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에

만약에, 문제 없이 이 알바를 계속 할 수 있었다면


애정이 가득한 부모님과

귀여운 동생들과 함께


분명 앞으로도, 작디 작은 집에서

괴로운 나날이 이어지겠지만

그럼에도 가족과 함께 웃으며 지낼 수 있어

사에

그렇다면 약속대로 그 애의 무대를 보러 가서


쑥스러움을 숨기려고, 가벼운 장난을 치면서

네가 쓴 작품이 좋다고 전할 거야


극작가로서 언젠가 고물이 될 너에게

그 때는 유명인사나 소개시켜줘

같은 농담을 하면서...

사에

가족을 위해서 살아간다면

앞으로는, 거기에서의 시간은

줄어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끔은 모여서

별 거 아닌 시간을 보내며 함께 웃는


그것이, 지금의 내가 생각한 행복


사에

(하지만, 이대로는)


(최악, 가족 모두가 헤어지게 될지도 몰라)


(친구도 가족도 전부 잃어버리고 말아)


(그렇다면...)

큐베

나와 계약할 마음이 들었니?


지금의 상황을 해소하고 싶다면 나는 그걸 이뤄줄 수 있어


사에

...딱히 너를 믿고 있는 거는 아냐


하지만...


아가씨의 어머니

혼자서 뭘 중얼거리는 거야?


이제 슬슬 우리 집에서 나가줬으면 하는데


사에

있지, 큐베


이제 와서는, 아무래도 좋아. 정말로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면


신이든 악마든, 그 무엇에게도 매달려줄 테니까


할 수 있다면, 어디 한 번 이뤄봐....!


(가난한 사람은 상대조차 해주지 않아)


(그걸 위해 썼던 내 가면은 굉장히 헐렁했어)


(그러니까...다시 한 번 시작하자)


큐베!


사에

「학교의 모두가 알고 있는 나를

양가 집의 아가씨로 만들어줘!」


-번쩍


사에

..........


(어차피, 이뤄지지 않겠지만)

아가씨의 어머니

어머 키리노 양. 무슨 일이니, 그렇게 멍하니


사에

헤....?


아가씨의 어머니

내일 올 수 있다고...그렇게 알면 되겠지?


사에

에....저...짤린 거 아니었나요...


아가씨의 어머니

얘도 참! 그럴 리가 없잖니!


사에

하지만...집안에 대해서라던가, 빈 교실에 대해서 라던가...


후배 아가씨

빈 교실...? 무슨 말씀이세요?


아가씨의 어머니

키리노 양은 양가의 자녀님이니까 믿을 수 있고


학교에서도 우등생으로 유명한 네가


가정 교사를 맡아준다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니


후배 아가씨

네, 잘 부탁 드릴게요! 키리노 선배!


사에

엣, 앗, 네....!


(집안에 대해서도, 빈 교실에 대해서도 없던 일이 됐어...?)


(혹시, 소원이...!)

사에

정말로 소원이 이뤄지다니, 터무니 없는 판타지네...


큐베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니?


그럼 바로, 마법소녀에 대해서...


사에

아─ 그거 내일로 해도 될까? 조금 급한 일이 있어서


큐베

....그럼, 가까운 시일에 다시 설명하도록 할게

사에

내 소원은 학교에서의 자신의 인식을 바꿨을 뿐....


그러니까 가계가 위태로운 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마도 앞으로도 괴로운 생활이 계속 될 거야


하지만, 당분간은 이걸로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어...


마법소녀 따위 정체도 모를 것이

돼버렸지만


그래도, 나는

소중한 가족을 지킬 수 있었어


사에

(이제 연극은 끝나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걔한테 사과해야겠네...)


드르륵

사에

늦어서 미안...해?


-텅 빈 교실


사에

어라...


다들 연극이 끝났으니까 여기에 올 줄 알았는데


뒤풀이나...그런 거 하고 있는 걸까


그룹 채팅은...


...잠깐 엄마가 또 사기를!?


서둘러서 돌아가야겠어....


히나노 씨 일행에 대해선...


...뭐, 또 내일이라도


어차피 방과 후 이 교실에서 만날 거니까


그 때 사과하면 되겠지...


-다음날


사에

(이 시간이라면 분명 다들 있을 거야...)


...좋아


드르륵


사에

저, 저기...


-여전히 텅 빈 교실


사에

....에? 아무도 안 왔어...


