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과의 전쟁이 화평으로 끝난지 어느새 5년째. 군축의 결과가 나 같은 용사님이 있는 기사단 까지 끝장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그 당시에는 나 정도의 힘만 있으면 어딜 가든 간에, 밥값을 할 수 있을거라고 믿었으니까.


문제는 세상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달라 져 버렸다는 것 이려나.


이제 용사의 역할은 없다. 마왕을 혼자서 때려 잡을 용사가 홀로 함선을 한대 때려 부수는 동안, 나머지 함대는 온 도시를 초토화 시켜 버리니까.


결국 첨탑을 세워 장거리에서 미리 요격하는 방법이 대세가 되고 말았고, 그렇게 나 같은 1인 군단의 역할은 조금씩 줄어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연금 말고 딴것도 달라고 할 걸 그랬나. 그랬으면 이리 뒹굴 거리는 꼴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한숨을 푹 내쉬지만, 이미 열차는 지나가 버린지 오래였다.








아스라히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벤치에 앉아 시간이나 때우는 신세. 


뭔가 색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다리지만 그렇게 특별한 일은 없었다.


저 너머에 푸른 녹림 건너로 보이는 호숫가에 빗방울이 떨어지며 파문이 일었다. 톡- 톡- 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어쩐지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소리였다.


"그나저나 마지막으로 해본게 언제였지."


빗소리를 들으면서 한다는 소리가 이따위라니. 너무 오래 못 해본 덕에 이 나이까지 노처녀 신세였으니. 한번쯤은 남자를 곁에 안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하지만 이따위로 강력한 바람에 어지간한 남자들은 데이트 한번 안 해보고 나가 떨어진지 오래였다.


망할, 힘도 적당히 세야지. 이 꼬라지로 강해지면 올 남자 조차도 안 붙는다는걸 알았으면 적당히 훈련할걸...


뒤늦게 후회해 봤자 이미 늦어 버린걸 어쩌랴. 슬슬 다음 연금이 나올때가 언제인가 계산 해 보고 있을때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이었다. 공원의 정자에 놓은 벤치에 앉아 비를 긋고 있는데, 저벅저벅 하는 물을 차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그리로 고개를 돌렸더니 왠 중학생 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저, 저기..."


"응?"


의외로 반반하게 생겼는데... 짧게 잘라 둔 금발에, 자세히 보니 뾰족한 귀가 보였다. 눈동자가 생글생글한 데다가, 어째서인지 떨리는 목소리를 내 뱉고 있었다. 


제 모습에 관심이 없는건지 물에 젖은 옷을 그대로 걸치고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은 옷가지 너머로 살갗이 반투명하게 비쳤다.


급히 내달려 온 건지 급히 숨을 내쉬고 있다.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것이 훤히 보였다. 아, 저걸 뭐라고 하더라... 흔히들 미남이라고 하던데...


"소개팅 앱으로 여기 오라고 해서 왔는데... 10000 골드에요."


"허? 무슨... 아."


이 녀석 갑자기 돈 얘기를 뱉으면서 내 손을 꼭 움켜쥔다. 뭐지? 그 성질 더럽다는 엘프, 그것도 나이까지 어려 보이는 소년 엘프가 자기 몸을 팔러 온다고?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이게 진짜 현실인가 싶어서.


"으음..."


욕심이 생겼다. 누가 이 녀석을 데려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중간에 슬쩍 가로 채 버려도 상관없지 않을까. 


기사단 따위 좆이나 까라지 쓸데없이 힘만 드럽게 강해져서 어지간한 족속들은 날 건들이지도 못하는데.


쓸데없이 처녀만 달고 다니면서 자위나 하며 살던 세월이 거의 50년 가량. 이 나이 먹을때까지 남자 한번 못 안아보는게 말이 되나.


그러니 한번쯤은...


"좋아, 만 골드라. 우리집으로 갈까?"


"아, 네."


소년은 여전히 주저하면서도 내 손을 놓지 않았다.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