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라붕이들아~

오늘은 주님이 천지창조를 마친 토요일이자, 종파에 따라 안식일로 지키는 토요일이야.

우리 신실한 라붕이들은 주의 말씀을 따라 이 성스러운 평화를 만끽하고 있을거야.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 해본적 없어?




드리아드가 든 낫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말이야.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낫은 이런데 말이야.


이런 시골에서 흔히 보는 조선갓이나,

서양에서 널리 사용하고 판타지에서는 무기로도 나오는 대낫이나


아니면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작은 서양식 낫처럼 ㄱ자 모양으로 굽어있는 모양을 떠올리는데 드리아드의 낫은 그다지 많이 기울어지지 않았잖아?


왜 이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이 낫은 평범한 낫이 아닌, 폴암의 일종인 전투낫(워 사이쓰, War Scythe)이기 때문이야.

우선 워 사이드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폴암에 대해 먼저 설명할게.

우선 폴암이란, 날보다 훨씬 긴 자루를 가진 장대형 무기의 총칭이라 할 수 있어.

자루가 매우 길기에 매우 긴 리치를 보유하며, 그리고 길이에서 오는 지랫대의 원리+양손으로 휘두르는 힘으로 가공할 위력을 낼 수 있기에 중, 근대 전장을 지배한 무기군이야.

그러나 크고 무거워서 생각보다 쓰기 까다롭고 큰 공간을 필요로 하여 날이 끝에만 위치한 구조의 한계로 파고드는 적에게 무력하다는 단점이 있었기에 중세 후기로 가면 거대한 쯔바이소드로 파고들어 방진에 구멍을 뚫는 도펠죌트너와 같은 카운터 병종도 등장하지.

드리아드의 무기인 워 사이쓰도 이 폴암에 해당돼.


어 잠깐만, 그러고보니 폴암은 쓰기 어렵다 하지 않았어?

맞아. 폴암 중 가장 대중적인 할버드와 파이크는 기병돌격과 적 보병방진과의 충돌, 궁수의 지원사격을 견디고 방진을 유지해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적 보병방진과 충돌하여 맞다이를 까야하기 때문에 높은 숙련도와 배짱을 필요로 하기에 주로 용병이나 영주 산하의 경비병들 같은 싸움의 전문가들이 담당했어.


파이크로 무장한 라인엑터들. 파이크는 쉽게 말하면 존나 긴 창이다.

할버드로 무장한 라인엑터들. 할버드는 도끼와 창이 결합된 형태의 폴암으로, 창으로 방진을 유지하며 도끼날을 이용해 적의 중갑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반대편의 갈고리 '훅'으로 기병을 낚아채 낙마시킬 수 있는 다목적 무기였다.


이런 이들은 애초에 싸우는게 업이다 보니까 할버드와 파이크 같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무기를 사용했어. 

그렇다면 워 사이쓰는 누가 썼을까?


누구긴 누구야? 징집병들이 쓰지.


자, 이 그림을 보자. 성 위에 있는 새끼들은 사슬갑옷에 뚝빼기까지 썼지만 밑에 있는 놈들은 그냥 평범한 옷에 빠따나 짱돌 하나 쥐고 싸우고 있지?

그 이유는 중세시대에는 중앙보급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징집되면 무기나 식량같은 보급품을 알아서 해야 했거든.

운이 좋으면 부유한 군주를 만나 보급을 받을 수 있겠지만 영주들은 말하자면 세습되는 동장같은 새끼들이라 십자군들을 위해 물자와 돈을 뿌리고 연회도 열어준 동로마제국의 황제처럼 돈이 많지 않았어.

그래서 왕이 좆같은 영주를 엿먹이기 위해 그 새끼 성을 일부러 방문해 얻어먹기도 하고, 민간인을 약탈하는 경우도 있어서 강도 귀족이나 덤불속 기사와 같은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지. 진짜 덤불에 숨어있다 지나가던 사람 삥뜯는 기사와 영주들이 허다했거든.

