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에

...그런 이유로, 가정붕괴의 위기에요


정말, 압류라니...


야반도주했을 땐 파산 신청으로 어떻게든 극복했었던 모양이지만


이젠 아주 판타지라니까요...한 바퀴 돌아서 웃길 지경이야


히나노

사에, 너 야반도주 경험 있었던 거냐...


참 고생하는군...


사에

뭐, 귀여운 동생들을 위해서라면 열심히 할 수 있어요


히나노

전부터 동생들 포함해, 작은 애들을 좋아했었지


사에

네, 그러니까 히나노 씨도 정말 좋아한답니다


히나노

끄응...


마리아

...그래도, 정말 괜찮은 거야? 압류라니...그런...


사에

솔직히, 꽤나 위험하지만요


이번 달 잔뜩 일해서 돈만 손에 넣으면, 당분간은...


마리아

그래?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연극부 극작가

내일 무대, 힘들면 오지 않아도 되니까


당연히 가족을 우선시 해야 하니까...

사에

에, 보러 가야지?


그야 네가 쓴 희극의 첫 무대잖아?


나, 판타지 같은 거 싫어하지만


연극부 극작가

절찬 판타지 쓰면서


후배한테 진척사항 재촉 받으며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그런 소리가 나와?


사에

정말, 사람 말은 끝까지 좀 들어


...너의 작품은 좋아한다 라고 말하려고 했으니까


연극부 극작가

사에 쨩이 데레를 보여줬어!


사에

....그, 그러니까 나도 그만큼 기대하고 있단 소리야!


당일에는 알바도 안 들어왔으니까


연극부 극작가

하지만 전엔 그렇게 말해놓고 못 왔잖아...


사에

우으...


그래도 이번엔 반드시 갈게. 약속해


연극부 극작가

...응, 알았어. 고마워


마리아

그래도 참 타이밍 좋게 알바가 잡혀서 다행이네


사에

네, 이번엔 정말로 운이 좋았어요


연극부 극작가

뭔가 나쁜 표정 하고 있는걸, 사에 쨩

사에

후후후...정말로 손쉬워서 귀여울 정도야


아가씨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가문을 목적으로 접근한 것도 상상도 못 하고


이런 빈곤한 사람한테 일까지 시켜주다니


후후훗


덜커덩


사에

─읏!?


밖에 누군가 있어...?


연극부 극작가

아, 미안. 내가 짐 쌓아둔 거 떨어진 소리일지도


사에

하아....깜짝 놀랐네


연극부 극작가

그건 그렇고 굉장한 연기였어!


출세를 노리는 악역 영애 역할에 전격 발탁하고 싶을 정도로!


마리아

....아, 다행이다. 연기였구나.


사에

제가 그런 인간으로 보이셨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악녀는 아닌데요...


히나노

미안하다...


너라면 그런 소리 할지도 모른다고, 일순 생각해버렸다


연극부 극작가

하지만 사에 쨩, 이래봬도 의외로 호구성실하니까


사에

호구성실이라니...


네가 훨씬 더 굉장한 성격 하고 있는 것 같아


연극부 극작가

있지, 다음에 진짜로 악역으로 무대에 서보지 않을래?


사에

싫어. 적어도 좋은 인상인 역할로 해줘


히나노

...정말이지

히나노

아무리 사람이 다가오지 않는 빈 교실이라고 해도


어디서 누가 들을지 모르는 법이다


연기라고 해도 적당히 해두는 것이 어떠냐?


사에

알고 있어요


게다가, 그 아가씨도 정말로 착한 애니까요


뭐, 당연히 돈도 기쁘지만요


가정교사라는 것도 처음이니까, 제법 즐겁거든요


와글와글와글...

히나노

마침내 발표 당일이군


마리아

왠지 이쪽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


사에

수고하셨습니다

히나노

오, 왔나


마리아

집은 괜찮았던 거야?


사에

네, 일단은요


~~♪ ~~♪


사에

응, 전화...?


에...이 번호는...

사에

네, 키리노 입니다


아가씨의 어머니

가정 교사 일 말인데, 내일부턴 이제 올 필요 없어


사에

에...?


아니, 갑자기 그런...부족한 점이 있다면...


