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이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스친다. 마치 무수한 세월 동안 매일 찾아온 밤에 그랬던 것처럼.



질서정연 - 아군 퇴각 없음

신속한 작전 - 5턴 내 클리어






도적 소굴



도적 두목 : 이런, 이게 누구야. 부하 몇 명만 거느린 패배자가 감히 우리 본거지에 복수라도 하러 온 건가!



도적 두목 : 듣자하니 왠 노람 여자 하나를 고용했다며? 그런데 어째 보이지 않는군. 정말 아쉬워, 노람 여자라면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텐데.



유격대원 : 오해 마라. 오늘 우리가 온 건 우리 동료의 몸값을 내고 데려가기 위해서다. 어쨌든 너희가 원하는 건 돈이겠지?



도적 두목 : 그런 후줄근한 모습으로 몸값을 내겠다는 허풍을 떠는 건가? 하하하, 정규군 아저씨도 제법 유머감각이 있군그래.



도적 두목 : 헛소리하지 마라!



유격대원 : 그럴 리가 있나. 지금 우리에겐 아무것도 유리한 게 없는데.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어, 돈으로 목숨을 살 수 있다면 싸게 치르는 셈이지.



도적 두목 : 좋아, 좋아. 그런 사고방식이 마음에 드는군.



도적 두목 : 그래서 돈은 어딨지?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 무기, 음식 등 돈 말고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다른 물자로 받아주겠다. 너희에게만 특별히 허락해 주는 거야.



유격대원 : 지금 동료가 마련하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올 거야. 하지만 그 전에 기다리며 쉴 곳과 마실 것을 줄 수 있나?



유격대원 : (애니 씨, 당신이 말한 대로 했어! 부디 성공해야 해!)



도적 두목 : 호오? 정말 여유롭구먼 그래. 꽤나 금액에 자신이 있나 봐? 하하하, 좋아, 좋아, 아주 좋아!



도적 두목 : 저들에게 물 주머니를 갖다 줘라. 우선 말해두는데, 이건 별도로 청구할 거다. 몸값을 계산할 때 추가하도록 하지, 하하하!



도적 : 두목, 밖에 왠 여자가 왔습니다. 몸값을 내러 왔다는데요.



도적 두목 : 이렇게나 빨리? 너희 동료가 제법 수완이 좋은 모양이군. 그냥 같이 오지 그랬나? 하하하!



도적 두목 : 어서 들여보내라. 어쩌면 우리에게 돈벼락을 안겨줄지도 모르니.






애니 : 후후, 아무래도 제가 늦지 않은 모양이네요. 정말 다행이야.



도적 두목 : 쯧, 어째서 또 빈손이야? 몸값을 지불하러 온 것 아닌가?



애니 : 서두르지 마세요. 당신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전에 제가 동료를 대신해 자기소개부터 할게요.



애니 : 이 사람들은 로스탐 휘하의 유격대 전사들이에요. 로스탐이라는 이름은 당신도 잘 알고 있겠죠? 지금 페랄의 명목적인 지도자라는 걸.



도적 두목 : 날 가지고 노는 거냐? 가져오라는 돈은 안 가져 오고 그깟 이름으로 날 협박하려고? 아무래도 사람 목숨 귀한 줄 모르는 것 같은데.



애니 : 바로 그 몸값을 내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 전사들에게는 중요한 사명이 있고, 서둘러 부족으로 돌아가야 해요. 하지만 상처를 입은 데다 엘리시움이 이 구역을 봉쇄한 상태죠.



애니 : 당신이 이들을 무사히 부족까지 호송해준다면, 페랄의 지도자가 섭섭지 않게 보상해 줄 거예요.



도적 두목 : 누굴 바보로 아나! 로스탐이 엘리시움의 눈엣가시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나보고 로스탐 때문에 방주와 척을 지라는 거냐?



애니 : 하지만... 엘리시움인의 눈에는 당신들 모두 페랄인, 한 패인걸요.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 누구냐, 감히 우리 구역에... 으악--!



도적 : 에, 엘리시움의 부대가 어째서--으악!



방주 순찰병 : 대장님, 맞습니다! 그 유격대 쥐새끼 몇몇이 안쪽에 앉아 있는 게 보입니다!



도적 두목 : 엘리시움의 군대!? 저들이 어떻게... 너냐!? 네가 꾸민 일이지!



애니 :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라니까요. 말했잖아요, 저들의 눈에는 엘리시움인과 그 외 사람만이 있을 뿐이라고.



도적 두목 : 하지만 우리는 방주에게 거슬린 적이 없어... 제, 제대로 설명하고 돈을 좀 쥐여준다면 분명...



순찰 대장 : 우리의 임무는 저들을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 이건 사령관 각하의 명령이다!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죽여라!



도적 두목 : 제길... 이, 이럴 수가...



도적 : 두목,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애니 : 바깥쪽 부하들이 막고 있을 때 어서 결정하시는 게 좋을걸요? 우리를 호송해서 거금을 받을 건가요, 아니면 여기서 함께 죽을 건가요?



도적 두목 : 나보고 형제들을, 그리고 오랫동안 모아놓은 가산을 포기하라고...



애니 : 어머나, 외적이 침입했을 때는 머리를 웅크리고 있다가 동포를 약탈하던 녀석도 정이란 게 남아있나 보네요? 하지만 그런 건 보수를 협상할 때나 꺼낼 패랍니다.



도적 두목 : 제길! 아주 크게 받아낼 줄 알아라!



도적 두목 : 네 녀석의 동료는 뒤쪽에 있다. 그들을 데리고 어서 빠져나가라!