(화나서 아무도 안 오는 건가...?)


(아니, 그런 짓을 할 사람들이 아냐)


(화가 났다면 직접...)


(다른 예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연락이 와서...)


...아 맞아, 그룹 채팅!


............


에...그룹이 없어졌어


..........


그래, 교실에 놔둔 그 노트...


무슨 일이 있었다면, 거기에 분명 써있을...


...........


노트도, 같이 놔뒀던 과자도 없어


아무것도 없어...


누가 가지고 가버렸나...?


..........


-회상

마리아

그룹 채팅 만들지 않을래?


히나노

오, 좋군. 이름은 뭘로 할까


연극부 극작가

방과후만의 관계니까요─


사에

...되게 사이 안 좋게 들린다


연극부 극작가

황혼....땅거미...으─응....


사에

...중학생도 아니고. 이리 내봐


연극부 극작가

앗, 잠깐!


삐롱♪


마리아

방과 후 그룹...


연극부 극작가

수수해! 재미 없어!


히나노

그렇군...그럼 아이콘은 이걸로 하지


삐롱♪


사에

...하!?


잠깐, 제 사진 언제 찍은 거에요!?


마리아

어머, 귀여운 자는 얼굴이네. 후후후


사에

정말! 창피하니까 그만하세요!

연극부 극작가

다 같이 교환 노트 쓰고 싶어요!


사에

...귀찮아


연극부 극작가

에─엣!


그치만, 우리들 가만히 생각해봤더니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히나노

확실히, 사에의 위험한 얼굴을 알고 있고, 떠들기만 한다


그 정도 밖에 우리들에겐 공통점이 없으니 말이다


여기서 엮이지 않았다면 언제까지고 남이었을지도 모르지


연극부 극작가

그런 쓸쓸한 소리 하지 마세요─...


마리아

그렇지, 모두의 노트로 삼으면 어떨까?


떠오른 것을 써두거나, 메모를 해둔다거나


히나노

밥집 화장실에 가끔 그런 거가 있지


연극부 극작가

그럼, 우선은 그림 끝말잇기라도 하죠


자, 히나노 씨. 이거 뭐─게요


히나노

어...? 무슨 종류의 화학식이냐?


사에

아니, 이거 나방 유충이잖아요?


마리아

으─응....개미인가?


연극부 극작가

...도너츠 세트에요...


히나노

왜 하필 세트를

사에

..........


(뭔가, 이상해...)

사에

마리아 씨!


마리아

어머? 왜 그러니?


사에

저기, 무대의 일...죄송해요


그래서, 오늘 아무도 교실에 안 오길래


다들 화나버린 걸까 해서


마리아

...저기?


나, 오늘 사에 쨩이랑 무슨 약속을 했었던가?


사에

에....


마리아

보육원 아르바이트 얘기였나...?


사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확실히 약속은 안 했는데요


마리아

미안해...무슨 소리인지 좀 모르겠네...


나, 뭔가 잊어버린 걸까...?


사에

아니...그...죄송해요!


(어떻게 된 거야...?)


히나노

아파라...


사에

아....히나노 씨...! 그...


히나노

...응?


아, 너는, 마리아랑 자주 알바하던 2학년 애인가


사에

에....무슨, 소리에요


히나노

왜 그러냐? 안색이 안 좋다만...


사에

싫다...아무리 그래도 악취미잖아요...


화났다면 제대로 사과할 테니까요...


히나노

...무슨 소리냐?

사에

읏!


뭐야, 대체 뭐야...이제 싫어...집에 가자...


부스럭


사에

신발장에 편지가...?


─읏!?


이거, 걔 글씨야...


연극부 극작가

사에 양에게


사실은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지만

오늘의 무대가 마지막 등교 일이니까

편지로 남겼어, 미안해


항상 주변을 배려해주고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항상 싱글벙글 웃어주는 사에 양이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아가씨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니까

별로 대화를 나누지 못 했던 것이

조금 유감...


이사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얘기 해두고 싶었는데 말이야


언젠가 또 어딘가에서 만난다면

그 때는 좀 얘기 좀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사에

....하?


사에 양이라니 뭐야...이사라니 대체 뭐야...


들은 적 없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사에

이젠, 싫어...

큐베

여기에 있었구나, 사에


사에

큐베...


