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병문안을 왔다고?

이 칙칙한 병원에 있는거보단 밖에서 뛰어노는게 더 좋지 않겠어?

희한한 애네...마음대로 해.



또 왔네...많이 아프진 않냐고? 안 아프면 병원에 있겠니?

미안할건 없어. 병이 아니라 사고때문에 이렇게 된거긴 하니까.

내일 또 오겠다고? 그만 와도 되는데...



안녕, 오늘도 왔구나. 

의사 선생님이 얼굴 부분 화상이 너무 심해서 추가 수술이 필요할 것 같대. 

응? 무서워서 그런건 아니야. 진짜로...하나도 안 무섭거든!

아, 놀릴거면 빨리 집에 가! 다신 오지 말고!



뭐야, 이건? 꽃이라고? 얼굴에 붕대 감은거 안보여? 보이지도 않는데 그런건 왜 사온거야.

이게 무슨 꽃이야?...냄새는 맡을 수 있긴 한데.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나, 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 진찰 시간이다. 이만 가봐.

...내일 또 올거야? 

아니! 귀찮을 것 같으니까 더 오지 말라고 하려 했거든!



뭐야, 갑자기 왜 이야기로 시작하는거야? 그보다 제목부터 말해줘야지. 

...재밌는 얘기가 있는데, 난 안보이니까 읽어주는거라고? 뭔가 동화책 읽어줘야 할 애 취급 받는것 같아서 기분나쁜데...

아니야, 대신 재미 없으면 각오해! 그래서 제목이 뭐라고? 설원의 음유시인? 뭔가 촌스러운데.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한번 들어볼게!

...훌쩍...뭐야...나...안 울었거든...진짜...하나도...재미없네...

...뭐?...아니, 또 들고 와...더 읽어줘...



응? 너구나? 라디오 듣고 있었어. TV는 소리밖에 못 들으니까 답답하더라구.

있지, 저주받은 신전에 있는 24시간 포장마차에서 파는 길쭉이 핫도그가 그렇게 맛있대. 먹어본 적 있어?

없다고? 뭐야, 엄청 센척하더니 모험은 많이 안해봤구나?

핑계는, 거기 몬스터가 얼마나 무서운데. 거기까진 안 가본게 정상인거야, 바보야.

사오면 어떡할거냐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소원이라도 하나 들어주지, 뭐!



오늘은 또 뭘 사온거야? 뭐? 그냥 해본 말인데 진짜 거기까지 가서 사온거야?

바보야, 거기 위험하잖아!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어?

...너 진짜 바보구나? 병원에서까지 하루종일 너 보긴 싫으니까 다신 그러지 마.

뭐...뭐야? 나한테 직접 먹여주려고? 부끄러우니까 그건 그만둬줘...

왜냐니! 아, 몰라! 아무튼 그런 게 있어! 응? 아, 소원 들어주기로 했었지. 

바보냐, 그런걸 여기다 쓰게. 흥, 나야 좋지 뭐. 난 환자니까, 간호하는 셈 쳐. 뭐야, 기분 나쁘게 웃지 마!

와...진짜 맛있다...간만에 병원밥 말고 다른거 먹으니까 행복해...

고마워. 내일 또 올거지? 아니, 기대한건 아니거든!



응? 수술 끝나고 붕대 풀면 뭐부터 해보고 싶냐고?

지금은 못 보는게 제일 답답하니까, 역시 어디든 보고 싶네. 여행 같은건 어떨까?

리스항구의 시원하게 생긴 집들이랑 바닷바람도 보고 싶고, 귀신들이 튀어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커닝시티 지하철도 한번 가보고 싶네.

음..그리고...24시간 포장마차도 역시 직접 가보고 싶다. 다른 맛있는 메뉴도 많겠지?

뭐? 너랑 같이 안갈거거든? 친구 많다면서...아, 알았어. 같이 가면 되잖아. 못 들은 척 하지 마! 두번 말 안해!

...안녕, 내일 또 보자.



저리 가! 언제까지 날 비참하게 만들 셈이야!

뭐야, 안 피했어? 내가 가라고 했잖아! 네 잘못이야! 나는 가라고 했는데!

네 목소리도 싫고 친한 척 하는 꼴도 보기 싫으니까 제발 내 앞에서 사라지라고!

또 오면 나 진짜 그어서 죽어버릴거니까 다신 오지 마!



뭐야? 어제 그렇게 심하게 말했는데 또 온거야?

미안해. 어제 많이 아파서 심하게 말했나봐. 나 싫어졌으면 그만 와도 돼.

...안 싫다고? 너 정말 바보야...우는 거 아니거든!

진짜 나 안 싫다고 했으니까 붕대 푸는 날까지 꼭 와야된다?

뭐? 그, 그런 거 아니라니까! 빨리 가!



안녕. 오늘은 내가 예전에 말했던 추가수술 있는 날이라 음성메시지로 남겨.

솔직히 좀 겁나. 수술때문에 죽을 일은 없다고 니오라 선생님이 그러셨지만.

그래도 예전에 네가 해줬던 말 기억나? 모든 꽃이 해가 떠있는 밝은 낮에만 피는 건 아니라고, 달맞이꽃은 어두운 밤을 거쳐야만 피어날 수 있다면서 꽃 들고 찾아왔었잖아.

지금 생각해도 엄청 부끄럽긴 한데 그래도 곱씹어보니 용기가 나더라. 이 수술이 끝나면 붕대를 풀고 나도 다시 빛날 수 있을까?

그동안 매일 찾아와줘서 바깥 얘기도 해주고, 맛있는거 사다주면서 응원이랑 위로해준거 진짜 고마웠어. 험하게 말한건 진심 아니었으니까 상처 받았다면 미안해. 

으, 내 입으로 다시 말하려니 되게 낯간지러운 말이다. 역시 수술 제대로 끝나면 이건 지워버릴래.

그러니까 굳이나 이거 녹음해둔건, 제대로 안 끝나서 혹시나 내가 잘못된다고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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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이상 각색으로 써보긴 또 처음이네

와 눈감고 편지쓰는 사람 만들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