이런 시궁창스러운 현실에서 보급이고 나발이고 월급 줄테니 필요한건 알아서 사서 쓰라고 동전 몇개 던져주는 21세기의 최첨단 정예강국인 대한민국 국군이 쓸법한 발상을 하면 감지덕지할 수준이었지.

오히려 이런 경우는 존나 운이 좋은 경우로, 로마제국이나 이 월급을 재때줬지 이조차 안주는 경우도 허다해서 반란의 원인이 되기도 했고, 그 로마제국조차도 내전이 벌어지기 직전의 상황을 보면 병사들 월급이 채납됬다는 소리는 항상 나와.




이런 병신같은 상황에서 병사들은 자기 무기는 자기가 골라서 써야 했기에 평소 농사나 짓던 농노들이 징집되거나 아니면 갑자기 용병의 길을 걷게 됀 상황에서 여유가 없으면 낫이나 쇠스랑, 괭이같은 농기구나, 그 조차 없으면 빠따나 깎아서 가져오고, 그나마 여유가 있을때 선택하는 선택지 중 하나가 바로 워 사이쓰야.

농사에 사용하는 대낫과 유사한 구조 덕분에 다른 무기들보다 익숙했거든.


조선군이 편곤을 애용했던 것도 같은 이유야.

특출나게 강해서가 아니라, 농사에 많이 사용하는 도리깨와 유사한 구조 덕분에 징집병들에게 익숙했기에 애용되었어.


물론 농노를 징집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왜냐하면 중세 봉건사회는 신분별로 나름의 분업을 이뤘는데, 농노가 생산을 담당하면 귀족들은 저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거든.

영주의 권위와 권력은 모두 왕의 부름으로, 혹은 영지를 수호하기 위해서 검을 들어야 했기에 그들이 존중받는 것이였지, 만일 자기 살겠다고 영지와 농노들을 저버리면 그들의 권위가 박탈당하기까지 했어.

왕의 역할 중 하나가 병신같은 새끼의 영지를 몰수하여 다른 새끼한테 주는 것이기도 했으니 영지를 버린 영주는 전과 같은 대우는 받지 못했다고 봐야 하지.


그리고 실리적인 이유로 농노가 전쟁으로 죽어버리면 영지의 생산량이 씹창나고 이는 영지를 지킬 군사력과 영지를 부양할 경제력이 씹창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정신이 박힌 영주라면 애초에 전쟁을 피하지만 전쟁을 하더라도 차라리 용병을 쓰고 말지 칼이라고는 들어본적도 없는 농노들을 데리고 가는 경우는 최대한 피했어.


말하자면 드리아드가 워 사이쓰를 든 것과 그에 대한 설정은 실로 고증적이라 할 수 있지. 

이교도 철충이 쳐들어와 독실한 인류 왕국이 씹창난 상황이니 농노가 폴암을 들어야 하는 시궁창적인 상황이 되자 자연스레 농노인 드리아드가 폴암을 든거야.


자, 내가 그린 드리아드를 봐라.

그래도 여유가 있는 징집병이라는 설정으로 뚝빼기도 씌우고 갬비슨도 입혔다.

잭체인도 결쳐주고 싶었는데 잭체인은 내가 잊어버리고 안그렸어.

색연필이라도 있었으면 채색도 했을건데 안타깝구먼.

참고로 갬비슨은 깔깔이처럼 생긴 갑옷인데, 부유한 전사는 이걸 사슬갑옷이나 판금갑옷 안에 입었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은 이걸만 입고 팔이 작살나는 상황을 최소화 해주는 방어구인 잭체인을 어깨에 걸치고 다녔지.

이것만으로도 의외의 방어력을 보장하는데, 14세기 경 중세 중기에는 갑옷의 발달로 검은 찌르기에 중점을 두게 되어 오히려 검의 내구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날을 날카롭게 세우지 않았거든.

우리도 전역빵 맞기 전에 동복 활동복 안에 깔깔이 입던거랑 같은 원리임.