유격대원 : 이 정도면 방주의 봉쇄 범위를 벗어났겠지.



애니 : 아무리 엘리시움 군의 주력을 '유격대 소탕'이라는 빌미로 끌어냈다지만, 이렇게 순조로울 줄은 몰랐어요.



애니 : 이게 바로 츠루야 격언인 '뱀에게는 뱀의 길이 있고, 쥐에게는 쥐의 길이 있다'는 말에 어울리는 경우겠죠.



도적 두목 : 쓸 곳 없는 소리는 집어치워라. 나는 지금 로스탐이 지급할 보수 이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대체 여기에 서서 뭘 기다리고 있는 거냐?



애니 : 그러게나 말이에요. 유격대 여러분, 뭘 기다리고 계신 거죠?



애니 : 원수가 앞에 있잖아요, 그것도 굉장히 허약한 상태로.



도적 두목 : 네, 네 녀석...!?



유격대원 : 원수를 갚아주마, 페랄의 쓰레기들아!



도적 두목 : 이, 이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기꾼들아!



애니 : 도적에게 그런 말 들어봤자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는답니다.



도적 두목 : 좋아... 보, 보수는 포기하겠어. 어서 가버려! 그러면 되잖아!



애니 : 저는 상관없지만 제 친구들은 그럴 것 같지 않은데요.






유격대원 : 이걸로 끝이다...



유격대원 : 정말... 끝난 거야! 이게 꿈이야 생시야, 마치 꿈만 같구나...



유격대원 : 며칠 전만 해도 우리 소대는 전멸할 위기였는데... 앞뒤로 적에게 둘러싸여 목숨과 사명을 사막 아래 묻을 뻔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모두 무사하다니...



유격대원 : 모두 당신 덕분이야, 애니 씨!



애니 : 과찬이에요. 전 그저 몇 마디 말을 한 것뿐, 여러분이 살아남은 건 여러분이 힘껏 싸웠기 때문이에요.



애니 : 휴우, 어쨌든 끝났네요. 사실 놀라서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면 푹 쉬어야겠어요.



유격대원 : 응? 애니 씨, 우리와 함께 부족으로 가는 것 아니었어? 우리 모두 당신한테 정말 감사해 하고 있는데.



애니 : 본래는 그럴 생각이었지만... 너무 지쳐서요. 저는 연약한 학자잖아요, 여러분과 함께 긴 여정을 떠날 체력이 남아있지 않답니다.



유격대원 : 그러면 우리 중 몇 명이 집까지 바래다 줄게. 아니면...



애니 : 정말 괜찮아요. 지금 여러분과 있는게 더 위험한걸요.



유격대원 : 그건...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헤어지는 건...



애니 : 후후, 사람은 언젠가 헤어지기 마련인걸요. 본래 우리는 서로 길이 달랐던 거예요.



애니 : 자아, 이제 그만 미련 가지세요. 여러분에겐 급히 완수해야 할 사명이 있잖아요?



유격대원 : 그래... 그러면 애니 씨, 부디 몸조심하고!



애니 : ...가버렸네.



애니 : 정말 귀찮았어. 그래도 엘리시움을 막을 수만 있다면야...



??? : 하아... 하아...



도적 두목 : 이제 너 혼자 남았군, 빌어먹을 년...



애니 : 정말 의외네요, 아직도 살아있었네.



애니 : 상처 입은 몸이라 확실히 처리할 힘이 부족했던 건지, 아니면 멍청한 자비심 때문에 그래도 꼴에 동포라고 사정을 봐준 것인지...



도적 두목 : 넌 내 모든 것을 가져갔다... 망할 년... 얼마 남지 않은 여생으로 동료와 함께 떠나지 않은 걸 후회해라...!



애니 : 우리의 관계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것 같네요. 저 아단켈모는 지금까지 동료 같은 걸 둔 적이 없답니다.



도적 두목 : 그딴 것 내 알 바냐, 죽어라!




도적 두목 : 으아아악--!



도적 두목 : 어떻게... 줄곧 실력을 숨기고 있던 거냐!?



아단켈모 : 잘 생각해보세요. 이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당신과 당신의 쓰레기 부하들 때문에 발생했잖아요. 그래서 제가 위험에 뛰어들기까지 했는데, 기껏 얻은 정보는 정말 가소로울 정도로 시시했죠.



아단켈모 : 저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아요.



도적 두목 : --사, 살려줘!



도적 두목 : 새, 생각났다. 아단켈모라는 그 이름, 설마 노람의--



도적 두목 : 아아아, 나으리, 살려주십시오. 제가 도적질을 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제, 제겐 돌봐야 할 자식이 있습니다, 나리께서 이대로 손을 쓰신다면 그 아이들이 고아가 됩니다요--!



아단켈모 : 어머, 그랬군요. 그런데... 저는 어린아이가 가장 싫답니다.



아단켈모 : 당신의 유언은 이번에 얻은 정보보다도 시시하군요. ...하긴, 어느 사람이든 간에 유언 따위에 무슨 가치가 있겠어요?



아단켈모 : 무지몽매한 사람들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고, 헛된 은혜에 빠져들지요. 심지어는 내일이면 떠오를 태양에 애처로운 기대를 걸곤 해요.



아단켈모 : 이미 가엘파이스도 당신의 아이처럼 세상에 홀로 남겨졌어요.



아단켈모 : 그 둘이 저 때문에 시작되고 마지막에는 저 때문에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어요. 후후후...






아... 이렇게 막판에 떡밥 던질 줄 알았으면 좀 더 천천히 작업할 걸...


떡밥 때문에 영웅 프로필은 가장 뒤에 붙여 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