀는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색의 눈—으로 보이는 무엇인가를 빛내며, 마치 언젠가 본 애니메이션의 움직이는 거성같이 생긴 마녀는 기계장치로 이루어진 팔을 그녀에게 뻗어낸다.

"—느려!"

증기 -아마 이것이 결계를 덮은 안개의 정체이리라- 를 뿜어내며 팔을 뻗어낸 마녀에게, 그녀는 소리치며 옆으로 뛰었다.

단 5cm. 5cm의 간격으로 마녀의 손아귀를 벗어난 그녀는 작살을 던졌다. 친구를 잃고싶지 않다는 어릴적의 집념이 구현화된 작살은 빠른속도로 날아가 마녀의 손을 꿰뚫어, 그 흉수를 지면에 고정시켰다.

"맛이 어떠냐! 잠자코 시험과 등가교환한 그리프시드나 바치시지!"

대충 결착이 났다.

마녀의 한손은 묶였다. 그것은 곧, 마녀의 동력부로 오를수 있는 길이 되어줄수 있다.

 팔을 밟고 달려가 앵커로 후려쳐버리면 끝일 터.

"———!"

마녀는 증기끓는소리같기도, 기계가 돌아가는것 같기도 한 괴성을 내며 고정된 팔을 풀어내려 애쓰는듯 했지만, 차도는 없었다. 단단히 박힌 작살이 뽑히는 일은 없다.

"그럼, 사라져라!"

어느새 마녀의 팔을 타고 올라온 그녀는 거대한 닻를 들고있었다.
마녀의 붉은 눈이 뿜어내는 빛이 분노에서 공포로 변해갈때쯤, 닻은 이미 마녀의 동력부를 가격하고 있었다.

곡괭이를 내려치는 감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길 수차례.
배트를 휘두르는 느낌으로 좌우로 찍어버리길 수차례.

마녀의 붉은 눈은 빛을 잃고, 안개는 사라져간다.

"아으, 힘들어 죽곘네. 진짜."

  어께에 짊어진 닻을 내려놓고, 거기에 몸을 기대며 소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러고있을까. 마법소녀가 무엇이길래. 얄량한 정의감때문일까. 자신이 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을수도 있어서?

 "왜 시험기간만 되면 특히나 많이 보이는거야, 대체? 바쁘다고. 내신 챙겨야하고, 생기부 채워야한다고. 마법소녀 이런거 한다고 생기부에 한줄이라도 적히는거 아니잖아. 어?"

 마법소녀라기보다는 세일러(뱃사람) - 유명한 마법소녀물중 하나도 세일러복이기야 하다마는- 같은 이미지의 옷을 입은 소녀는 한탄하듯 중얼거리며 몸을 풀었다.

구심점을 잃은 세계가 일렁인다. 일렁이고, 이지러진 저 너머로 일상의 공간이 보인다.

흔히 에메랄드빛 바다라고 묘사하는 푸른 바다의 색 같기도, 심해의 짙은 남색 같기도 한 빛의 입자가 소녀의 몸을 감싸고, 근방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변모시켰다.

"오늘의 수확은요— 과연... 떳냐아?!"

 하늘로 쭉 뻗은 소녀의 왼손 위로, 무엇인가가 떨어진다. 가운데는 작은 구형이고, 뾰족한 가시가 그것을 꿰뚫은듯한 오브젝트. 마녀를 사냥한 마법소녀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보상이자, 마법을 계속해서 쓸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 이름하여,

 "그리프 시드...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나와주니까 증말 고맙다. 우리 자주보자 좀. 어? 진짜..."

 폭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마지막 그 한마디를 삼킨채, 손으로 자신의 새카만 어둠이 내린 바다와도 같은 색으로 변한 소울젬을 잡고, 반댓손으로 그리프 시드를 살포시 맞댄다. 

 소울젬의 오탁이 그리프 시드로 빨려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그 광경을 보고있던 소녀가 말했다.

 "그래서, 왜 시험기간 즈음만 되면 자꾸 나오는건데, 마녀는."

 그녀의 발치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부정적인 감정에너지가 나타나기 쉬운 시기라 그런게 아닐까?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정말 거지같은 이유구마안... 이 근방 마법소녀는 나밖에 없나? 인재가 그리도 없어?"

 시계를 본다. 시간은 벌써 1시에 가까워져있다.

 "내일 시험은 조졌네. 확실하게."

 소녀는 툴툴대며 집으로 걸어간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희망이라도 잡아보려는듯, 시험범위를 정리한 노트를 꺼내 읽어보며 걸어갔다.

 "내가 이걸 왜했을까. 이럴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지이..."

 그럼에도, 자신이 빈 소원에 대한 책임이 있다. 둘도없던 친구의 미래를 뒤바꿔버렸을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을때는 자기혐오에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그래서는 안되었다. 그러니, 이 책임은 끝까지 져야만 한다.

 친구에게 미안해서라도, 어중간하게 그만둘수는 없다. 애시당초, 마법소녀라는것이 그만하겠습니다- 라고 한다고 쉽사리 그만둘수 있는것은 아닐테지만.

 마법소녀 해미리의 하루는,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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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쓰려니 으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