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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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세계관-


크라우저

500년 전의 인물. 와이트 여왕 루시드와 함께 500년의 세월을 살아온 거의 최고령자에 속하는 인큐버스. 지옥에서 올라온 저승사자,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라는 이명이 붙어있지만- 사실은 아주 소심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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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이 연주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당연하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건 정규 음반, 그리고 정규MV비디오들에 CD까지. 전부다 정품으로 소장하고 있는 곡들뿐이다. 이야.......여기서 팬미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야아- 크라우저씨!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씨! 사실 제가 크라우저씨 광팬입니다."


"네? 아니, 클라크 후작님이, 제 팬이라니- 어-?"


그리고 내가 꺼내든 음반들. 다 하나같이 정규 음반들, 정규 앨범들이다. 그것도 한정판. 딱 100개까지만 판매했던 그 한정판이다. 그리고, 이건 진성 빠돌이들 밖에 못 구하는 거고, 한때는 매일같이 들었던 곡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을 알아본 크라우저씨는 오오오- 하면서 이내 나와 악수를 나눈다.


"영광입니다. 크라우저씨."


"아뇨, 제가 더 영광이죠. 이야- 설마 이걸 가지고 계실 줄이야......이거 발매당시에 음반 이미지가 거꾸로 인쇄되어 있어서 전량 회수한건데."


"그래서 더 가치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싸인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연하게도 초회판에 인쇄 잘못된 것. 물론, 오히려 매니아들은 그걸 더 좋아한다. 그야, 일부러 거꾸러내는것도 쉽지도 않고, 당연하게도 실수의 부산물이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이라니 웃기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기에 더 소장가치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내가 내민 앨범을 받아들고 그 위에 유성 매직으로 싸인을 하고, 내게 넘겨준다.


"물론이죠........여기, 됐습니다. 그보다도, 루시드가 손님이 온다고 해서 공연준비좀 도와달라고 해서 왔는데, 그분이 제 광팬이실줄은."


"마음같아선 콘서트장에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러진 못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잊고 있었던 옛 앨범을 정식으로 구매해주시고 소장해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다 좋은데요, 본디지 복장 입고서 악수 나누는 건 그만둬줄래 응?"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바알이 나와 크라우저씨를 향해 말한다. 그리고, 크라우저씨와 레이디 루시드를 본다. 그리고 그 둘을 보고는 난 말했다.


"그런 플레이시군요."


".......사실 아내가 데스 메탈을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말이죠. 그래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아주 소질있고 말이죠. 그리고, 오래 살다보니 여러가지를 다 해보고 있습니다. 아내의 공연은 어땠습니까."


"가창에 연주 실력, 그리고 퍼포먼스도 아주 죽여주더군요."


"네, 이번에 부인이 관심있어 하기에 알려드렸죠. 보시다시피, 끝내줍니다."


부부가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고, 가르쳐주고, 함께 즐긴다. 사실상 뭐 내 취미라고 해봐야 마법이란 딱딱한 것 뿐이기도 하다. 내 경우에는, 아내에게 맞추는 편이 좋을까? 뭔가 이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는 편이 좋겠다.


"어떤가요, 클라크 후작. 제 연주는 마음에 드셨나요?"


"네, 괜찮았습니다. 그것보다도 스트레스가 좀 많이 쌓이신 겁니까?"


"후후, 시원하게 내지르고나니 아주 속이 시원하더군요. 오래 살다보면 여러가지를 다 하는 법이죠. 그리고, 남편이 했던 일을 전부 따라서 해보기도 하고, 이렇게 남편에게 새로운 [복장]과 [성벽]을 깨우기도 하고........후후훗-"


".......즐겁게 살고 계시는군요."


"후후, 얼마나 더 오랫동안 같이 할지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새로운 걸 찾아가고, 그걸 부부가 함께하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죠. 남편을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부인들과는 잘 지내고 계시나요?"


"끝내주게 보내고 있죠."