아가씨의 어머니

할 말은 그것뿐이야


사에

그런, 잠깐만요...


...끊어졌어


히나노

어이, 괜찮은 거냐....?


사에

가정교사...내일부터 오지 말라고...


마리아

에에! 그런, 어째서....!


사에

죄송해요, 잠깐 직접 만나고 올게요


히나노

...공연 개시는 1시간 후다


사에

그때까지는 돌아올 테니까요!


히나노

뭐...어이 사에!


마리아

...괜찮을까. 걱정되네...


히나노

그 녀석한테 대체 뭐라 전해야 하는 거냐...


마리아

사에 쨩이 보러 오는 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히나노

....그래. 오늘이 마지막 무대니까 말이다


다만, 사에한테는 아직 그 얘길 하지 않았지...


마리아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그 애의 마음도 알지만


....안타깝네

아가씨의 어머니

집까지 찾아 오다니...


사에

죄송합니다...하지만, 적어도 이유를...


아가씨의 어머니

아무런 할 말이 없어. 돌아가주지 않을래?


새로운 가정 교사를 찾아야만 하거든


사에

그런...어째서...

후배 아가씨

어째서고 저째서고 없잖아요


사에

앗....


네가 뭐라고 해줄 순 없겠어...?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후배 아가씨

제가 말했어요. 선배를 가정교사에서 빼달라고


사에

뭐...어째서...?


후배 아가씨

저, 봤어요. 선배가 비어있는 교실에서 얘기하고 있던 거를


사에

빈...교실...?


(설마.......)


-회상


덜커덩


사에

─읏!?


밖에 누군가 있어...?


후배 아가씨

저는 키리노 선배도 비슷한 가문일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을 뿐더러...


제 가문을 알고서 일부러 접근한 거였군요


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빈곤한 사람은 마음도 빈곤하다고, 정말이었네요...


게다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계셨다니.....너무 슬퍼요


사에

그건, 아니야...오해가 있었을 뿐이고...


그건...그건 그냥 연기고...농담...이라고 할까...


아니, 농담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는 거였지...


정말로 미안해...


후배 아가씨

믿을 수 없어요...


게다가, 만약 오해라고 하더라도 집안에 대한 거는 사실이잖아요


사에

읏...그건...


아가씨의 어머니

나쁜 사람은 우리를 속이려고 했던 너야


사에

속이다니...


아가씨의 어머니

게다가 그런 집안의 애를 우리 집에 들이고 싶지는 않아


뭔가 훔쳐가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서 살 수 있어야지


사에

무슨...


그런 생각은 한 적도 없어요!


아가씨의 어머니

글쎄 과연 어떨까


사에

(아아...그랬지, 그랬었어)


(가난한 사람은 주변에서 믿어주질 않아)


(그래서, 나는...)


-회상

여자아이A

저기, 이 애의 열쇠고리 없어졌대


키리노 양, 뭐 몰라?


어린 사에

엣....아니, 아무것도...


여자아이A

에─ 그치만 키리노 양, 가난하다면서


살 수 없으니까 훔친 거 아냐?


여자아이B

게다가 전에 내 열쇠고리 보고


귀엽다 했었고...


어린 사에

그건 정말 귀엽다고 느껴서 그랬을 뿐이고...


여자아이A

에─ 정말로─? 키리노 양이 훔친 거 아냐?


가난한 사람은 거짓말쟁이라고 우리 엄마가 그러던데─?


어린 사에

윽!


벌떡


여자아이A

꺄아─ 키리노 양이 폭력 쓴다─!


어린 사에

무슨

선생님

키리노 양, 잠깐


어린 사에

선생님, 난, 아무것도...!


여자아이A

사에 양이 훔친 주제에! 거짓말만 늘어놓고!


선생님

키리노 양...


어린 사에

아니야....난, 안 했어...


사에

그 후, 나는 선생님한테 호되게 혼났다


도둑질의 누명을 써버렸고

반 친구에게 폭력을 휘두르려고 했다면서

부모님이 학교에 호출 당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던 부모님은, 돌아가는 길에

동생들한테는 비밀이라며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어린 사에

나...훔치지 않았어...폭력도 휘두른 적 없는데...


