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버린 몸. 남은 것은 팬티 한 장 밖에 없다. 아니 팬티도 젖어가고 있어. 뭔가 야한데... 팬티가 젖고 있다니...

아무튼 내가 할 것은 씻을 일밖에 없다.


[  ]

"빡친다."


슬라임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뭘 야리지? 시비 거는 건가?


"뭐 씨발 내 집이야. 내 집에서 내가 벗지도 못하냐? 그리고 원래 아무도 없이 혼자 살 집이었어! 미친 새끼야! 이 좆같은 새끼가!!!"


팬티를 쑤욱 벗어 슬라임에 집어던지자


[푸우우]


하며 팬티를 맞춰 바닥에 떨어뜨린다. 예술 점수 십 점이다 씹새끼야.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지고 내 몸은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다.


[푸우우우!!]

[푸우!!]

[부들부들부들 푸우우우우우우!!!]


라면 냄새가 나의 온 몸을 휘감고 기분 나쁘도록 축축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다. 중요해서 두 번 말했다.

슬라임의 머리를 잡자 촉수를 휘둘러 내 얼굴과 손을 때리기 시작한다.


[찰싹! 찰싹! 부들부들... 찰싹!]

"뭐 씹새끼야."


나의 마음은 고요하다. 나는 절대 화가 나지...

났다고.


묘하게 매끈하고 말랑한 감촉. 내면의 빡침은 이런 좋은 감각으로 해결될 일이 없다. 폭력, 오직 폭력이다. 폭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게임 캐릭터가 말했고 저 슬라임은 나에게 열심히 실천하고 있었고, 있다. 현명한 슬라임이네.

그래도 내가 이 슬라임을 때려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갑자기 이 망할 슬라임에게 한 시간도 안 된 채로 시달린 생각을 하자 손에 꾸우욱 힘이 들어간다. 내 라면... 내 시간!


"넌 이 새끼야!... 어응허으어어어!"


주먹이 쥐어졌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슬라임 대가리에 내 손이 들어가 있다고 와 씨발 이거 뭐야!!


"어어어! 미친 뭐야 이거 기분 존나 더러워! 뭐야!"

[..!!!]


슬라임도 엄청나게 당황한 눈치! 뭐에요 씨발 내 손이 왜 들어가요!

당황한 나머지 손을 곧바로 빼버린다. 빼면서 진짜 머리털 나고 처음 겪는 진자 쑤왈포옹 하는 감각이 들었다니까? 쑤왈포옹이 뭐냐면 몰라 미친! 이런 단어밖에 생각이 안 났어!

내 손에 슬라임의... 피부? 액체? 무언가가 쥐어져 있다 바닥에 내던진다! 꺄아악! 기분 좆같아!


[!!!!!!]


촉수로 자신의 미친 듯이 머리를 매만지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외관상 달라진 건 내 손 크기만큼 머리 부분이 사라져있는 그로테스크한 광경! 저거 슬라임은 몸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 거야?
그 방금 무슨 느낌이었냐면 그... 그~ 게 약간 무슨 막 같은 것을 억지로 뚫으니까 약간~ 엄청나게 야들말랑한 젤리안에 손을 집어넣은 기분!

표현이 좋아서 젤리지 그냥 느낌 엄청 더러워!

예전 슬라임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 몸속에 무언가 강제로 넣으려면 넣을 수는 있는데 싫어. 기분 나빠. 그 무슨 기분이라 해야 하지? 기분이... 많이 나빠!!'


어휘력은 딸리지만 착한 친구였지.


[부들부들부들]


슬라임은 정말 미친 듯이 부들부들 떨더니 세탁기 문을 잡고 쾅 하고 닫아버린다.

심리적 갓심으로 쟤 지금 엄청나게 기분 나빠서 나 꼴 보기도 싫은 거야.


"...씻어야지."


아직도 벌렁거리는 심장을 잡고 세탁기를 노려보자 퉁퉁 소리가 나고있다. 지 머리 존나게 쓰다듬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 왜 바퀴벌레하고 사람하고 닿으면 바퀴벌레도 지 더듬이인가 손 미친 듯이 닦고 있다는 것도 본 인간도 있다던데 똑같은 맥락 아닐까?

그럼 내가... 쟤한테 바퀴벌레 취급 당한 건가? 빡치네? 누군 기분 안 나쁜 줄 아나 이 씨발련이

화를 참지 못하고 세탁기 문을 벌컥 열고 외친다.


"씹새끼야 내가 기분 나쁘더냐! 나도 나빠!"

[철썩철썩]

"아아악! 기분 나빠!"


뒤로 물러서자 세탁기 문을 잡아 닫는 슬라임. 하하 저 씹새끼 행동 꼬라지보소.

예전에 착하지만, 어휘력이 부족한 친구한테 뭐 하다가 맞은 적이 있었지.

그땐 그냥 인간한테 맞는 것처럼 아팠는데 쟨 왜 저리 기분 나쁘지?


내 성질을 못 이겨 문을 쾅 닫아버린다. 후... 그래도 내다 버리는건 안되겠지. 그래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서 내가 당장 안꺼낸거다.

분노의 샤워질

"샤워 타올! 바디 워시 촵촵!"
[퉁퉁]
"으아아 샴푸!!!"

[....]

"으아아아아!!! ...뭐야 왜 물 안나와!"

눈을 감은채로 샤워기를 만지자 몰캉~ 하며 기분 좋은 촉감이 슬라임 이 씹새끼 왜 나왔지?!
[....찰싹찰싹!찰싹!!찰싹!!!]

마구잡이로 라 면냄새나는 슬라임에게 구타 당하고 있어요! 아아악 기분이 나빠요!

"넌 진짜 뒤졌다."
손으로 얼굴을 스윽 닦고 샤워기를 노려보자 그 바로 아래에서 씨익씨익대며 촉수를 꺼낸 슬라임이 보인다.
이 새끼 분노 조절 장애있네 내가 봤어.

[찰싹!!]

슬라임에게 배와 다리를 맞고 있었고 기분이 더러운건 참을 수 있었는데 남자라면 알 것이다.

"어.... 잠깐 이건 반칙."

그리고 고통은 5초뒤에 온다고 한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냐면 따당! 하며 흔들려 맞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약하게 맞아도 고통은 곱절로 오는 그 부위. 누구나 아는 그 부위.

"호... 호에에에엑!"
[찰싹...? ...??????]

애완 슬라임에게 패배한채로 샤워기 물을 맞으면 누워있었다.
어흑마이깟....

~~

맥주 마싯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