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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암… 쩝, 피곤해 죽겠어.”

“내가 해줄까?”

“니 팔 상태 보고 이야기해… 근데, 이거 의미 있어?”

“솔직히 없지?”

“...... 아, 몰라 이미 다 한 거, 소울젬 들고 온다?”



미리 침대에 눕혀놓은 언니의 곁으로 다가갔다.

안나가 소피 언니 바로 옆에 노란 소울젬을 살짝 놓아주었다.

그 소울젬의 오염은 미리 정화해두었다.


잠시 후, 서서히 언니가 눈을 떴다.


“소울젬을 멀리 떨어트려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마치 잠깐 자다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네. 피로가 전혀 안 풀리는 거 정도 빼고.”

“부럽다. 우리도 좀 잘걸.”


창문 밖에는 해가 뜨고 있었다.

싸우는 시간도 시간인데, 솔직히 교회 정리와 내 응급처치가 좀 오래 걸렸다.

나는 환자라서 거의 못 움직였고, 안나 혼자서 다 한 거나 마찬가지니, 안나는 평소보다 훨씬 피곤해 보였다.

언니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물어보셨다.


“... 근데 이건?”

“아무리 그래도 불안해서요. 언니에겐 아무것도 아닌 건 알지만, 가능하면 가만히 있어 주세요...하아암...”


나도 피곤한지 하품이 나와버렸다.


참고로 지금 모양이 좀 이상하긴 한데, 우리는 창고에서 밧줄을 찾아다가 언니를 침대에 묶어놨다.

의미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거라도 안 하면 불안해서 어쩔 수 없었다.


“... 풀어주렴. 별다른 짓은 안 할 테니깐.”

“왜, 이야기할 때에는 문제가 될 것이 없잖아.”

“메어리, 네 왼팔은 고쳐줘야지. 진작에 고쳐줄 생각이었는데, 그럴 시간은 없었고. 대충 응급처치해서 지혈도 제대로 못 한 거 같은데, 안 어지러워?”

“......잠깐, 뭐?”

“그게 가능해요?”

“5년 경력이 우습게 보이니?”


조금 고민이야 했지만, 묶느라 고생한 것이 무색하게, 언니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 너무 안 풀리는데… 그냥 잘라?”

“자를 거면 내가 나갈까?”

“밧줄 아까워요…”



뭔가 누워있는 게 내가 되고, 옆에 앉아 있는 게 언니가 되었다.


“그럼 할게.”


언니는 먼저 내 소울젬을 살짝 건드렸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잠시 후 내 왼쪽 상체 부분의 감각이 통제로 사라졌다.

침대의 푹신한 느낌조차 느껴지지 않았는데, 허리뼈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감각은 멀쩡했다.


“자, 잘 됐다면 왼쪽 상체의 감각이 사라졌을 거야. 지금 내가 만지고 있는 거 느껴지니?”

“아, 아뇨. 오…. 와 신기해요.”

“그럼 시작한다. 가만히 있어.”


언니는 눈을 감고 아무 말 없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팔 위치를 보아하니, 내 상처 부분을 만지고 있는 듯했다.

솔직히 고개를 돌려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안나의 표정이…


뿌득 뿌득 우두둑!


“우웩, 저게 뭐야...”


얼굴이 창백해지며 뒤를 돌아보는 안나를 보고, 궁금해하지 않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왼쪽 감각이 전혀 없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고, 그나마 힌트는 소리뿐인데.


질퍽, 꾸륵 주르륵.


이… 이게 뭔 소리지?


“앗...”

“왜 그러세요?”

“스스로한테 했을 때와는 조금 다르네… 별건 아니야. 피곤할 텐데 잠시 자고 있으렴.”

“불안하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큰일 난다?”

“......”


졸렸는데, 피곤한 것이 다 날아가 버렸다.


뭔가 언니, 혼잣말로 조용하게 처음이라고 하신 거 같은데… 제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죠?



“자, 다 됐어.”

“음? 아…. 저 언제부터 잤어요?”

“얼마 안 됐어.”


나도 모르게 잠들었던 것 같다.

왼쪽의 감각이 다시 돌아온 것을 느끼며, 침대에서 일어서보았다.

각오하긴 했다만, 침대에는 피가 흥건했다.

왼팔을 보아하니, 붕대로 묶여있는 것은 같았지만, 따로 피가 묻어있거나 하지는 않았고, 부목을 대기 위해서 묶은 듯했다. 불편하기는 했지만, 처음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일단 지혈은 확실하게 했고 치료도 어느 정도는 했지만, 뼈가 부러진 것은 난 어떻게 못 해. 상처도 다 나은 것은 아니니깐, 조심하렴.”

“문제는 없는 거죠?”

“팔이 잘렸다가 다시 붙기도 했으니 아마도? 자라는 건 무리지만.”

“우와 그게 뭐야...”


언니 뒤에 있는 안나도 그 와중에 한숨 자고 온 건지 개운해 보였다.

안나 분신은 따로 집에 보내놨다고 했으니, 문제 없을 거다.


“대체 어떻게 하신 거에요?”

“간단하게, 자세하게?”

