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


구석에 짱 박혀서 토라진 채로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 보지만, 묵묵부답이다.


" 야, 야. "


" ………. "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서 쿡 쿡 찔러보거나 당겨보거나 해도, 싫증이 난 투로 으으응… 거리며 다시 구석에서 등 돌린 채 몸을 둥글게 만다.


얘가 대체 왜 이러고 있냐면, 내기에서 져서 알몸 에이프런을 하는 벌칙을 수행 중이다.



" 삐졌구나? "


" ………. "


핏. 귀가 튕기듯이 움직여 방금 욱했다는 증거를 내비치지만 곧이어 아니라는 듯이 귀를 벽면으로 다시 돌린다.


" 에이~ 삐졌대요~ "


" ―――!! "


홰액 몸을 돌려 무서운 기세로 째릿 처다보는 네코마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저 이를 바득 갈며 다시 돌아가서 완전 방어진을 펼쳤다. 아니, 웅크렸다.



" 그러게 괜히 도발해서 내기까지 걸었어~ 지면 이거 하겠다고 했으면서. "


요즘 개다래나 비싼 간식을 몰래 꺼내먹는 일이 잦아서, '너는 일주일도 못 참고 처먹는 돼지다' 라고 놀렸더니 으레 화를 내며 버틸 수 있다고 땡깡을 부렸다.


그럼 내기할래? 라고 하자 버티면 한 달치 간식을, 지면 일주일 동안 알몸 에이프런을 하겠다는 제 딴엔 거창한 대가를 내건 것이다.


그 후 3일 만에 간식 먹던 걸 들키고 말았다.


그리고 결과가 이거.



" 우씨… 평소에 간식 하나 제대로 안 사주면서…. "


" 다른 네코마타 보다 네가 두 배는 먹는다는 건 알고서 하는 말이지? "


" ~~~!!! "


투털거리다 정곡을 찔린 게 분한지 키야악- 소리를 내며 귀와 꼬리를 펄럭이는 그녀.



" 이제 너랑 말 안 할 거야. "


유치하기는. 같은 생각을 하다가 이내 쪼그려 앉아있는 그녀의 뒷 모습에 눈이 간다.


조그마한 어깨에서 내려가면 나온 듯 아닌 듯 미세한 굴곡이 묘하게 시선을 잡고, 그 한 가운데에 물을 흘리면 강가로 보일 듯한 계곡이 보인다.


허리 아래만 가리는 천을 뒤로 돌려 엉덩이를 가리곤 있지만 그 아래에 살며시 보이는 봉숭아 빛 볼기는 수줍게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었다.


씩씩거리는 기분이 아직 덜 풀렸는지 꼬리를 살랑 거릴 때 마다 앞, 아니 뒷치마? 가 들리면서 보이는 그 틈새는….



……같은 생각을 하니 어째 조금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스윽― 슬그머니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움찔, 아까부터 조용해지자 귀를 세우고 있던 그녀가 내 움직이는 소리에 반응해 귀를 뒤로 당겼다.


말 안 할 거라면서 내가 뭐하는지는 궁금한가 보다. 내심 귀엽게 여긴다.


찹, 그녀의 목덜미에 손을 가져대어 감싼다.


" 히익――. "


내 손이 조금 차가운지 털을 빳빳이 세우면서 숨을 들이키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한 손가락만을 펴서 척추 라인을 따라 등골을 타고 내려간다.



스르윽―


" 흐아아―…. "


오싹 오싹. 등골을 따라 내려가니 털이 사방으로 뻗치며 야릇한 신음을 흘린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려가던 손가락 끝이 한 곳에 도달했다.


" ! "


꼬리와 몸의 연결점, 천추 뼈 부근. 직접적으로 만지지는 않고 그 주위를 맴도는 손가락.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성감대를 직접적으로 만지지 않고 조금씩 자극을 주어 가볍게 근육을 풀어준다.



