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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만이 환하게 비춰지는 작은 교회에서, 우리 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한쪽은 잔뜩 긴장하고 있으며, 다른 한쪽은 한쪽 팔이 꺾였는데도 여유로워 보였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랑 싸워서까지 죽으려고 하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언니의 오른팔을 부러트렸다곤 해도, 방심 따위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동안 언니가 보여준 무력은 그만큼 압도적이니까.

대련이 아닌 전력 대결이고, 둘 다 항복을 할 생각 따위는 없다.


결국, 둘 중 하나가 전투 불능이 되거나 제압당하는 시점이 싸움의 끝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불리한 점은 하나 더 있다.

지금도 계속 언니의 마법이 나를 위협해 오는 것이 느껴진다.

잠깐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언니의 마법은 사정없이 나를 옮아맬 것이다.


그러면 언니는 유유히 내 가방에서 소울젬을 꺼내 가겠지.

다시 언니의 구속을 풀어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방금은 언니의 방심으로 얻어낸 결과다.


“후우우…”


언니의 심호흡 소리를 들은 순간, 눈을 한계까지 강화한다.

언니의 공격을 놓치면 끝난다

그 결투의 개막은, 당연하게도 언니의 일격이었다.


한걸음에 거리를 좁히며 왼손으로 휘두르는 일격.


다행히, 눈으로 좇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손이 늦었다.

급하게 취한 방어 자세는 그것이 오답이라는 듯 처참한 결과를 보여줬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묵직한 충격은 그곳에서 멈추지 않고, 내 옆구리를 강타했다.


“크악!”


다행히 허리가 부러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 몸은 잠시 공중을 날아 교회의 의자 몇 개를 박살을 내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으으윽…”

“확실히 왼손이라 그런지 약하네... 페널티로는 적절한가.”


막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라고 생각하자마자, 바닥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언니의 지팡이는 내 몸을 내리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못해도 7m{1} 되는 거리를 뛰어온 것이다.


황급히 옆으로 굴러서 피한다.

하지만 그 빠른 속도가 무색하게, 바닥을 내리찍으려던 지팡이는 급격하게 90º로 꺾여 정확하게 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어보지만, 결과는 조금 전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잠시간의 부유감, 그리고 등에 커다란 충격이 나를 덮친다.


“컥”


폐에 있던 공기가 한순간에 빠져나간다.

알고는 있었지만, 압도적이다. 언니의 움직임을 아슬아슬하게 파악을 하는 것이 한계였다.

고통에 정신을 잃을 것 같지만, 마음을 굳게 다잡는다.


등을 벽에 기댄 체,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서 언니를 바라보았다.

언니는 오른팔을 축 내리고서,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메어리! 총으로 비스듬하게 막아! 정면으로는 답이 없… 으읍!!”


아직 처음 그 자세로 있던 안나가 짧지만, 조언을 해주었다.

얼마 안 가서 언니의 마법 때문에 입이 닫혔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이해했다.


“알겠어!”


지금 등에 메고 있는 총을 쓰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만큼 조금은 승산이 생긴다.

다만, 그것을 언니가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등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 지팡이가 날아왔다.

황급히 옆으로 쳐내는 순간, 이미 내 눈앞에 주먹이 달려들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옆으로 크게 도약한다.


쿵! 소리와 함께 교회가 떨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진짜 흔들렸을지도 모르겠다.

교회의 벽에 주먹의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저걸 맞았으면…


“언니 지금 진심이세요?! 그걸 맞으면 제가 죽어요!”

“너는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못 피했으면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어느 정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어.”


맨손으로 마녀를 패 죽였다는 게 사실인 거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총을 들 수 있었다.

지팡이를 내려놓지는 못하고, 방금의 총처럼 등에 메는 수밖에 없었다.


안나의 총으로 쏠 수 있는 탄환 종류는 3가지

폭발, 관통, 마비


폭발은 논외다. 아무리 밤중이고, 공동묘지 한가운데 있는 교회라 해도, 마녀 결계가 아닌 이곳에서 폭발 소리는 너무 크다.


팔이 부러졌는데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아하니, 관통은 무의미했다.


결국 마비뿐인가. 어차피 언니를 제압해야 하기도하고.


“준비는 끝났니?”


아무래도 언니 쪽에서 봐주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곧바로 총구를 언니에게 돌렸다.


탕!


아무리 그래도 총은 못 피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언니는 살짝 몸을 돌리는 것만으로 총알을 피해냈다.


놀랄 시간도 없이, 곧장 다가와 쏟아내는 연격

안나의 조언대로 비스듬하게 막으니, 언니의 공격은 총 옆면을 따라 비껴가, 나에게 오는 부담이 덜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슬아슬하게 대응하고 있던 연격이 가면 갈수록 빨라졌다.

눈으로 인식을 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많았다.

계속 뒤로 밀리고 있는 나에 비해서, 소피 언니의 표정은 그리 긴박하지 않았다.


“역시, 대단하네. 이 정도 속도까지 반응하다니.”


그렇다고 여유롭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왼손이라서 그런지 중간중간 빈틈이 있었다.