큐베

소울 젬이 꽤나 더럽혀졌구나


사에

소울 젬...?


큐베

슬슬 마녀를 잡으러 가자


아무래도 근처에 마녀의 반응이 있는 모양이니까


사에

...그래, 알았어


큐베

그 편지는 뭐니


사에

...뭔가가 이상해


절친인데도 마치 남인 것처럼 써진 편지에


히나노 씨랑 마리아 씨도...모두의 태도가 이상해서


큐베

어쩌면


그건 너의 소원의 영향일지도 모르겠구나


사에

에...?


큐베

학교의 모두가 알고 있는 너를 양가의 아가씨로 만드는 것


그것이 너의 소원이었지


그렇다면 너의 소원은 학교의 학생 전원에게 영향을 끼쳤을 거야


그 결과로서


너의 친구와의 관계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어


사에

...그래. 그랬구나


교내의 인식을 바꾼 영향...이란 말이지...


아─...진짜 멍청하게


이제 됐어...


잠깐 들리고 싶은 곳이 있으니까


그 일이 끝나거든 제대로 설명을 해줘야겠어


마녀니 소울 젬이니, 신경 쓰이는 것이 많아서 말이야


큐베

물론, 그럴 생각이야

사에

(이제, 여기엔 아무도 오지 않아...)


사에

원래부터 여기에 모이던 것에

깊은 이유 따윈 없었다


여기에 있던 모두의 공통점은 그저

「나의 맨 얼굴을 알고 있다」는 점 뿐


-회상


히나노

확실히, 사에의 위험한 얼굴을 알고 있고, 떠들기만 한다


그 정도 밖에 우리들에겐 공통점이 없으니 말이다


여기서 엮이지 않았다면 언제까지고 남이었을지도 모르지


사에

빈곤이라는 나의 진짜 모습이 없었다면

이어질 일이 없었던 관계이며

히나노 씨의 말대로 남이었을 우리들


진짜의 내가 학교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지금

나와 모두의 연결점은 아무것도 없다


내(私) 소원은

여태까지 모두와의 관계를 지워버렸다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양가의 딸」인 거짓된 「나(わたし)」뿐


마법이 어떤 것인지는 나는 아직 알 수 없지

분명 이것저것 교묘히 날조된 겨로가

방과 후 이 교실에서의 관계는

완전히 없던 일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사에

뭐가 가족도 친구도 소중히 하자...야

나는 가족 밖에 보지 않았던 거야

나는 하나 밖에 지킬 수 없었어


결국,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거야


모두, 나를 이해하고

응원해주고 있었는데


제일 가까이에서 나를 지탱해줬던

모두의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 하고 있었어


사에

(그러니까, 이건 분명 그런 바보 같은 나에게 내려진 벌....)

큐베

그건 그렇고 너의 소원은 예상외였어


사에

무슨 뜻이야?


큐베

너의 가족 사정을 감안하면


당연히, 경제상황의 개선을 직접 요구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사에

..........아─....


네 말이 맞아. 왜 그렇게 빌지 않았던 걸까...


너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제안해줬으면 좋았을 거를


큐베

너 자신의 소원이야


내가 제안한다는 짓은 하지 않아


사에

아, 그래. 그런 스탠스란 말이지


너도 악덕 세일즈라는 거야


큐베

너의 소원은 이뤄졌어


마법소녀로서의 사명은 제대로 다해줘야지


사에

너무 충격적이라 오히려 냉정해졌어


이제 됐어, 자력으로 출세하고야 말겠어


(그러니까 이제, 모두에 대해선 포기할 수 밖에 없어...)


큐베

사에, 곧 결계가 가까워. 변신하는 편이 좋아


사에

...응

사에

(마법소녀가 됐다고 걔한테 알려준다면)


(소재로 삼을게...같은 말을 하며 눈을 빛내고 있었겠지만...)


큐베

대단해, 사에


설마 초전에서 이렇게도 간단하게 마녀를 쓰러트려버릴 줄이야

하아...이걸로 끝이야?


이걸 정기적으로 쓰러트리려면 고생 좀 하겠지만

운동능력이 비약적으로 올라간 거는 좋은 일이네


전부다 육체노동을 잘 할 수 있게 돼서

알바의 폭이 넓어질 것 같으니까


사에

...후우


히나노의 목소리

이상하군, 확실히 이쪽에서 마력의 반응이 느껴졌다만

히나노

응, 너는 아까 그...