" …♡ "


그녀는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호흡에서 부터 불규칙함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근육이 이완되는 것이 느껴지자, 이번엔 탐스럽게 붉은 빛을 머금고 있는 봉숭아 볼기를 쓰다듬는다.


" …♡♡ "


" 어때? "


핫, 갑작스레 말이 걸려서 숨을 내뱉는다. 자기도 모르게 몰두하고 있었단 사실을 자각하고는 귀를 좌우로 내밀며 꼬리를 휘두른다. 화내는 중이라는 표현이다.


화내는 것을 무시하며 계속 쓰다듬고, 주물럭 거린다. 꼬리가 슥- 내려간다.



" 화는 좀 풀렸어? "


" 화 안 났거든. "


볼을 부풀린 채로 설득력 없는 말을 하는 그녀. 최후의 수단으로 천추 뼈 부위를 꾹 누른다.


" ~~~! ! ! "


꼬리를 쫙 편 채 털을 곤두세우며 신음을 참는다.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누르는 부위 마다 시시때때로 색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을 즐기다 꼬리를 꽉 붙잡았다.


" 흐읏――♡ "


두 개의 꼬리를 붙잡혀서 지금껏 참던 신음이 바람빠지듯 새어나온다. 꼬리가 성감대는 아니지만, 애무 중에 갑작스레 느껴지는 자극은 또 다른 감각이다. 


힘을 풀어 꼬리를 놓아주자 힘 없이 추욱 늘어지는 꼬리. 긴장이 풀리면서 호흡을 가다듬는 그녀의 가랑이 아래에선 이슬 방울이 뚝 뚝 흐르고 있다.




" ……치사해. "


" 뭐가? "


꼬리로 바닥을 탁 탁 치며 불만을 내비치는 것을 능청스럽게 넘긴다. 스윽, 고개를 돌려 뾰루퉁한 입술을 삐죽 내민다.


" 나만 이렇게 당하는 거. "


" 벌칙 수행 중이잖아. "


" 그치만. "


홰액- 몸을 돌려 나를 넘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는 그녀.


" 요즘 나랑 안 놀아주는 걸. "


" 그건…. "


할 말은 없다. 일을 하고 오면 피곤해서 바로 드러눕는 게 일상이니까.



" 여기도 요새 통 기운이 없고 말야. 나 혼자 즐기는 것도 서글프다구, 알아? "


" 미안. "


그러고보니 곯아 떨어지면서 혼자 남은 그녀는 나를 깨우지 않은 채 입이나 스스로 넣는 걸로 참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잘도 자는 나도 대단하지만….


" 그래서 간식으로 참았던 거야? "


" 응…. 그나마 먹을 때는 참을만 해지니까. "


간식은 발정 억제 효과도 조금 들어있는 것을 사놨다. 아무래도 매일 같이 하는 건 몸이 버텨주질 못하니 말이다.


그것에 의지하여 그녀의 의사를 무시한 나를 반성한다. 서로 이해하며 살겠다 맹세했던 그 시절의 나는 어디로 갔는가.



" 이거 남편 실격이네. "


" 알면 됐어. "


흥, 하고선 고개를 픽 돌린다. 화난 척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감았던 눈 한 쪽을 가늘게 뜨며 심통치 않은 표정으로 입을 뗀다.


" …그래서 어때? "


" 응? 뭘? "


" 에이프런. "


아. 뒤늦게 깨닫는다. 그녀는 에이프런을 정위치로 돌린 자기 모습을 평가받고 싶은 것이다.



" 탄력있게 봉긋 솟은 살구색 가슴에, 빨갛게 무르익은 산딸기가…. "


" 입으로 말하지 마 바보야. "


퍽 퍽 냥이펀치를 날리며 부끄러움을 감추는 그녀. 제대로 평가해 주고 싶었던 건데.


" 이대로 계속 입어줬으면 좋겠어. "


" 음, 좋아. "


만족스럽게 미소 짓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에 따라 꼬리도 살랑거린다.



