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노

오늘은 고맙다. 같이 와줘서


실험도구 전부를 혼자 옮기는 건 아무래도 불안했으니 말이다...


사에

아뇨, 아뇨


제가 좋아서 도와드리고 있는 거니까요


오늘 실험교실을 여는 보육실에선


나도 가끔 마리아 씨랑 아르바이트 하고 있으니까


히나노

그건 전에 마리아한테 들었다만


사에가 아르바이트라니, 의외였다


학교에선 양가의 따님이라고 아주 유명하니까


사에

사회공부에요, 후후


이번엔 어떤 실험을 하는 거죠?


히나노

아이들 수준에 맞으면서도 화려하고 놀라움을 줄만한 실험이다


사에

혹시, 또 드라이 아이스랑 비누방울 실험인가요?


히나노

또....라니 얘기한 적이 있던가?


사에

앗, 그게.....그! 전에 남동생한테 들어서...


히나노

뭐야, 너 동생 있었냐

사에

....에, 아, 네


(아차...)


(지금의 히나노 씨는 나한테 동생들이 있다는 걸 몰랐어...)


히나노

요즘 들어 기억력이 나빠져서 말이다. 미안하군


사에

...아뇨, 제 착각이에요. 지금 처음 들었어요


사실은, 귀여운 여동생과 건방진 남동생이 둘 있거든요


(위험해...긴장을 놓으면 안 되는데)


(조금만 힘을 빼면 예전이랑 똑같이 대해버린다니까)

마리아

「거북이를 구해준 우라시마 타로는

용궁성에서 대접을 받았습니다」


「물고기들이 하늘하늘 춤추며

맛있는 밥도 잔뜩 나오고

우라시마 타로는 정말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우라시마 타로는

점점 고향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히나노

조금 일찍 와버린 모양이군


사에

아직 낭독회 중이었네요


히나노

우라시마 타로라...


기시감이 있다 싶었더니...그거군


전에 연극부가 했던 패러디 물이 있었지

사에

...기억하고 계신가요?


히나노

실례군


아무리 기억력이 나빠졌다고는 해도


그 강렬한 이야기는 좀처럼 잊을 수 없는 법이다


마침 시작할 무렵 우연히 지나가다 봤었지


모처럼의 기회니까 마리아와 함께 봤다만


제법 재미있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오리지널 요소가 강해서


단어 선택 같은 것도 꽤나 첨단적인 작품이었지


사에

(....무대의 기억은 제대로 남아있구나...)


(보러 갔던 이유는 빼고...지만..)


개그 요소도 강했지만


그 결말의 애절함은 의외였죠...


히나노

응? 그게 애절했던....가?


사에

에?

마리아

아, 얘들아 어서 와


히나노

마리아, 낭독회는 이제 끝난 거냐


마리아

그래. 잠깐 쉬는 시간 가진 다음 화학 실험 교실 시간이야


사에

수고하셨습니다


마리아

후후, 고마워


그래서, 둘이서 무슨 얘기 하던 중이었어?


히나노

아아, 전에 봤던 연극부 무대의 결말 말이다


나랑 사에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다른 것 같아서


마리아

아, 그거라면


공연 직전에 각본의 흐름이 변했다고 들었어


사에

직전에 변경....?


히나노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극작가가 무대 후에 단상에서 인사하며 이런 얘기를...

연극부 극작가

「여, 여러분 보러 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또한 오늘은 개연이 늦어져 버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라스트 변경에도

대응해준 연기자...조명과 음향

스탭 여러분 모두...정말 고마워요!」


「여러분에게 미소를 전해드릴 수 있었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히나노

모르는 2학년생이었다만, 제법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


사에

(모르는 2학년생......이라)


과연....그런 거였군요


(걔한테선 아무것도 들은 기억이 없어...)


확실히, 여태까지 이야기 흐름을 몇 번 보여준 적은 있었지만


이번 이야기는 걔 치고는 드물게도


해피 엔딩이 아니었으니까요...


히나노

뭐야, 극작가 학생이랑 아는 사이였나


연극 내용을 보여줄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던 거냐?


당일에는 못 갔고?

사에

.............


네, 그랬어요


갈 예정, 이었는데 말이죠


사에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은

히나노 씨와 마리아 씨가 가진 기억과는

다르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전부 내 잘못....

내가 천박하고 오만한 것을 빌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내가 소원을 이루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에

모금을 위해서 도움을 주세요─!


아주머니

어머, 열심히 하는구나


사에

감사합니다!


후배 아가씨

키리노 선배, 전단지 다 떨어졌어요...


사에

아, 예비 가져올 테니까 잠깐 기다려


남학생

어라, 여기에 있던 노트 더미들


사에

아, 아까 내(わたし)가 제출하고 왔어


남학생

내 담당이었는데, 고마워.....!


여학생

에, 혹시 금붕어한테 먹이 준 것도?!


사에

응, 해뒀어


여학생

여신이다....나, 이번에야 말로 뭔가 공물을....