뭐, 이 둘은 걱정할 필요는 없는거 같다. 그리고 예의 본디지 복장을 벗고 크라우저씨는 어느세 우아한 드레스 차림의 레이디 루시드의 곁에 선다. 역시나 사람은 옷을 다르게 입고 봐야 한다. 누가 방금전까지 재갈까지 물고 본디지 차림으로 묶여있던 변태라고 생각할까? 무대 연출의 일부였다지만 아마 믿기도 어려울꺼다.


"그보다도, 클라크 후작, 이 데스메탈 공연을 연례 행사로 넣을까 생각중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야 아무래도 좋습니다. 허나, 저기서 지켜보시는 분 생각은 다른거 같군요."


그리고, 내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곳엔 루시드와 크라우저씨와 비슷한 이목구비를 가진 와이트가 하나 있었다. 어머니보단 덜 창백하지만, 마찬가지로 빼어난 미모의 와이트 여성. 차기 지배자인가.


허나, 지금 이 공연장 세트 자체를 별로 좋게 보고 있지 않다.


".......크리스티나. 이리 오렴."


".....윽! 어머니!?"


그리고, 루시드의 눈이 빛나는가 싶더니 곧 이어 크리스티나라 불린 와이트 여성이 루시드의 손길에 이끌려 걸어나온다. 당연하게도 곧 이어 내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 와이트 여성. 진짜 이렇게 가까이 두고 보니 어머니랑 아버지를 꼭 닮았다. 그리고-


"손님 앞에서 인사 해야지? 우아하게 말이야."


"........."


"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가 클라크 후작님께 인사드립니다. 언더 월드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마지못해 인사를 하는 모습. 우아한 모습과는 별개로 자식들에겐 정말로 엄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녀의 인사에 나 역시 마주 인사해주고, 동시에 크리스티나가 루시드에게 말했다.


"외람되지만 어머니, 손님들 앞에서 그런 상스러운 공연은 좋지 못하다고 봅니다."


"티나 아가씨, 어전입니다. 그리고, 손님도 앞에 있습니다. 부디, 말씀은 나중에 나누셨으면 합니다."


리치 니콜이 크리스티나를 향해 만류한다. 당연하게도 손님들 앞에서 어머니에게 상스럽다고 깐다니, 제정신인가 싶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정말로 이 모습이 그리 좋지 못하다고 보는거겠지. 당연하게도 그것에 대해 싸움이 나기 전에 깽판은 한 번 쳐줘야지.


"실례지만, 그건 용서할 수가 없군요. 크리스티나양."


"뭐가 용서할 수 없다는거죠?"


"저는 크라우저씨의 광팬입니다. 그리고, 크라우저씨에게서 배운 훌륭한 노래, 연주, 거기에 퍼포먼스까지. 레이디 루시드, 어머님의 연주는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엄청난 연주를 보여주신 분에게 상스럽다니요. 원래 그런걸 즐기는 겁니다."


".......우아하지 못하군요. 대체 왜 그런 저질적인 단어를......."


"마음속에 있는 울분을 내뱉기엔 저질스런 단어만큼 효과적인 단어가 없죠. 그리고, 의지를 전하는데는 고풍스러워 보이는 모든 미사여구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손님이지만 무례하시군요. 당신이 어떤 존재이건 간에 당신의 행동은 부모자식사이에 끼어들 게 아닙니다."


"그렇기야 하죠. 하지만, 결국 부모님들을 자신만의 [부모님]이란 틀에 끼워맞추려고 하고 계시진 않습니까?"


"길게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이 일에서 당신은 철저한 부외자입니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선 저와 어머니가 이야기해야 할 일이고, 당신은 끼어들 권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음악은 무엇입니까."


"클래식, 발라드,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노래죠. 죽은자들의 나라에, 이렇게 시끄러운 음악은 안식을 방해할 뿐입니다. 시끄럽고, 타인을 욕하고, 능멸하는 단어밖에 내뱉지 못하는 음악이 뭐가 그리 좋은건가요! 지배자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어머니는.......어머니는 이런 걸 하실 분이 아니라구요!"


글쎄, 모르고 있던게 아닐까 싶은데. 