사에의 아버지

사에가 그런 짓 안 했다는 거는 아빠랑 엄마도 알아


사에의 어머니

그러니까, 잘 참아준 상으로 아이스크림 사주는 거야


어린 사에

...믿어주는 거야?


사에의 어머니

그래, 물론이지


사에의 아버지

아빠랑 엄마가 귀여운 우리 딸을 안 믿어줄리가 없잖아?


어린 사에

그럼, 왜 사과한 거야...


사에의 아버지

가난한 사람은, 주변에서 믿어주질 않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사에

그렇게 말하며

체념이 담긴 미소를 짓던 아버지의 얼굴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 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상대를 해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가면을 썼다


언젠가 출세하기 위해서

그 스타트 라인에 서기 위해서


「가난한 사람」인 것은 방해가 됐으니까


사에

(그런데도)


(결국 그건 거짓된 가면에 지나지 않아)

아가씨의 어머니

변명의 여지도 없는 모양이네


사에

..........


(아아...공연 시간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반드시 가겠다고 했는데)


(가족들에 대해서도...)


(이 알바에서 짤리면 압류가 시작돼서...)


(최악의 경우, 이제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없게 될지도...)


(...그런가, 가면을 쓰겠다고 결심한 시점에서)


(가족 말고는 전부 포기해야만 했던 거야)


사에

출세를 위해서

가면을 쓰는 것에 대해

나는 분명 각오가 부족했던 것이다


친한 친구가 상대니까, 라며 맨 얼굴을 보여주며

평범한 청춘을 보내려고 하다니, 오만했다

사에

히나노 씨 일행과 보내는

그 방과 후의 빈 교실만이

나에게 유일한, 있는 그대로 있을 수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그게 나의 물렁한 부분이었다


진심으로 가족을 위해서 살아갈 것이라면

그 밖에는 일절 원해서는 안 됐던 거야


가면을 쓰겠다고 결심했다면

히나노 씨 일행과 있을 때도

제대로 가면을 쓰고 있어야 했어


그렇게 했었다면 거짓의 가면이 깨져서

이런 위기에 몰리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히나노

사에, 안 오는군


마리아

그러게...벌써 막이 올라갔는데


연극부 극작가

히나노 씨, 마리아 씨! 이제 곧 시작...앗


사에 쨩은 안 왔나요?


히나노

그게....

연극부 극작가

그랬나요...


마리아

하지만, 정말로 제 때에 올 생각이었을 거야


연극부 극작가

알고 있어요


후후, 그래도 마지막 무대라는 거 비밀로 해두길 잘 했네요


만약 말했다면, 사에 쨩을 곤란하게 했을 테니까...


저, 가족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에 쨩을 좋아하니까


절대로 발목을 잡고 싶지 않은 걸요


마리아

하지만...


연극부 극작가

아니...그래도, 늦지 않겠다고 말했던 거죠?


마리아

그래...


연극부 극작가

그렇다면, 분명히 올 거에요


...응, 분명 사에 쨩이라면. 이 희극의 주인공이라면...


히나노

응?


연극부 극작가

히나노 씨, 이번 희극 결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히나노

아아, 애절하고 슬프다. 너 치고는 별 일이구나


연극부 극작가

그렇죠

연극부 극작가

결말, 바꾸고 올게요!


히나노

하아!?


연극부 극작가

무대, 재미있게 봐주세요


저는 잠깐...아니 꽤나 심하게 후배한테 혼나고 올 테니까요


히나노

오, 오우....


연극부 극작가

얘들아 잠깐 괜찮을까!


직전에 미안한데...


사에

(이제 시작해버렸겠네..그 애의 무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들면 둘 다 잡지 못 하는 법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대로 흘러갔어)


(분명 이 집 아가씨를 통해서)


(내가 가난하다는 사실이 학교 전체에 알려지겠지...)


(후배는 영애로서 유명하고, 인맥도 넓은 만큼)


(좋은 평판도 퍼지기 쉬울 거라고 판단했던 거였는데)


(설마 그게 이렇게 뒤집어질 줄이야...)


(...앞으로 대체 어쩌지)

큐베

곤란한 모양이구나, 키리노 사에

사에 (음성첨부)

전부, 전부 내가 물러터진 탓...나에겐 각오가 부족했던 거야



사에를 향한 작가쨩의 사랑이 무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