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이 모든 상황들이 다 내 잘못으로 느껴짐


뭐랄까 아빠랑 엄마가 나의 고민을 우습게 넘기면서 이를 가볍게 여기는 순간 바로 나의 아픔을 알기나 하냐면서 서로 싸워가지고 크게 다퉜던 적이 있었고


더군다나 아빠가 그냥 때려쳐라 누칼협 이런 뉘앙스로 얘기하니까 화가 더 크게 불거져서 물건도 박살내고 크게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던 적도 있었음


근데 그런 감정이 사그라들고 쉽게 앉히게 되니까 내가 뭐 때문에 화를 내고 직접 물건을 박살내고 엎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서 부모한테 물었더니


부모는 내가 기분이 갑자기 나빠져서 본인들에게 피해를 입었다면서 우리가 화를 낸 이유는 니가 갑자기 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면서 너가 잘못했기 때문에 생긴 거라며 얘기했더라고


물론 사과는 안하고 그냥 나한테 사과하라면서 부드럽고 조곤조곤하게 얘기하곤 했음


그래서 나는 그냥 사과를 하고 내가 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이유없이 화를 냈기 때문에 부모가 나한테 엄청나게 무례하게 군 거고 부모는 나한테 이유없이 상처를 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되뇌이면서


화를 내고 물건을 박살내고 반란을 일으키고 싸웠던 그 기억을 흑역사로 생각하면서 그런 거 생각하면 맨날 이불킥하곤 그러니까 다시 떠올리기도 싫고 그래서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면서 내 성격이 특이하고 기이한 체질이라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거라면서 자책하기 시작하고 있거든


지금은 부모한테 항의하고 따지려고 해도 그렇게 좋은 부모와의 사이가 망가지면 앞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려고 해도 의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참고 내가 먼저 양보하려고 하고 있어


그리고 솔직히 나는 내가 아프거나 고통스럽거나 괴롭거나 힘들어하는 걸 호소하려고 해도 그걸 어떻게 말로 전달하거나 설명하면서 얘기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


워낙에 아카라이브나 디시에서 활동하면서 맨날 듣던 말이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고 전혀 알아들을 수 없고 문장력과 전달력이 개판이라고 해서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무조건 저런 반응이 나오길래


대다수 사람들이 짐작할 수 있는 문장이나 생각의 범위 내에서 좁혀서 나의 상황과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어


뭐 이전에는 내 입장을 얘기할 때 정형화된 단어나 문장을 쓰지 않고 그저 느낌대로 순우리말로 얘기했다면


이제는 그렇게 얘기하니까 못알아듣겠다고 했는지 꼭 반드시 정형화되거나 전문적인 단어나 문장이나 용어들을 첨가하면서 내가 직접 말을 길게 뜻풀이하듯이 늘여서 얘기하는 것들을 짧게 간추리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래서일까 지금은 다른 사람한테 말을 쉽게 얘기하고 친절하게 얘기하듯이 말하지 못하고 꼭 상대방이 알아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만약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면 대화나 문장이나 의견이 될 수 없다고 여기면서 무조건 상대방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1순위라 내 생각을 깎고 간추리고 다듬어서 얘기하는 게 버릇이 된 탓에 내 말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게 되었어


혹시나 남이 내 말을 못알아들으면 내 말의 메시지가 전달이 안되니까 내가 말한 게 무의미하게 될 지도 모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