사에

아....

사에

...안녕하세요


마리아

어머, 너도 마법소녀였구나...!


사에

그 후 히나노 씨와 마리아 씨와는

마법소녀의 선후배로서

다시 교류를 시작했다


사이가 좋아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물론 두 사람에게

그 방과 후 교실에서의 기억은 없고

우리들은 이전과는 다른 관계성 속에 있다


나만이 알고 있는 기억

그 기억이 진짜라고

증명해줄 것은 이제 없다


그리고 그 애는, 평범한 동급생으로서

이사갔다


히나노 씨와 마리아 씨는

그 애가 이사를 갔다는 것조차 모르며

그 애의 이름조차도, 이젠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녀는 이제, 그저 우연히 감상한 연극에서 목격한

모르는 2학년 생 극작가라는 존재

...내 소원이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히나노

그러고 보니, 사에가 말했던 애절한 결말이란


어떤 거였냐?


마리아

그거, 나도 신경 쓰이네


사에

아, 네


제가 들은 결말은 슬픈 이야기로서


주인공은 가족이 그리워져서 집에 돌아갔지만


그것을 계기로 히로인을 향한 연심을 깨달아요


하지만 그 때는 이미 히로인과 연락을 취할 수단도 없고


두 사람은 두 번 다신 만날 수 없게 돼버리죠


주인공은 후회를 하지만, 포기하고 슬픔에 잠긴다는


....비련의 결말이었어요


그 쪽은 어떤 식으로 끝났나요?


히나노

우리가 봤던 것은


그 후 주인공은 이래저래 근성으로 히로인을 맞이하러 가서


만날 수 없었을 터인 두 사람이 재회를 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였다만 꽤나 개그 요소가 강했지


마리아

후후, 그랬어


하지만 정말로 행복하고, 멋진 이야기였단다


히나노

그렇군


주인공은 오만하게도 보였다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자세는


마치 만화의 주인공과 같았다


사에

하지만, 어째서 직전에 결말을 변경했을까요...

마리아

뭔가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사에

마음...?


히나노

그러고 보니 극작가의 인사에는 뒤가 더 있었다


연극부 극작가

「여, 여러분 보러 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또한 오늘은 개연이 늦어져 버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라스트 변경에도

대응해준 연기자...조명과 음향

스탭 여러분 모두...정말 고마워요!」


「여러분에게 미소를 전해드릴 수 있었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연극부 극작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전부, 전력으로 취하러 가야 한다

주인공이라면,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 근성이 있다면

분명 어떤 이야기도 뒤집을 수 있어요」


「저는 그런 힘을 믿고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사에

.............

연극부 극작가

물론이지. 지금 쓰고 있는 희곡의 주인공도


조금은 사에 쨩을 모델로 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정도인걸


사에 쨩, 강하고 멋있어서 주인공 같으니까 말이야


사에

(나와의 기억은 사라졌더라도)


(그 애가 작품에 담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어...)


(하지만, 그 애가 믿어줬던 내 근성은)


(마지막의 마지막에 부러져버렸어...)


...........


(하지만, 언젠가 뒤집어내서)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 있는 걸까)

사에

(그 애의 무대의 주인공처럼...말이야)


마리아

사에 쨩?


사에

...아뇨, 뭐랄까 그 애답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히나노

사에는 그 극작가랑 정말로 사이가 좋았구나


사에

...........네


-히나노와 마리아를 한번씩 바라보는 사에

사에

정말로 소중한, 제 친구였어요

사에 (음성첨부)

이제...되돌릴 수 없으니까


진짜 나(私)를 숨기고

진짜 자신을 숨기고 거짓된 가면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있는 그대로는 스타트 라인에 설 수 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됐기에

언젠가 가면도, 이 얼굴에 익숙해져 하나가 되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거짓은 진실이되고, 이상의 가면이야 말로 진짜 내가 된다

누나는 그림자의 조력자

가계부를 쓰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타임 세일에 덤벼들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 덧, 한 때의 기억에 잠길 여유 따윈 어딘가로 사라져있었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한 결같이 적자를 쫓고 있다는 것 



기억이 변해서 굳이 대화 해본 적도 없는, 같은 반도 아닌 애의 신발장에 편지를 넣어두고 갔어.

사에는 몰라도 작가쨩은 확실하게 진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