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에 발매한 앨범이다
나온 지 1년이 넘은 앨범인데 영문위키 페이지도 안 만들어져 있어서 이렇다 할 정보가 없다.
전 리듬기타 라그나 졸버그가 17년에 밴드를 나가고 나서 만들어진 첫 앨범이다.
라그나는 리더인 다니엘 길덴로우가 밴드의 절대적인 주도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영향력을 행사하던 멤버였다. 그리고 그가 떠난 후 만들어진 이 앨범은 다니엘이 레코딩 작업의 80%정도는 혼자서 해치워버린 거의 솔로앨범 수준인 물건이다. 드럼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사실상 뮤비만 찍은 정도. 짱깨폐렴 탓도 있겠지만 다니엘이 밴드에서 어느정도 비중을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앨범은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지 않아 억압받으며 살아가는 별종들의 상황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개’들이 만들고 ‘개’들로 가득찬 사회에서 야성을 죽인 채 지내는 ‘표범’이라는 컨셉으로 이를 표현한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존나 중2병같아 보이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초의 컨셉은 차(車 CAR)를 소재로 한 것이었다고 한다. 양산 승용차가 도시에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적합하고 F1머신이 서킷에서 경주를 하는데 적합하듯이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다르다. 하지만 현실은 F1머신도 도심의 도로에서 달리도록 되어있는 격이란다. 현대사회의 규칙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억누르며 자신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건데, 물론 이건 법이 없었으면 만나는 사람마다 죽이고 다닐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적당히 프랭크 자파 정도의 기인을 떠올리면 될 듯.


다니엘이 인터뷰에서 말하길 지금까지 자신이 만나본 뛰어난 뮤지션 중에서 ‘정상’인 인물은 없었다고 한다. 다들 ADHD든 강박장애든 뭔가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기에 나사가 빠져있는 인간들 뿐이었다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디테일에 광적인 집착을 하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든 남들과는 다른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법이다. 그렇게 보면 이 ‘정상’이라는 개념은 분명 절대적인 덕목이 아니라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타협이라는 것.


당연히 이 양반이 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되게 깊이 있는 통찰은 아니다. 컨셉앨범이란 게 원래 다 그렇지.
 
 부클릿에 좀 실없는 소리들이 쓰여있는데, 이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어떠한 식기세척기 학대행위도 없었다든가,
 특정 장비의 엔도저는 아니지만 너무 맘에 들어서 한마디 해야겠다든가. 부클릿 마지막에는 to be continued라고 쓰여있다. 다만 진짜로 후속작이 나온다는 얘기일까 싶은 게 3집 <The Perfect Element, Pt.1>은 파트2가 없고 6집<Scarsick>가 아주 미약한 관련성만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처음으로 공개된 곡이다. 기타를 리듬악기로 써먹는 수준의 단조로운 코드와 파격적인 사운드가 팬들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처음 들을 땐 리듬을 모르니까 멜로디도 잘 와닿지 않고 ㅅㅂ 이게 뭐지 싶지만 듣다 보면 나쁘지 않은 곡이다. 흔히 말하는 grower라는 부류.
 



밴드의 2집 <One Hour By Concrete Lake>를 떠올리게 하는 웅장하고 불길한 느낌의 곡이다.
 



두 번째로 공개된 곡이다. 첫 싱글로 아직 정신을 못 차린 팬들에게 더 큰 혼돈을 주었다. 다니엘 길덴로우가 본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듣다 보면 나쁘지만은 않지만 절대 좋아하게 되진 않을 것 같다. 뮤비에 주로 잡히는 소년은 다니엘의 아들이다.
 
 

화려한 오드 타임 시그네처로 듣는 사람의 박자감각을 강간한다. 이런 곡의 드럼을 용케 그루비하게 쳤다. 대신 보컬 멜로디는 굉장히 친절하기 때문에 그렇게 듣기 어려운 곡은 아니다.
 



팬들이 가장 페인 오브 셀베이션 답다고 평하는 곡이다. 새롭고 기묘하지만 좋다는 뜻.
 



잠깐 쉬어가면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짧은 곡. 다니엘이 밴조로 연주했다.
 



타이틀 트랙이자 세 번째로 공개된 곡이다. 앞서 보여줬던 일렉트로닉 요소가 극대화되는 곡이다. 1분 18초부터 다니엘의 랩인지 뭔지가 존나 찰지다. 마지막 아웃트로에서 사운드를 터뜨리지 않고 절제해서 조금 아쉽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다.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일렉트로닉 요소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Be>나 <Road Salt>연작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가 특징이다. 가히 밴드의 커리어 전체를 집대성하는 앨범인 셈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프록다운 대곡이다. 전작의 마지막 트랙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쓸쓸한 분위기가 일품인 와중에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기괴한 파트가 있는 것도 구조가 비슷하다. 나이를 먹어서야 쓸 수 있는 가사가 정말 아름답다.
 
 트랙 배치 면에서 보면 확실하게 전작을 의식하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앨범이다. 반면 사운드 면에서는 본작이 훨씬 스펙트럼이 넓고 트랙간 퀄리티도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모든 트랙이 자기만의 흥미로운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리드싱글의 뮤비 조회수로 따지면 후배인 헤이큰한테도 밀리는 상황이지만, 올드스쿨 프록 뮤지션들이 하나같이 메롱이 되어가는 가운데 이정도 퀄리티 높은 실험을 보여주는 건 팬으로서 더할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싱글컷 된 곡들이 전부 앨범에서 제일 괴상한 곡들인데 그나마 러닝타임이 짧은 곡들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근데 드림시어터가 10분짜리 곡을 싱글컷 하는 걸 보면 이 바닥에서 굳이 짧은 노래로 싱글을 정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