중세는 이미 지나갔지만 왜 우리는 중세에 열광할까?

그 이유는 찬란하던 황금의 시대가 저물고 어두운 시기가 왔을때 처절하게 저항하며 또 다른 문명의 꽃을 피웠기 때문이 아닐까?

대리석의 로마가 무너지고 덩그러니 남겨진 야만족 왕국들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다소 비합리적이고 야만적으로 보일지라도 천천히 나아가 기계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 우리를 그토록 매료시켰을지 모르지.


중세는 야만스러웠을지라도 아름답고 찬란한 시대였어.

멸망을 딛고 일어섰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할만하지.


이런 중세의 매력은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는데 배틀테크의 경우, 31~32 세기의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데도 중세시대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어.


찬란하던 스타리그가 몰락하고 남겨진 이들은 스타리그의 유산을 이어받아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아남으며 문명을 이어가지.

인류의 주요 생활권인 이너스피어를 5개의 가문이 나눠가지며, 이 가문들이 지배하는 행성의 귀족들은 이 대가문에 충성하고, 거대한 병기인 배틀멕을 조종하는 멕워리어들은 저마다의 주군에 충성하며 대의를 떠받드는 사회분위기가 마치 중세를 연상케 해.


그리고 성간연대를 로마제국, 성간연대 이후 분열된 5개의 대가문을 로마 이후의 야만족 왕국들, 그리고 이너스피어를 정복하기 위해 귀환한 성간연대방위군의 자손 클랜을 몽골제국이나 훈족과 같은 유목민, 혹은 로마의 유산을 이어받은 이교제국 오스만에 빗대어 생각하고 이들에 대응하기 위해 대가문들이 설립한 2차 성간연대를 신성로마제국으로 비유하면 중세의 역사와 얼추 유사해.

그리고 기사들의 상징인 플레이트아머는 당시 최고의 기술이였어.

플레이트아머를 단조하기 위해 최고수준의 강철을 대량으로 주조해야 했으며, 강철의 성분을 세밀하게 조절하여 최고의 합금을 주조하고 이를 인체공학적으로 완벽하게 맞물리게 설계함과 동시에 표면경화기술을 통해 최고의 방어력과 동시에 유연성과 가벼움(당시 기준으로)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지.

스타 리그의 찬란한 기술유산이자 그 정점인 배틀멕을 조종하는 멕워리어가 기사처럼 떠받들어지는 것은 무리가 아니야.

오히려 우주에서 벌어지는 기사활극이 우리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지.



지금, 이너스피어 뿐만 아니라 게임회사도 위기에 빠져있다.

흑우들이 바친 돈을 멕워리어 5를 개발하는데 꼬라박았지만 씹창내는 바람에 무너지기 직전인 이 가여운 중소기업은 당신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

"함께해요, 회사가 망할때까지."

함께하기:http://mwomercs.com/

스팀도 된다:https://store.steampowered.com/app/342200/MechWarrior_Online_Solaris_7/



여기까지 봐줘서 고맙고 난 이과충이라 틀린내용이 많을거니 잘 아는 사람은 좀 알려줬음 좋겠어.

그리고 이게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시대별로 다르니 맹신하지는 말고.

여기서는 징집병 잘 안썼다고 썼는데 오히려 16세기 왕권이 강화되면서 중앙군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오히려 징집병이 전장의 주력이 되기도 한다.

결론은 시대별로 다름.


그리고 니들 관심끌려고 일부로 창작물에 올리기 위해 중세시대 그림 보고 그림도 못그리는데 굳이 그림 그려서 창작물에 올린 내 노력이 불쌍해서라도 멕워리어 트레일러 만이라도 봤으면 좋겠어.

진짜 회사 망하면 나같은 덕후들은 다시 10년 넘게 떠돌아야 함.

이미 떠돌다 정착했는데 다시 망하게 생겼다.


3줄 요약

1. 드리아드는 워 사이쓰라 하는 폴암을 들고다님.

2. 중세는 생각보다 시궁창이었음.

3. 멕워리어 하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