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있었다.


80년대 대한민국의 밤무대를 주름잡던 가수, 80년대 사람 답게 후배들에게 폭력을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후배들은 그를 존경했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절대 손찌검을 하지 않은 후배 가수가 한 명 있었다.


순수음악 전공으로 함부로 대중음악을 하는 것이 교수에게 걸리면 퇴학도 각오해야 할 정도로 대중음악에 대한 시선이 낮던 시절, 퇴학까지 각오하고 자신의 노래를 만든 이 천재 가수를 남자는 무척 아꼈었다. 가창력 미달이라는 이상한 이유로 번번히 TV 프로그렘에 나가지 못하던 그의 노래가 알음알음 퍼져나가던 무렵, 안타깝게도 이 가수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가장 아끼던 후배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남자는 낙심하고 말았다. 매일매일을 술로 보내던 남자는 간경변에 걸리고서도 술을 놓지 못했고, 끝내 그가 가장 아끼던 후배가 세상을 뜬지 정확히 3년 후, 후배를 따라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유작은 무려 100만 장이 넘게 팔리며 골든디스크 대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때, 이 받을 사람 없는 축하 무대를 그의 사촌동생으로 소문이 난 신인 가수에게 부르도록 시켰다.

그러나, 이 신인 가수는 그것을 거부했다. 일단 그와 자신의 어머니가 서로 친했을 뿐 사촌 관계도 아니었고, 스스로도 그의 이름을 팔아 인기를 얻는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이 시상식을 펑크내 버렸고 PD들에게 찍혀 무려 7년이나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셋이 누구냐고?

후배 가수는 유재하

신인 가수는 김장훈

그는 바로 김현식이다.

노래는 '내 사랑 내 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