그것을 노릴 실력은 나한테는 없었지만, 그 빈틈이라도 있어서 대응할 수 있었다.


나를 몰아붙이던 언니는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총알은 허무하게 언니를 지나쳤다.

총알이 날아온 곳을 보면, 또 다른 내가 총을 들고 언니를 노리고 있었다.


“귀찮게 됐네.”


아무리 분신이라고 해도, 언니의 신체 장악에서 그냥 벗어날 수는 없었다.

지금처럼 언니의 마법으로 나 자신을 조종하는 것처럼, 분신도 함께 조종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내가 한 번에 조종할 수 있는 몸의 숫자는 겨우 하나.

능력의 한계보다는, 나 자신의 계산이 한계였다.

둘 이상을 동시에 움직이려고 하면 자꾸 어디선가 꼬여서 어쩔 수가 없었다.


거기에 평소에 분신도 하나 부르는 것이 한계였다.

한 개의 분신의 질을 올리는 것은 가능했지만, 여러 개의 분신을 꺼내는 쪽은 더 어려웠다.

안나는 반대였다는 것 같지만, 이것은 운용 방법 차이겠지.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잠깐이라도 집중이 풀리는 순간 모든 것이 꼬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는지 입에서 피 맛이 나기 시작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나와 내 분신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어 언니에게 거리를 벌려서 총을 쏘아댔다.

빠른 연사는 힘들지만, 서로 번갈아서 쏘면 그 간격을 줄일 수 있다.

안나의 활용법이었다.


하지만 언니는 총을 피하고자 어디론가 숨거나 하지 않으셨다.

곧장 나에게 달려드는 언니는, 분신의 총알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하고, 내 총알은 보고 지팡이로 쳐내고 계셨다.


하다못해 잠시만이라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까. 했는데…


그리고 다시 휘둘러지는 언니의 지팡이.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언니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몸을 숙인 채 더욱더 언니의 품속으로 파고들어서 공격을 피하고, 언니의 다리를 붙잡는다.

그제야 언니가 아차, 하는 표정을 하시지만,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


내가 분신을 내보내면서, 몸 두 개를 계속 집중하면서 오래 유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내가 언니의 다리를 꽉 붙잡아 언니가 못 움직이게 한다.

내가 붙잡는 것 정도야 언니는 곧바로 빠져나갔지만, 아주 잠깐, 언니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었다. 


탕!


내 분신이 쏘는 마비 총알이 언니에게 적중했다.


“윽…”


언니는 몸이 마구 떨더니,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바닥에 쓰러지셨다.

나를 계속 압박하던 언니의 마법의 힘이 사라진 것을 느꼈고.


“메어리 너 대단하다! 네가 소피 언니를 이겼어!”


안나가 다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 이겼다.


“하아…”


몸에 힘이 풀려서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분신은 마지막 총알을 쏜 직후 사라졌다.

한순간이라도 늦었으면, 내가 끝날 뻔했다.


안나는 자신의 총으로 다시 한번 언니에게 마비 총알을 쏘고, 언니의 다리에 관통의 총알을 쐈다.


“또 움직이지마… 내가 싸우는 것도 아닌데, 무서워 죽을 뻔했다고…”

“......”


언니는 아무 말 없었다.

나도 더 뭐라 할 기운은 없었다.


“하아… 저기 있잖아. 우리의 어떤 말이 문제였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함께 살아주면 안 될까? 언니의 친구들이 죽었던 것처럼, 우리도 눈앞에서 언니가 죽으면 많이 슬플 것 같은데.”

“......”

“그리고 그렇게까지 이야기했으면 그냥 살아주지 자꾸 왜 그러는 거야? 말 못 한 진실이라도 있으면 숨기지 말고 말해줘.”

“......”

“아 진짜! 메어리가 언니와 싸워서 이겼잖아! 그럼 승자의 말을 따르란 말이야!”

“... 났어.”

“뭐?”




“미안하지만, 안 끝났어.”


그 순간 교회의 창문이 깨지고 문이 열렸다.

깨진 창문과 열린 문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오고 있었다.


아니,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하… 이렇게 사용하는 건 처음이지만, 본인의 의지가 없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쉽네.”


다시 말하겠다. 이곳은 공동묘지를 관리하는 교회다.

주변은 온통 묘지라는 이야기다.



“이래서야, 나를 보고 마녀라고 해도 뭐라 못하겠네.”


정말로 죽은 사람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 글쎄 왜일까.”


언니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다리에 있는 구멍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지만, 움직이는 데 문제없어 보였다.

그리고 오른팔… 나에 의해서 꺾였던 오른팔이 움직였다.


콰드득! 거라는 소리와 함께, 언니의 오른팔이 마구 움직이더니, 이윽고 부러지기 전 모양으로 돌아와 있었다.

완전하지는 않았다. 부러져있던 부분은 파랗게 부풀어 올랐지만,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른손을 몇 번 접었다 폈다. 하던 언니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 이기면 알려줄게.”






{1} 독자 편의를 위하여 미터법으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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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중에 한편 더 올릴 생각입니다.


전투씬 쓰기 역시 어렵네요.


다음주부터는 1부 마무리하고 잠시 휴재 들어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