부끄럽게, 그렇게 거창한 일도 아니야


전부 내가 좋아서 하고 있을 뿐이니까


정말로 신경 쓸 필요 없어


아, 그래도 정말로 뭔가를 준다고 한다면...

과자 같은 걸 주면 남동생들이 좋아할지도, 후후


여학생

눈부셧....


드르르륵


선생님

어허─ 녀석들, 자리에 앉아라


어제, 학교에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학생

으엑, 클레임 전화?


선생님

아니아니, 감사하게도 칭찬하는 내용이었다


키리노

사에

아...네


선생님

짐이 많아서 고생하던 노인분의 짐을 대신에 옮겨서


집까지 보내줬단 모양이구나


그 분께서 고맙다며 전화를 해줬다


사에

아! 그때 그...


에, 근데 어떻게 저라고...


선생님

키리노, 가방에 유성 매직으로 풀 네임 써뒀잖냐


그것도 히라가나로


사에

엣, 아.....아─.......!


여학생

하!? 너무 귀여운데!?


사에

아하하....부끄럽네


초등학생 때부터 쓰던 손가방이어서...


여학생

게다가 절약정신도 엄청나!


선생님  

허리가 아프던 참이었는데 정말로 고마웠다고 하셨다


참 잘해줬구나. 너희도 키리노를 본 받아라─


학생들

「네─에」


드르르륵


연극부 극작가

아, 사에 쨩. 수고했어~


사에

...........

연극부 극작가

괜찮아, 아무도 없어


사에

우으~~~~~....

사에

힘들어라...


연극부 극작가

후후, 스위치 off의 사에 쨩


가끔 아재 같은 목소리 낸다니까


사에

...시꺼


여기서 정도 밖에 이런 목소리 못 내니까


연극부 극작가

그래서, 오늘은 어땠어?


사에

평소대로 아주 잘 풀리고 있어


아, 그래도 전에 짐 옮기는 걸 도와드렸던 할머님이


학교에 전화를 걸어준 것은 기쁜 오산이었네


연극부 극작가

아, 항상 가방에 크게 이름을 써둔 거가 도움이 됐네


사에

그건 딱히 노리고 있던 거는 아냐...


단순히 새로 사서 쓸 여유가 없었을 뿐이니까


연극부 극작가

사에 쨩은 정말 굉장해. 목적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사에

하아...내(私)가 노력할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연극부 극작가

그래도, 인맥을 만들어 아가씨들에게 받아들여져서 출세하고자 하다니


만화 주인공급의 근성이잖아


사에

그거 칭찬하는 거 맞지?


연극부 극작가

물론이지. 지금 쓰고 있는 희곡의 주인공도


조금은 사에 쨩을 모델로 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정도인걸


사에 쨩, 강하고 멋있어서 주인공 같으니까 말이야


사에

창피해...


저작권료 같은 거 받을 수 있을까?


연극부 극작가

이런 쪽으론 참 억척스럽네~


사에

그것보다 오늘 좋은 뉴스가 있어


연극부 극작가

오, 새로운 출세 루트?


사에

그래. 저번에 있잖아....!


드르르륵

사에

와앗...누구세요─?

히나노

여어


마리아

우후후훗


사에

뭐야, 히나노 씨랑 마리아 씨인가...


깜짝 놀랐잖아요, 진짜...


히나노

너의 그 표리의 격차는 몇 번을 봐도 무섭구나


마리아

그래? 나는 귀여워서 좋아하는데?


연극부 극작가

사에 쨩, 존재 자체가 창작의 소재거리라는 느낌이라


문장이 쑥쑥 써진다니까요─ 후후


사에

......조금 너무하지 않아?


히나노

오, 다음 무대 희극인가!


연극부 극작가

네, 그래도 지금 결말로 고민하고 있어서....


마리아

우리 같은 초보라도 좋다면 언제든지 상담을 받아줄게


히나노

그러고 보니, 사에. 요즘 아르바이트는 잘 되가냐


사에

아 그래, 좀 들어 보세요!


사실 급료가 쎈 알바가 정해져서 얼마 전부터 일하기 시작했거든요


히나노

......위허한 일은 아니겠지


사에

설마요. 평범한 가정교사에요


다만, 상대는 학교에서도 유명한 회사의 영애


봉사활동 중에 우연히 사이가 좋아졌거든요


히나노

너 그거 설마...


사에

네, 그 아가씨랑 친해지고


거기에 가정교사로서 좋은 평판을 얻는다면...


연극부 극작가

교내 평판도 껑충 뛰겠지!


사에

바로 그거야

마리아

책사구나, 후후


사에

게다가 그 시급이 무려....


소근소근소근


히나노

......그거 진짜로 괜찮은 거 맞냐?


사에

...아마도요?


그래도, 가계가 몇 년간 유래 없이 쪼들리는 상황...이라서


도저히 한가하게 있을 순 없었어요


히나노

그야 뭐 힘들기야 하겠다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마라?

