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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낮이 되자 누군가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도경이 황급히 달려가 문을 열자,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늘씬한 몸매의 여자가 들어왔다.


"오랫만이다. 도경아. 잘 지냈어?"


"네. 제 부탁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그래, 인어한테 노래 가르쳐달라는 얘길 듣고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그래서 그 인어는 지금 어딨어?"


도경이 수조 쪽을 가리키자, 아현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와, 들은 것보다 더 미인이시네."


"고마워요. 당신도 참 예뻐요"


그렇게 서로 인사를 마치고 나자 여자가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전 명정이라고 해요. 얘랑은 초등학교랑 중학교까지 같이 나온 동창 같은 사이죠."


"어릴 때부터 친했다는 거에요."


도경이 재빨리 덧붙였다. 


"아무튼 당분간 매일 하루 2시간 정도는 노래를 가르쳐드릴 수 있어요. 사전에 얘기는 다 됐으니,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게요."


그날 하루 도경이 다른 곳에 있는 동안, 명정은 2시간 동안 아현에게 노래를 가르쳤다. 그녀는 다행히 복식호흡 같은 기초가 어느 정도 되어 있었기에 금방 실전 단계까지 도달했고, 명정이 떠나고 연습을 더한 끝에 이틀 전에 들었던 차트 1위의 노래를 완벽하게 부를 수 있었다.


"준비됐어요? 그럼 녹화 시작할게요. 언제든 다시 하면 되니까 너무 긴장하진 마요."


도경이 수조 안에 카메라 거치대를 놓자, 아현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긴장한 탓인지 몇 번 실수를 하여 결국 4번째 시도 만에 완벽하게 노래를 마칠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인어가 부른 OOO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와 SNS에 올라간 영상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몇 시간 만에 좋아요 수가 1만을 넘어섰고, 댓글에는 온통 인어가 노래를 저렇게 잘 부를 줄 몰랐다며 감탄하는 반응뿐이었다. 일부는 사람이 분장하고 찍은 것이 아니냐고 했지만, 그녀의 상반신 아래로 도저히 인간이 분장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꼬리가 있었기 때문에 동의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 이후 며칠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현은 명정의 강의를 받고 모든 이들이 알 만한 유명한 노래 몇 곡을 더 불렀다. 영상에서 그녀는 노래를 마치고 도경과 함께 멸종 위기에 처한 인어의 현황, 인어 지느러미의 실상, 자신의 과거, 인간 때문에 겪었던 일을 말했다. 


그녀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해외까지도 영상이 퍼졌고, 여러 언론에도 '노래하는 인어'라며 소개되었다. 영상을 통해 인어 사냥의 잔혹한 진실을 알게 되어 분노한 사람들의 화살은 당연히 최순재와 그 기업으로 돌아갔다. 한편 최순재가 인어를 불법으로 거래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왔고 탈세 의혹까지 생기자, 기업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추락했다.


인어 지느러미를 수출하던 국가까지 영상이 퍼진 데다 최근 국제 식약처에서 인어 지느러미는 아무런 효능도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덕분에 수요는 뚝 떨어졌고, 수출을 담당하던 기업마저 그 지경이 된 탓에 국내에서 인어를 사냥하는 횟수도 크게 줄었다. 심지어 인어 사냥이 합법인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몇몇 급진적인 환경 단체들은 인어 비늘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시위까지 벌였다.


어제는 큰 언론사에서 아현을 인터뷰하러 나왔다. 아현은 좀 떨긴 했지만 도경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마쳤고, 일종의 팬서비스로 즉석에서 노래를 짤막하게 부르기도 했다. 


한편 그동안 아현의 상태는 점점 더 호전되었다. 찢어지고 뜯긴 살은 어느새 모두 아물었고, 꼬리에도 조금이지만 푸른색의 비늘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했다. 기뻐하는 아현의 모습을 보니 도경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도경과 아현의 관계 역시 많이 진전되었다. 아현은 어느새 그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었다. 인간 세상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고, 역으로 자신과 인어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따금 물을 뿌리는 장난을 치기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도경도 아침에 붕대를 갈아주고 나면 수고했다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는 수줍어하면서도 그의 손길을 마음에 들어하는 듯했다. 어제 저녁에는 북극해와 남극해에 대한 책을 읽어주었다. 그녀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의 이야기를 넋을 놓고 들었다. 


어느덧 아현이 도경의 연구실에 온 지 8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내일 그녀의 종합 검진을 앞두고 잘 준비를 하려던 찰나, 스마트폰을 보던 도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