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대로 떠나시는 건가요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용사의 표정이 굳어진다파티원의 얼굴을 보면 굳게 먹은 마음이 다시 풀어질까 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다들 축제로 정신에 팔린 틈을 타 홀로 빠져나왔건만 어느새 뒤를 잡히고 말았다.

 

「우리가 몇 년을 함께 했는데요유진이 온종일 계속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제가 정말 모를 거라 생각했나요?

 

「이거 곤란한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돌아갑시다일단 돌아가서 해결책을 찾아봅시다!

 

「아니... 이건 대마도사님도 성녀님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야」

「자봐봐나의 존재는 벌써 이 세계에 이렇게 흐릿해져 가고 있어」

「나는... 나 때문에 우리 파티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용사가 보여준 손은 마치 불투명 마법에 걸린 것처럼 흐릿했다옆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저 멀리 흩어지는 연기처럼 그의 존재는 점점 흐릿해져 갔다.

 

「어째서... 우리와 한 약속들은 어떻게 하고...

「성녀님과 약속하셨죠이 전쟁이 끝나면 평화로운 땅에서 자유롭게 여행 다니자」

「마도사님이 말했어요전쟁 후엔 유진의 고향 땅의 물건들을 마법의 힘으로 만들기 위해 유진님이 꼭 협력해주기로 했다고」 

 

 

「그리고... 마지막엔 저와 결혼하기로 했잖아요... 제발... 그렇게 떠나가지 마세요...

 

 용사가 이세계로 소환된 이후 용병 시절부터 용사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했던 여검사는 올라오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냈다마왕을 잡고 이제야 온 대륙에 평화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데 용사는 그 모습을 모두 눈에 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떠나간다는 사실에 또 그러한 용사를 결국 잡을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미칠 것만 같았다.

 

 

 용사는 마왕을 잡기 위해자신을 이세계에 고정시켰던 술식의 신성력을 모두 사용했다지구에서 소환된 자신을 고정시키는 술식은 그 순수한 힘만으로도 강대한 마왕을 잡는데 훌륭한 무기가 되었다하지만 그 대가는 이렇게 서서히 용사가 지구로 퇴거되는 현상이었다.

 

 용사파티의 모든 인원은 그러한 용사의 퇴거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성녀는 매일 자신의 신성력을 임시로 만든 술식에 쏟아부어 최대한 용사가 본래 지구로 귀환하는 현상을 막았고대마도사는 필사적으로 용사가 이세계에 증명되는 방법을 강구했다

 

 용사는 그렇게 자신 때문에 파티의 다른 인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그래서 용사는 승전의 축제를 틈타 몸에 부여되어 있던 임시 술식을 끊고 처음 자신이 소환되었던 언덕에서 조용히 퇴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 때 용사의 이변을 알아차린 여검사가 용사의 뒤를 쫓은 것이었다.

 

「모두에게 미안...하다...라고 전해줘난 나로 인해 우리 모두가 힘들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무언가를 위해 희생하는 건 용사의 역할이잖아이번에도 그런 거야」

 

「하지만...!

 

 여검사는 울먹이면서 무언가를 더 반박하려고 했지만이미 굳은 용사의 표정을 보고 말을 더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저 표정은 마왕과 최후의 전투에서 고정술식을 이용해 마왕을 잡는 방법을 모두가 반대했을 때끝까지 관철해낸 표정이었다

 

「그래... 이미... 결심한 거네요...

 

「미안... 마지막엔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아...

 

 하지만 용사는 후회하지 않았다자신 혼자 희생함으로써 온 대륙의 평화가 찾아왔다동료의 남은 인생을 나 때문에 고통스럽게 하지 않게 할 수 있다그래이게 용사가 하는 일이야 라고 용사는 생각했다.

 

「아...

 

 새벽녘에 떠오르는 햇빛이 용사의 몸을 통과하면서 비치는 모습에 여검사는 탄식을 내뱉었다이제 정말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받으세요이제 이건 당신 거에요」

 

여검사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자신의 검을 용사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이건... 너한테 엄청 중요한 거잖아!