사에

그럼, 많이 힘드니까 어깨 좀 주물러 주세요


히나노

얌마, 기어오르지마


아니, 이왕이면 아주 제대로 풀어주마


사에

...아니, 농담이에요


잠깐, 아, 간지러워!


연극부 극작가

그러면 저 부활동 다녀올게요!


마리아

다녀오렴. 연기, 기대하고 있을게


연극부 극작가

저는 극작가니까 무대에는 안 올라가지만요!


히나노

저 녀석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사에

그렇죠. 당일, 기대되네요


히나노

아, 그렇지. 사에 이번에 화학 실험 교실에서


드라이 아이스랑 비누방울의 실험을 한다만


리허설에 어울려줄 수 있겠냐?


사에

...또 그거에요? 참 좋아하시네요


히나노

뭐 어떠냐. 화려하고 애들 수준에 맞고 좋으니까


사에

그것도 그렇네요


사에

....하아


오늘 알바 손님 진심 대체 뭐냐고...


아~....떠올리는 것만으로 짜증나기 시작하네...


장롱 모서리에 새끼 발가락이라도 찧어서 뒹굴어버려라...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은...

큐베

많이 힘든가 보구나. 키리노 사에


사에

...또 너야?


흰 너구리가 말하는 사실에 대해선 놀라긴 했지만


오늘도 항상 하는 그 권유?


큐베

너에게는 마법소녀가 될 수 있는 소질이 있으니까


사에

그것도 알고 있지만


마법소녀라는 비현실적인 것에는 흥미 없고


어떤 소원이든 이뤄진다...라니 수상쩍은 거에도 정도가 있어야지


악덕 세일즈에 넘어가는 거는 엄마 만으로 충분해


...그런 거라면 다른 애를 찾아보지 그래?


큐베

알았어. 타이밍이 나빴던 모양이구나


네가 흥미를 보여줄 때까지 나는 몇 번이고 찾아올 테니까


그럼, 또 보자


사에

...질리지도 않네


사에

다녀왔...

사에

우왓


(...또 빚쟁이야...?)


사에의 어머니

「어쩌죠...」


사에

(옆 방에서 뭔가 얘기하고 있어...?)


사에의 아버지

「괜찮아, 분명 어떻게든 될 거야」


사에의 어머니

「아무리 그래도..

급료 압류라니 그런...」


사에

(하?)


아빠, 엄마


사에의 아버지

사에....!


사에의 어머니

벌써 돌아왔구나. 어서 오렴


사에

...그보다 뭐야 방금 그 대화? 압류가 어쩌고 했는데


압류라면 독촉장 같은 거가 먼저 오고 그러진 않았던 거야...?


사에의 어머니

...예전부터 왔었어


하지만 걱정 끼치고 싶지가 않아서...


사에의 아버지

미안하다


사에

아니, 아니아니아니......


그런 거는 숨기지 말라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었지...?


사에의 아버지

...........


사에

(이 사람들은 대체 왜 이렇게 항상 낙관적인 거야...)


사에

우리 집은

4인 남매의 6인 가족이고

가계는 내 알바랑

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아빠 둘이서

지탱하고 있는데...


아빠가 급료를 압류당해버리면

우리들은 살아갈 수 없어...


아빠도 엄마도

가족이 다 함께면 그걸로 됐다 생각하는 모양인데

돈이 없으면 같이 살 수 없게 된다니까


정말 언제나

두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세상은 살아가는 것을 용납해주질 않아


돈이 없으면

가족이 다 함께 살 수 없다고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을 거를


사에의 어머니

정말 항상 미안해


사에

...............

사에

괜찮아, 걱정마


아무리 그래도 바로 내일부터...라는 거는 아니지?


사에의 어머니

그래, 유예는 있다고 했다


사에

그럼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할게!


요즘 새로 시작한 알바가 있는데


이번 달 많이 일해두면


당분간은 괜찮을 금액이 들어올 것 같으니까!


사에의 어머니

정말 미안해. 사에만 항상...


사에

아니야


나도 가족과 함께 있고 싶으니까


사에의 남동생

...어떻게 된 거야


그럼 우리들 다 떨어져 살게 되는 거야?


나는, 그런 거 싫어...


사에

괜찮아, 알았지. 울지마 울지마


사에의 남동생

...훌쩍. 안 울었는걸...


사에

그래, 강하구나


누나가 전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알았지, 그러니까 괜찮아!

사에 (음성첨부)

내가 가족을 지켜 보이겠어...그렇게 결심했어


거짓된 나(わたし)를 연기하며

「동급생인 키리노 양이라고 알아?」

「응, 언제나 미소 짓고 있고 다정해서, 뭔가 멋있지」

「여신님 같아....라는 말 듣는 것도 수긍이 가」

「문무양도의 아가씨...머나 먼 존재지만, 뭔가 동경하게 되네」



리카, 한나 이후로 오랜만에 나오는 모브캐릭터랑 찐레즈 하는 마법소녀 스토리의 막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