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역설. 엘드리지-스미스가 2010년에 제시한 역설로, 피노키오 원리 PP와 피노키오 진술 PS에 의해 발생해.
PP: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할 경우, 그리고 오직 그때에만 피노키오의 코가 커진다.
PS:"내 코가 커진다"
PP가 성립하는 세계에서 피노키오가 PS를 말하면 발생하는 역설이야. 피노키오가 말한 PS가 참이라고 가정하면 PS에 의해 피노키오의 코는 커지지 않아야 하므로 모순이고, PS가 거짓이라고 가정하면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했으니 코가 커져야 하고, 그러면 PS가 참이 되니까 역설이 발생해.
얼마전에 본 역설인데, 거짓말쟁이 역설처럼 자기 지시적인 표현도 없고 물리적 실체가 있는 대상에 대해 서술하는 문장임에도 역설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 피노키오가 가상의 존재이고 PP가 성립하는 세계 자체가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정말 실제로 존재하는 역설이 없을까?
거짓말쟁이 역설을 처음 봤을때만큼이나 당황스러운 역설이었는데, 다시 보니까 꽤 비슷해 보이기도 해. 피노키오가 발화하느냐 발화하지 않느냐에 의해 역설이 발생하는지 여부가 달라진다는 게 신기하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랑 같은 말이니까. 결국 역설이라는 게 자기 지시적 표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지난번 올렸던 뻘글(https://arca.live/b/math/83287936)은 알프레트 타르스키 버전의 거짓말쟁이 역설인데, 자기 지시적이지는 않지만, 사실은 명제 'p:p는 거짓이다'를 'p:q는 거짓이다, q:p는 참이다'로 쪼갠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거든.
수학에는 많은 역설들이 있지만 거짓말쟁이 역설만큼 단순한 역설도 잘 없어. 논리학에서도 많이 다뤄지는 주제인데, 단순명료한 명제로 보이는 문장이 참도 거짓도 아니라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아. 배중률은 모든 명제는 참 또는 거짓이라는데, 그럼 참도 거짓도 아닌 문장은 뭘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