“자세하게요.”


“나도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우리 몸은 조그마한 세포라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 그리고 상처가 낫는 과정은, 그 상처 주변의 세포들이 서로 분열해서 채워지는 것이라고 하고. 난 그 사실을 듣고, 몸을 조종할 수 있다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다는 세포도…”

“죄송해요. 간단하게 부탁할게요…”


“단순 상처라면 어떻게 고칠 방법을 알고 있어서 시도해봤는데, 다른 사람에게 한 것은 처음이라 잘 안돼서 지혈만 하고, 급한 부위만 적당히 고쳐놨어.”

“그 상처 주변에 무언가 자라서는, 막 이렇게 굼뜰 거…”


갑자기 안나의 몸이 뚝 하고 멈췄다.

딱 봐도 언니가 안나의 입을 막은 듯했다.

지금 보니, 옆에 쓰레기통에 무언가 빨간 것들이 버려져 있는데… 아니겠지?

… 난 나중에 꼭 따로 회복 마법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자, 그럼 사족이 길긴 했는데, 제대로 이야기 할 건 해야겠지.”

“그래”


의자 세 개를 두고 서로 마주 보았다.


“먼저, 왜 그렇게까지 죽으려고 한 거야?”

“지쳐서.”

“지쳤다니?”


언니는 살며시 웃으며 이야기했다.


“정말로 살고자 하는 마음조차 스스로에게 질려서, 사는 것 자체에 지쳐버려서. 누군가의 위로도, 만류도, 걱정도, 지쳐버렸거든.”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어.”

“이해하지 않아도 문제 될 것은 없어. 아, 그래도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마저 풀렸다는 감정이 들자마자, 스스로 주체할 수가 없더라. 지금이야말로, 죽을 때다. 라고 말하면 이해될까?”


“응어리요?”

“...그건 비밀.”

“비밀 금지!”

“비밀 금지!”


한동안 안나는 징징거리고, 나도 안나와 함께 징징거려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개인적인 것이라,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못 말해줘.”

“... 그래 본인이 그렇게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갑자기 패배를 시인하고 이렇게 대화해주는 이유는요?”


언니는 그 질문을 듣자,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절 갑자기 그렇게 보셔도…”

“너 때문에 그랬어.”

“네?”


아니 물론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포기하셨으니, 당연한 건가?


“방금 말했듯 죽을 때를 놓쳐서 그런 것도 있고, 옛날 생각난 것도 있고, 네가 안쓰러워 보인 것도 있고...”

“있고?”

“새로운 살 이유를 찾은 것 같아서.”

“???”


도저히 모르겠단 표정으로 우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언니가 소리내어 웃었다.


소피 언니가 웃었다.

정말로


“말을 어렵게 했을 뿐이지, 그냥 변덕이야.”

“아니, 설명해달라고…”

“나도 지금 이 상태를 설명 못 하겠는걸, 너희한테 어떻게 설명하니.”


언니는 옆에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이제 막 겨울이 끝나가는 계절이었지만, 하늘은 맑았다.


“참, 이런 거 보면 나도 아직 어리다니깐.”



시간이 흘러, 어느덧 여름이 되고, 6월이 되었다.


… 그리고 내가 마법소녀가 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첫 번째 생일 축하해!”

“고, 고마워? 정말로 챙기는 거야?”

“물론!”


내가 생일이 언제인지 모른다고 하자, 자기 멋대로 내가 마법소녀로 계약한 날을 생일로 하자고 해버린 건 당연히 안나였다.


“근데 왜 첫 번째야?”

“처음으로 받는 생일축하라며! 그럼 첫 번째지!”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럼 메어리는 이제 한 살인 건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마법소녀가 된 것이 축하받을 일은 아닐 것 같다고 한 언니도 정작, 오늘이 되자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청소도 하지 말라고 하시는 등,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가게 손님들한테, 오늘이 네 생일이라고 하니까 챙겨주신 선물들 있는데 확인해볼래?”

“그런 건 또 언제 챙기신 건가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기뻤다.

생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1년 전 그날에 내 인생은 바뀌었으니까.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문제없겠지.


언니와 싸워서 생긴 상처는 언니의 처리 덕분인지, 마법소녀라서인지 한 달 만에 다 나았다.

심지어 부러져 있던 뼈들까지 다 붙었는데, 흉터 하나 안 남았다.


“자, 오늘 생일인 메어리와 놀기 위해, 오늘은 본체가 직접 왔습니다!”

“본체였어?!”


안나는 그날 이후 며칠간 고민하더니, 분신과 자신의 위치를 바꾸어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분신으로 한 경험도 기억으로 들어오긴 하지만, 분신의 기억은 조금 희미하게 들어오는 만큼 직접 수업을 듣고 싶다는 이유였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으니, 사실 나랑 처음 싸운 그 날부터 고민했었다고 했다.


‘언니와 싸우면서, 이러다 죽겠다. 라고 생각 하고 나니, 살짝이지만 무섭더라고… 그리고 그날 내가 밤늦게 사라지니깐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나니깐, 그동안 너무 어리광만 피운 거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래도 정말 괜찮은 거야?’