 

「네이건 제 가문을 상징하는 보물하지만 그게 우리들 사이의 인연만큼 중요할까요고향에 돌아가도 그걸 보면서 우리들을 끝까지 기억해주세요... 저도 당신이 준 이 반지를 보면서 끝까지 당신을 잊지 않을 테니그래이 반지가 이제 저희 가문을 상징하는 보물이 되겠군요후훗」

 

 여검사는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마지막 길엔 웃음과 함께하고 싶었다.

 

「고마워...

 

「뭘요우리가 항상 고맙지요유진이 없었으면 아직도 마왕이 온 대륙에서 쑥을 캐고 있었을 테니까요」

 

「하하그것도 그러네!

「그래숨겨뒀던 사실을 하나 알려줄게사실 난 너를 처음 바라본 순간부터 좋....

 

 용사는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바람처럼 사라졌다용사 뒤에서 떠오르던 태양의 아침 햇살이 여검사를 비추었다여검사는 그 태양빛에 눈이 시린지 눈을 감은 채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초보 이세계 용사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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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1)

순애는무적이다히로인은신이고

작가 미쳤나마지막에 피폐 드래프트를 타다가 갑자기 용사 빤스런 전개를 한다고?

 

 

가슴 좀 다오

XX 엔딩을 이따구로 내면 어떻해

 

 

우마우마 콘페이토

데뎃세레브한 용사와 여검사의 결혼식은 어디간데스

 

 

단우산

작가님이건 대체 무슨 그지 발싸개 전개입니까?

 

 

.............

 

 

역시 생각한 대로 댓글창이 불타오르네

 어제부로 소설을 완결 낸 나는 불타오르는 댓글창을 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용사파티가 마왕을 잡은 이후 떠나가려는 용사를 어떻게는 유지하려는 용사파티의 피폐전개를 계속 보여주다가 갑작스런 용사의 빤스런 전개는 당연히 독자들에게 있어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내 수필내 경험담 이라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용사파티의 모두를 떠나보내고 지구로 귀환하게 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이세계에서 겪었던 일들을 소설로 적어 연재하기 시작했다다행히도 생생한 경험담인 소설은 그럭저럭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를 연재해 나가면서 그들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하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내린 이 결정은 모두가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들도 납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고집을 부려서 내가 그들을 두고 온 것이다.

 

 소설에서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서 그들과 느낀 감정을 다시 생각해온 지금의 나는 어떻지?

 

 그렇게 댓글을 쭉 내려보다가 걸리는 댓글이 있었다.

 

 

............

 

 

카미이즈미

용사는 정말 후회하지 않았나요?

 

 

............

 

 

 

나는 정말 후회하지 않았나?

어쩌면 그때 정말로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아공간 오픈

 

 

 용사 시절에 배웠던 몇몇 기술은 어째서인지 지구에서도 사용이 가능했다다만 지구의 대기 속 마나밀도는 이세계에 비해 극히 희박했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기술을 사용하는데도 최소 일주일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스르릉

 

 나는 아공간 속에 보관되어 있던 그녀의 검을 꺼내 손질했다지구에 돌아와 미련이 남을 때마다 내 손에 남은 이세계의 마지막 인연을 손질하며 그 미련을 달랬다.

 

그래나는 후회하고 있다.

 

 나는 그들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다고향지구어차피 고아여서 남은 인연은 아무도 없었던 곳이다지구에서 살면서 만든 인연보다 이세계에서 만든 인연들이 더 많고 더 깊고 더 값졌다.

 

 

 

 

 

카미이즈미

용사는 정말 후회하지 않았나요?

 

 -> 용사파티의 용사(글쓴이)

 그때는 후회하지 않았어도 그가 지구로 돌아와서 

시간이 지난 후엔 후회했을지도 모르죠

.

 -> 카미이즈미

 만약 용사가 시간대가 달라져도 다시 이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거라 생각합니까?

 

 -> 용사파티의 용사(글쓴이)

 그런 외전을 써봐도 좋을 것 같네요 ^^

 

 

 

 

 

 

눈 부신 햇살에 눈이 떠졌다분명 어제 블라인드를 닫고 잤을 텐데?

 

뭐야이건?”

 

내 눈앞엔 익숙한 원룸의 풍경이 아닌숲속 나무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는 서울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라?”

 

 

 

 

 

 

 

 새벽 감성에 싸지름 히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