" 있지. "


" 응. "


" 나도 자기가 피곤하다는 거 알아. 많이는 안 바랄게. "


" 응. "


가슴팍에 누우며 고양이 특유의 동그란 눈동자를 치켜 뜬다. 황금빛 눈동자가 서글프면서도 부드럽게, 따스한 색을 띠고 있다.


" 가끔씩은 이렇게 껴안아 줘. "


" 노력할게. "


그 말에 씨익 웃어 보이는 그녀.



" 그럼 화해의 키스. "


츗, 입술을 맞추어 그대로 서로의 숨결을 느낀다. 잠시동안 유지하다 조금씩 혀를 집어넣어가며 서로의 타액을 음미한다. 장기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을 맞이하듯 열렬히 구석 까지 어루만진다.


그 때 그녀가 무언가를 내 입에 집어넣었다. 맛을 보아하니 환약 같았다.


" 그리고 이건 내가 주는 벌칙. "


목으로 삼키며 이게 무엇인지 물었다.


" 아침 까지 발기가 유지되는 약. "


" 지금 바로 하게? "


" 네가 하고 싶게 만들었으면서. "


" 그건 그러네. "


약이 효과가 좋은지 벌써부터 아래에서 반응이 온다. 아아, 이제부터 쥐어짜이는 건가 하고 반 쯤 체념한 채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 몸을 눌러 그대로 누워있으라 했다.



" 아무것도 안 할 거야. "


응? 하고 되묻자 그저 고간을 움직여 음순을 비비는 그녀. 스스로 움직이겠다는 건가? 아니면 이대로 발기만 유지한 채 참아야 한다는 벌칙인 건가.


" 에잇. "


푸욱, 그녀가 질 입구에 대고 그대로 삽입한다.


" 이대로 있으면 돼. "


" 아, 그런 거구만. "


" 이러면 자기도 안 피곤하지? "


" 확실히 그렇겠네. "


격렬한 교미 보다는 삽입을 해서 편안함을 느끼는 걸로 만족감을 충족시킬 셈이다. 조사한 건지 스스로 생각한 건지, 대견스럽게 느껴져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를 쫑긋 파닥이며 그르릉 소리가 난다.



피가 쏠려 빳빳해진 내 물건과는 반대로 내 머리는 산소가 모자란지 잠이 몰려와 하품을 한다.


" 졸려? 졸리면 자도 돼. "


" 이렇게 넣은 채로 자는 것도 신선하네. "


" 내일은 밥 뭐 해먹을까? "


" 음… 안 귀찮겠어? "


그녀는 야행성이라 아침에 약하다. 그래도 내가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깨워주거나 밥을 지어주는 노력이 가상한 아내다.


" 가볍게 토스트 어때? 이웃집은 와플 해먹는다 하던데. "


" 그거 좋지. 계란은 반숙으로. "


" 노른자 터지는 맛이 확실히 좋아. "


" 내 말이. "



시시콜콜한 신혼 부부의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천천히, 점점 눈이 감긴다.



새근 새근 잠이든 남편의 모습을 보며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는 그녀.


남편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서, 가슴팍에 기대어 그녀 또한 눈을 감는다.


내일 아침에는 토스트에 무얼 넣을까. 채소가 정액에 좋다던데, 아니면 토마토를 넣어서 상큼한 맛을 살릴까. 남편은 생선을 안 좋아하니 장어는 넣지 말자 같은 생각을 하며, 숨소리가 깊어진다.



일을 하느라 굳은 살이 박히고 손이 거칠어진 남편의 손바닥 위로 포개어진 그녀의 부드러운 고양이 손은, 말 보다 더 많고 무거운 사랑을 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손에 끼워진 금색의 반지가 어두운 거실 속에서 태양과도 같은 빛을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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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짤이 올라온 김에 생각나서 백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