"이게 다, 저기 있는 [인간] 때문에-"


"실례지만 크리스티나양, 당신 몸뚱이에도 인간의 피가 반 정도 흐르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당신의 생물학적 아버지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존경하는]어머니 앞에서 그런 폐드립은 아니됩니다."


그리고 알 수 있다. 


이 여자, 구마왕파 지지자다. 그야 그럴게, 구마왕파 지지자들은-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 인큐버스들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이라고 칭하니까.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에 대해서, 루시드가 말한다.


".......클라크 후작. 부디, 이 일은, 마왕군에 보고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아직, 이 아이는-"


물론 보고할 사안은 아니다. 마왕은 구마왕파라도 직접 깽판만 안 치면 가만놔두는 법이니까.


"뭐, 신경쓸바는 아니죠. 마음속에 누군가를 지지하든, 행동하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크리스티나 양? 어째서 저한테는 경어를 쓰시는거지요?"


"그야, 당신은 위대한 분이시기 때문에-"


"그 위대한 존재조차도, [인간]의 피가 섞여있습니다. 자기를 낳아준 아버지는 업신여기고, 인간의 피가 마찬가지로 섞인 저한테는 굽실거리는 겁니까?"


이중성도 이쯤이면 역겹기 짝이 없군. 하여간 지성체들이란. 이래서 싫은거다. 내가 뒤지기는 싫고, 그렇다고 자신의 몸안에 있는 인간의 유전자는 싫고. 그렇다면 어떻게 한다? 그 증오와 짜증을 타인에게 풀기 마련이다. 와이트 퀸인 루시드는 인간을 사랑했고, 그와 관계해서 인큐버스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와 관계해서 지금의 이 애송이를 낳은거고.


당연하게도 내가 할 말은 하나 뿐이다.


"인간이 싫습니까? 역겹습니까? 그렇다면 한 가지 선택을 하면 됍니다. 그냥 반으로 갈라져 뒤지십시오."


".......어째서, 당신같은 분에게도 더러운 인간의 피가!? 그리고, 저보고 죽으라니, 그건 무슨!"


정신을 못 차렸구만. 하여간 애새끼의 정신머리를 고쳐주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다.


"저도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난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몸의 일부 역시 인간이라면, 그게 혐오스럽다면 반으로 갈라져 죽으시길. 자기부정을 할거면 끝까지 올곧게 밀어붙이고 혐오스러우면 반으로 갈라져 죽으면 될 거 아닙니까?"


부정한다고 해서 그 몸의 유전자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게 싫으면 뒤지면 그만이다. 지가 죽기 싫으니까 주변에다 땡강부리고 있고, 상대적으로 [하찮아보이는]아버지, 그리고 [고귀해보이는]어머니가 하찮은 아버지, 아니- [인간]에게 물드는게 꼴보기 싫은거겠지.


허나 알까?


크라우저씨와 레이디 루시드는 500년지기 부부라는 걸. 즉-


.......그 시절에 살고있던 모든 가족, 친구들을 두고 자신의 여자를 택했다는거다. 지금도 자기 딸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에 시무룩해진 모습. 그리고, 한편으론 걱정하는 모습. 여기까지 오면 내가 얼마나 성질이 더러운지도 알고, 한 번 손 쓰면 곱게 끝나는 경우도 없으니 걱정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버지다.


그러니까, 난 이 망할년을 족치진 않을거다.


그에겐, 인간에겐 저주와도 같은 불멸의 삶을- 오직 부인과 가족들만 보고서 살아온거니까.


그래, 그런 사랑인거다. 저 둘은. 


"당신은, 인간이 하찮다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왜- 왜 인간의 편을 드는거죠? 왜 저를 거부하시는거죠?"


"인간이 하찮은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는 대가리 달린 [지성체]가 하찮은 겁니다. 크리스티나 양.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제게 당신이 하찮게 여기는 아버지보다도 더 하찮습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가족, 친구들을 보내고, 당신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어머니]만 보고 이때까지 함께 했던겁니다. 자그마치 당신의 어머니만 보고, 500년을 버텨낸거지요."


"그게, 어쨌다는.....거죠?"


