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1409년 여름이였다.


당대 최강의 마족 벨리아르는 마왕이 되어 한량과도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마왕의 한심하고 권태로운 작태를 수년간 지켜봐온 대신들은 어찌해서든 마왕의 유희를 필사적으로 찾아대기 시작했다.


"폐하!! 뭐라도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권태에 빠지신지 벌써 3년 째. 슬라임의 핵이나 마왕님의 눈동자나 생기없는 꼴이 똑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폐하! 부디 재고하여 주십시오! 여색은 어떻습니까! 미색이 뛰어난 서큐버스들이 엄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안에도 심드렁한 벨리아르


"싫다 귀찮다. 서큐버스 같이 짐이 손짓만 하면 벌려줄 아녀자를 탐해봐야 재미가 없다"


답이 안나오자 대신이 무리수를 던졌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중간계 침공은 어떠십니까!!"

"그거좋네, 용사는 좀 강하겠지?"


전쟁사유가 마왕이 심심해서 라는 이유로 인마대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전쟁으로 사고쳤다는 충족감도 수년간 지속되면 흥미가 식는 법, 오늘도 마왕 벨리아르는 옥좌에서 하품이나 쩍쩍 갈기고 있었다.


"하아아암... 어째 전쟁을 일으켜도 지루함이 가시질 않는군... 전쟁 괜히했나?"


전쟁하느라 바빠 넓은 대전에도 나 홀로, 보좌관들은 머리터지게 서류철이나 결재하고 있겠지.


그러던 와중에 대전의 문 너머에서 막대한 신성력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신이 점지한 처녀가 있었다.


"이 참혹한 전쟁의 끝을 내러 왔습니다!


고결한 신념을 가슴 한켠에 품은 결의에 찬 굳은 얼굴로 여신의 대리자 다운 아름다운 미색은 권태에 빠진 그 마저도 소유욕을 느끼게 만들었다.


"호오... 그대가 용사인가? 신이 빚은 작품 같이 갸냘픈 모습이 오히려 연약해 보이는 군"

"그렇게 자신만만한 것도 지금 뿐입니다!"


마왕과 용사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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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분명 강했지만 그녀조차도 그를 꺾지는 못하고 패배했다.


"큿, 저는 이미 패한 몸... 죽이십시오..."

"싫은데? 간만에 가지고 싶은게 생겼거든"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저는 가진게 이 몸과 무기가 전부입니다. 마족이 왕 씩이나 되는 분 께서 원할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간만에 맞이한 여흥에 웃음지으며 마왕이 부정했다.

"하핫! 있지않느냐? 그대의 몸이"


용사가 된 이후로 늘 죽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한번도 정절을 빼앗길 것 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붉히며 그녀는 제 몸을 양팔로 감싸며 그를 노려보며 외쳤다.


"어, 어찌 마계의 지존이나 되시는 분 께서 아녀자를 희롱한다는 말 입니까? 차라리 죽이셔야 할 겁니다!"

"간만에 보람이 있을 것 같군."

"바, 반드시 당신을 죽여버릴 것 입니다! 비, 비록 제 몸은 가지실 수 있을 지 몰라도...! 마음은 가지실 수 없을 것 입니다!"


'더 꼴리게 말하는 재주가 있는건가?'


마왕은 경계심 많은 새끼고양이를 다루듯 서서히 그녀를 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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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그녀의 정조를 걸고 협박하여 그녀의 자발적 입맞춤을 이끌어냈다.


옥좌에 앉은 마왕의 한 쪽 허벅지에 사타구니를 부비며 입을 맞춘다는 추잡한 내용의 요구에


그저 이를 갈며 혀를 섞는 나날.


이제는 근육으로 탄탄하게 이루어진 마왕의 허벅지만 봐도 아랫배가 간질간질해져 오는것이 필시 마왕이 비열한 술수로 타락의 저주라도 건 듯 하다.


숨이 막혀 촛점이 흐릿해진 눈으로 바라보는 마왕이 점점 멋져보이기 시작한게 필시 저주 때문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아니... 사실, 원래부터 미색이 엄청 뛰어나시긴 했지만...'


장시간 혀를 섞으며 허리를 흔들고 있다 보면 몇번이고 찾아오는 낯선 감각에 달뜬 숨을 뱉고 온몸을 덜덜 떨며 움찔대면.


마왕은 그저 바라보며 재미있는 것을 본다는 듯 그저 웃어왔다.


요즘은 마왕님이 정말로 날 범할 의도는 없는건가? 하고 의문인지 아쉬움인지 애달픔인지 모를 기분에 휩싸여 자괴감에 빠져들어간다.







라는 내용을 구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