‘물론 괜찮지! 이편이 더 안전하기도 하고. 그렇지?’


사실 처음부터 안나가 낮에 집에 두고오는, 이른바 전력 분신과 본체와 구별이 불가능하긴 했지만, 이제 안나는 분신 쪽에서 분신을 낼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그리고 분신인 만큼, 전투할 때 좀 더 대담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약 분신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덤비면 쓰러트려도 쓰러트려도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보고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럼 잘 놀다 오렴. 이것저것 준비해둘 테니, 저녁때에는 돌아오고.”

“네~”


언니는 아저씨의 가게를 물려받아 영업하시기 시작했다.

가끔 나갔다가 술을 마시고 돌아오실 때도 있지만, 그동안 별일은 없었다.


솔직히 아직도 불안했다.

그래서 조금 억지긴 하지만…


‘아저씨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언니를 부탁한다고 하셨단 말이죠?’

‘들었어.’

‘그러니 제가 언니의 보호자인 거니, 제가 언니를 맘대로 해도 되는 거에요!’


라는 식으로 밀어붙여서 언니를 막 혼내거나, 동생 취급해볼 생각이었지만.


‘그럼 메어리가 내 대모인가? 대모님, 저 배고파요. 밥해주세요. 공부 가르쳐주세요. 돈 주세요. 어리광부려도 되죠?’

‘어? 어?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닌데?’

‘으하하핳핳 대모님이래’


그런 일도 있었지.

인제 와서는 나도 안나도 안심하는 중이다.


언니가 살고자 하는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고, 그것을 모르는 이상 언제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내가 죽기 전에는 안 죽을 거라고 언니가 말해줬다.


‘대모님보다 먼저 죽는 것은 실례잖아?’

‘대모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그럼 떠날 준비는 다 한 거야?”

“마법 덕분에”


내 손가방 생각보다 엄청나게 유용한 것이, 안에 물건을 집어넣어도 무게가 안 늘어났다.

용량도 어마어마한 것 같고.


덕분에 내 가방 안에는 각종 옷이며, 돈이며, 지도에 등불, 그리고 예비분의 그리프시드들도 들어있었다.


“집 주소는 외웠지?”

“네, 혹시 몰라서 노트에도 적어두었어요.”

“편지 자주 해주고, 최근에 언니 집에도 전화기 들여놨으니깐, 기회가 되면 전화도 해야 해? 하다못해 전보라도…”

“그… 건 노력해볼게.”


갑작스럽다면 갑작스럽지만, 난 여행을 좀 떠나볼까 했다.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고, 나름 오랫동안 생각하고, 둘과 상담해서 나온 결론이었다.


음, 사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원래 안나의 꿈이었다.

지금 내 삶에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계속 이곳에 있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행복했지만, 안나가 꿈꾸는 세상을 나도 꿈꾸고 싶었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


자유라는 꿈은 다른 메이드들 덕분에 꾸게 되었다.

여행하고자 하는 마음은 안나 덕분에 꾸게 되었다.


하지만 내 소원은 처음부터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있던 것이었기 때문에

마법소녀의 결말이 나쁘다고 할지언정

내 꿈을 이루게 해준 이 소원을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


“지구의 중심이나, 노틸러스호라던가, 아틀란티스라던가, 이상한 세계 같은 거 발견하면 바로 나 불러?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갈 거니깐.”

“알겠다니깐 진짜로.”


안나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하였지만, 당분간은 어리광부리지 않기로 했다니, 서로 서로 응원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함께 다시 여행가자?”

“당연하지!”


그리고 소피 언니는


“그래, 이왕 가는 김에 각 마을에 마법소녀들 한 번씩 만나보고, 마법 연습 열심히 하고.”


뭔가 평범하게 작별인사를 해주었다.


“언니는 제가 돌아오면 사라져있고 그런 거 아니죠?”

“사냥 도중 실수로 죽지만 않으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네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삶의 이유를 좀 더 찾아보려고.”

“그럼 좋아요!”

“그럼 어디부터 갈 생각이야?”

“런던이요! 수도로 한번 가보고 싶어요!”


집 안에서 창문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던 소녀는 1년 뒤 자신의 발로 도시를 나가게 되었다.


“런던이라면, 근처 열차역이 있는 곳까지는 걸어간 다음에, 기차를 타고 가보렴. 신기한 경험일 거야.”

“네! 그럼 다녀올게요!”

“몸조심하고, 잘 다녀와.”

“1년 안에는 와야 해!”


천천히 손을 흔들며 나아간다.


새로운 경험을 향해.





마법소녀 메어리 마기카 -1부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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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부족해서 마무리가 허접해졌어요… 오타 검수도 안 했을 정도로…

엔딩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 내 신념인데 이렇게 되다니 너무 슬퍼...


기획되어 있는 플롯은 3부까지이지만, 개인 사정으로 인해 잠시 쉬었다가 돌아오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19, 20화는 제대로 손봐주고 싶네요.


부족한 실력임에도 여기까지 봐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또 뵈요~


+6/18 오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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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예고


1888년 8월 런던 화이트채플


연쇄 살인


마법소녀 살인자


그리고 실종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