"인간에게는 그 시간은 고문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걸 사랑의 힘으로 견뎌낸겁니다. 그에게는 오직 당신과, 부인인 레이디 루시드 밖에 없습니다."


"나는, 아버지에게 사랑같은 거 받을 필요 없어요! 당신도, 그렇게 강력한 존재이면서, 어째서 인간을 변호하는건가요! 아버지에게 사랑받으셨나요!?"


"인간이 싫었으면 전 진작 이 세상을 조각냈습니다. 전 그러고도 남을 힘이 있거든요. 그리고, 당신이 하나 잘못 안게 있다면, 전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했습니다. 끝끝내, 그는 절 아들이라고 불러준 적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괴물이 되고자 했을때, 저는 스스로가 인간임을, 인간이었음을 버리지 말라고 해준 여자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 부인이고, 무엇보다도, 저의 친구도, 이복누이도 인간이고, 장인어른도 인간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있기때문에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박살내지 않는 것 뿐이지, 인간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싫다면 당신들보다도 더 싫고, 자격없는 이들에게 지성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도 자격은 없습니다 당신의 몸의 일부를 부정하기 위해서 타인을 비난하고 모욕을 주다니, 그것만큼 넌센스가 어디있습니까? 그게 싫다면 스스로 반갈죽 해서 죽으면 그만인 것을."


그리고 그럴 의지가 있다면, 이렇게 대놓고 손님들 앞에서 자기 아버지를 비난하지도 않았겠지. 멍청해서는. 그리고 저 모습으로 봐선 딸을 한 번도 혼내지도 못했을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체면이 있으니 루시드도 직접 엉덩이를 때리면서 혼내키지도 못했을거고.


"그리고, 하나 착각하는게 있는데, 전 아버지를 싫어한 적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엔 그 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전 끝까지 그에게 사랑받지 못했고, 그에대한 애증, 분노만이 쌓였고, 그는 결국 선을 넘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를 죽여야만 했고, 제 손으로 끝을 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절반의 피를 제공했던 그를 죽이는 것 만으로도 한참동안을 끝도 없는 고뇌속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결국, 인간이라서 죽인거잖아요."


"인간이라서가 아닙니다. 그와 저는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고, 그가 저에게 한 학대, 고문, 그리고 모욕.......그 모든것이, 저의 힘에 비해 장난감이나 다름없는,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렇게 고문을 당했습니다. 고작, 5살짜리 꼬맹이한테 말이죠. 당신은 이중에서 뭘 겪었습니까. 인간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배척이라도 당했습니까? 고문이라도 받았습니까? 모욕이라도 당했습니까?"


"인간의 피가 섞였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모욕......."


"배부른 소리 하지마 이 병신아. 넌 그냥 시덥지않은 선민사상에 빠진 머저리니까."


당연하게도 나는 그것에 일갈했다. 그야 그럴게, 고귀한 어머니를 언급하며, 저열한 인간인 아버지라 비하하는 것 자체가 그런거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루시드 역시 골머리를 앓았으면 앓았지, 결코 그것을 찬동하진 않았을거다.


하나뿐인 후계자가 이 모양인데, 이걸 대놓고 깔수도 없고, 내려가고는 싶고.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는 쌓이고. 그러다보니 크라우저씨가 루시드에게 데스 메탈을 알려준 모양이고, 그게 또 적성이 맞는 웃기는 상황인거다.


당연히 이런 머저리가 있는데, 스트레스를 안 받는게 이상한거지.


"그런 머저리가 밑에 있는데 부모가 스트레스를 안 받을리가 있나? 빌어먹을 암퇘지가. 아무런 이유없이 인남충거리면서 까기만 바쁘지, 그 중에 하나라도 당했다면 내가 네 아버지의 팬이라도 난 경멸했을거야. 넌 그냥 [위대해져야 하는 자신]에게, [인간]의 피가 섞여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들 뿐인 선민사상 덩어리야. 하물며, 그걸 모든 인간들에게 흩뿌리고 다닐 준비를 하고 있는 버러지고."


"........!"


