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미래

마소도 세계관에서 이제 마물들이 마물 뿐 아니라 인간도 낳게 되는 그런 미래

코볼트를 엄마로 둔 인간 아들이 있다면




학교 다녀온 아들을 위해서 그 작은 손이랑 몸을 놀려서 식사 차리고

아들보다 키도 조그마하고 여린 주제에 그래도 엄마라고

"아들 학교 잘 다녀왔써용? 밥 많이 먹었어용? 한참 자랄때니까 많이 먹어야해용"

하고 아들 챙겨주고




가끔 아들이랑 산책 나가고 싶다고
목줄 들고 방 안에 쳐들어와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들한테 목줄 건네주고

혼자 산책 다녀와도 되는 거 아니냐는 아들의 물음에

"엄마는 아들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적어용. 학교 다녀오고 밥 먹고나면 쪼르르 방으로 달려가서 게임만 하잖아용? 가끔은 엄마랑도 좀 놀아줘용!"

하고 같이 산책하기를 강요하고





아두랑... 엄마 저거저거 간식이 간식이가 먹고싶어용... 하나만 줘용...

아 엄마 안돼요 저거 아빠가 엄마 하루에 하나씩만 주랬잖아요

우웅... 그치만 그치만 그치만 엄마는 저게 너무너무 먹고싶은데 손이 안 닿는데 저거 맛있는데 히잉 낑낑

아아 알겠어요 불쌍한 강아지 소리내지 마세요
대신 이거 준 건 아빠한테는 비밀이에요 알죠?

웅! 웅! 엄마는 똑또칸 강아지에용! 당연히 알아용!




부모참관수업하는데 뒤에 다른 키 크고 쭉빵한 마물엄마들 사이에서 쪼그마하게 의자에 앉아서는

아들 발표 차례 올 때마다 헥헥헥헥 하면서 꼬리 엄청나게 격하게 흔들흔들거리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다른 마물엄마들이 자기도 모르게 쓰다듬었다가 사과하고

근데 코볼트엄마는 더 쓰다듬어도 된다며 눈 초롱이면서 들이대고




아들 졸업식할때 사탕꽃힌 꽃다발 꼰지발서서 아들에게 안겨주면서 엉엉 울고 훌쩍이면서

"우리 아들... 우리 귀여운 아들... 처음 품에 안았을때는 엄마보다도 훠어얼씬 조그마했는데...

벌써 이렇게 자라서 졸업을... 크응... 앞으로도 건강하게만 자라줘... 가 아니라 자라줘용..."

하면서 말투까지 바뀌어가면서 엉엉 울어대는거 달래느라 아들이랑 남편이 진땀 빼고




나중에 아들 늦은 사춘기와서 야자도 빼먹고 엄마아빠한테 반항도 하고 소리까지 지르게 되는데

한번은 실수로 엄마한테 심한말 함

아들이 아차 하고 죄송하다고 말하지만 이미 늦었음

코볼트 엄마는 다친 멍멍이처럼 끼잉끼잉끼이잉대면서 화장실로 들어가서 엉엉 울어버리고

아들이 땅에 머리박고 사과 500번 할 때까지 안 나옴

그렇게 아들의 짧은 사춘기는 순식간에 끝나버림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아들이 결혼할 사람이라고 마물을 데려왔는데...


새까만 털과 피부, 타오르는 눈...

헬하운드임


근데 어째 시어머니 될 코볼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음

코볼트로써 본능적으로 헬하운드를 경계하는건지 아니면 헬하운드의 폭력성을 잘 아는건지

평소의 그냥 착한 바보 댕댕이같은 모습은 어따 던져버리고 상견례 자리에서 계속 며느리 될 헬하운드에게 묘하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대며 땀을 뻘뻘 흘리게 만듦

아들이 계속 엄마가 이상하게 구니까 조용히 같이 어디로 가서 엄마 오늘 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아들. 강제로 덮쳐져서 만나는 거 아니지용...?
만약에 그런 거라면 나도 멍멍이지만 당장에 저 년을 멍멍탕으로ㅡ"


으아아아 그런거 아니에요 엄마 진정해요 진정





나중에 아들 결혼식할때 졸업식 하던 때처럼, 아니 그 때보다 몇 배는 더 크게 펑펑 울어제끼면서

으엉엉엉 아드라아아아 우리 아드우우울 으엑 흑 헥헥헥헥헥 하고 결혼식장 전체에 다 울려퍼지도록 엉엉 울다가

아들과 남편 덕분에 겨우 약간 진정하고 결혼 축하한다고 글 읽어주다가 남편 다 읽고 자기차례 되니까 또 울음바다





겨우 결혼식을 끝내고 며느리가 된 헬하운드를 저기 구석으로 조용히 데려가서

아들한테는 단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왼팔뚝의 용이 개껌 물고 승천하는 문신을 보여주며

내 아들한테 상냥하게 안 굴면 반쪽으로 찢어버린다고 조용히 속삭이고

헬하운드는 살벌한 문신과 작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코볼트 시어머님의 팔근육 밀도를 보고 땀 뻘뻘





그런 어리숙해보이면서도
아들 관련된 일이면 눈치백단이고

착하기 그지없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며
그럼에도 아들 일만 관련되면 진짜 바보가 되어버리는

코볼트 엄마와 인간 아들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