그리고 그걸 끝으로 난 크리스티나의 주둥이를 다물게 했다. 나는 아버지를 죽였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개같은 [선민사상]과 동일하게 취급당하는 건 나에게 모욕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하물며- 잠깐이나마 나에게 열정이란게 있다는 걸 알게 해준 뮤지션이다.


그의 입장에선 말 그대로 심심풀이고, 기분전환이겠지만, 나에겐......그 당시엔 그걸 듣고 있는 동안엔 잠시동안이나마 세상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 그때의 난, 너무 힘들었으니까.


"적어도 너랑 다르게, 네 아버지는 나에게 음악이란 이름의 탈출구를 선사해줬고, 공연으로 감동이라도 줬지, 넌 뭘 했지?"


방식은 다르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죽은자들의 안식과 새로운 삶을 위해서 [사교회]를 여는 것도 결국 행복을 주기 위해서지. 그녀들과, 그녀들의 남편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 퀘스트를 주도록 하지. 이번 기회에 아버지와 한 번 대화를 해 보도록 해. 그리고, 레이디 루시드?"


"듣고 있어요."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딸에게서 들어보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보다도 실례. 아무래도 이런 병신들만 보면 물어뜯고 싶어지다 보니 말이죠."


"......하나만 질문하죠. 이것에 대답해주시면, 문제삼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은, 인간이 아닌 [지성체]를 언급하는데, 어째서 그러시는거죠?"


"그야, 저도 다른 의미에선 레이디 루시드, 귀녀의 딸하고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후후, 그럴리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제 앞에서, 딸 앞에서 남편을 치켜세워줄리가 없잖아요? 저 아이가 저렇게 조용해지는 건 처음보는데."


"클라크 곁에는 안 돼."


그리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니아가 선을 긋는다. 그야, 더 이상 내 옆에 여자들 안 늘리겠다는 말.


"어차피 쟤도 나한텐 관심없을걸."


"그건 모르는 일이야. 방금전에 자기 모순에서 빠져나왔어. 그리고, 절대 안 돼. 저건."


".......왜 안 됀다는거죠?"


생각은 있었다는 건가. 당연하게도- 니아는 루시드를 향해서 말했다.


"정말로 보내게? 그레이트 올드 원들 사이, 거기에 마왕의 딸에 타천사, 그리고 그에 걸맞는 여성진들 사이에서 치여살게 하게? 보내도 상관은 없어. 딸을 죽이고 싶다면 말이야. [지금]은 아니야. 그리고, 그게 클라크일 필요는 없어."


"호오, 그렇다면- [아들]이 생긴다면, 그때는?"


"그건 상관없어. 그땐 알아서 유혹하라고. 직접 주선하진 않을거야."


".......호오, 후손들 결혼 계획까지 짜고 있어 니아?"


"안 말리는거야 니알리?"


"그야, 우리들은 너만 관심있지, 후손들은 아무래도 좋거든."


".......응, 맞아. 여기까지가 딱 적당해."


.......못말리겠구만. 잠깐의 헤프닝은 이걸로 끝난다. 그 뒤에 들은 이야기로는 크라우저씨는 오랜만에 딸하고 대화해봤다며 나에게 개인 연락망을 통해 연락해왔고, 감사의 [SALHAE]곡을 보내주었다.


음, 아주 훌륭한 포상이야.


똥파리 같은 년에게 일갈하는 거 치고 크라우저씨에게서 음반을 받는거면 정말로 남는 장사지. 암. 그렇고 말고.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뭔가 별로 좋지 못한 시선들이 많이 내게 향한다. 그야 그 난리를 쳤는데 시선이 집중 안 돼는 것도 이상하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시선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박쥐.


그리고, 루시드에게서 배정받은 나의 방. 그리고 그곳에 자리잡은 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금발 머리칼의, 귀족의 복식을 한 뱀파이어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뵙겠습니다. 위대한 존재이시여. 긴히 상담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음, 그래- 또 한 번 개난장판이 예상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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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민사상이 이럴때 같다 붙이는 말 맞나?


몰라 레후


뱀파이어랑 담피르 이야기는 꼭 써보고 싶던 소재중에 하나긴 했는데 잘 써질진 모르겠지만 일단 질러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