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마약을 투여받는 소녀가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녀를 잠시나마 미워했음을 후회하는, 한 소년이 있죠.



누구보다 친했던 두 사람의 사이가 비틀어지고, 그리고 그 간극을 이해하지 못함에서 찾아오는 비극과 후회를 통해 우리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참 안타깝게도, 이야기 속의 관계가 극에 달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 거죠.


저는 그것이 바로 후회 피폐물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수많은 연중에도 불과하고 후회 피폐물을 찾고 있는가?


왜 우리는 더 자극적인 소설을 찾고 있는가?


...저는 이 소설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무시야'작가님의 TS소설, '마약 소꿉친구가 되었다.'에 대한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의 재미있는 점은 '소꿉친구'라는 태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노벨피아에서 태그를 살펴볼 때 보통 소꿉친구라는 태그가 있으면 절로 손이 가게 됩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라는 겁니다. 어릴 때부터 연을 맺어서 함께 자라고, 추억을 공유하고, 그 과정 속에서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말 못하는 감정을 숨기는 그 풋풋함에서 우리는 재미를 느끼니까요.


물론 아주 가끔 그런 부분이 없는 소설도 있지만, 이 마약 소꿉친구 또한 그런 부분은 나름 충실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설 설정 부분에서 말이죠.



먀약 소꿉친구가 되었다. 이하 마약소꿉은 기본적으로 빙의물을 전제로 두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뭘 하면서 살다 왔는지는 몰라도, 빙의라는 것에 그리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주인공이지만요.


소꿉친구란 걸 알지만, 주인공은 남주에게 별 감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남주는 주인공에게 여전히 애정이 있습니다. 그 간극에서 오는 소통의 차이는 우리에게 또다른 재미를 주고 있지요.


중간에 아주 잠시 끊어졌던 감정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남주는 주인공을 방치했던, 허나 지금의 주인공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과거를 떠올리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외에도 다른 장점을 꼽아보자면, 이 소설은 도입부부터 굉장합니다.


1화부터 등장하는 주삿바늘은 우리에게 뒤통수를 한대 쳐주는 느낌을 선사해주죠.


주인공이 직접 마약을 꽂아넣어 투여하는 장면은 느와르물이 아닌 이상 자주 나오지 않는 장면이니까요.


프롤로그부터 이 소설에서 받은 감상은, "아, 이거 주인공 제정신 아니구나."라는 점이었습니다.


노벨피아의 인기 TS물 중 "아카데미 히로인 오른쪽 대각선 뒷자리"라는 게 있습니다. 아카빵이라는 별명이 더 익숙한 소설이죠. 전혀 다른 소설이지만, 굳이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텍스트를 통해 불안정한 상태를 잘 묘사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딘가 정신을 놓아버린 듯한 말투, 그리고 실제 묘사로도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의 행동.


TS라는 부분은 그저 태그만 있다해도 무방하지만, 그럼에도 재밌는 건 연약한 미소녀가 마약에 취해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가련해보이고, 조금 더 연약해보이고, 아무 능력도 없는 마약중독자라는 점에서 이미 긴장감을 한 층 더해주고 있죠.


이 부분에서 '피폐'라는 태그는 이미 충분히 활약해주고 있습니다. 소설을 보다 보면, '의사'가 등장할 때마다 긴장하고 있는 저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점점 더 진해지는 쾌락에 중독되어가는, 그러면서 자기는 마약 중독자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을 한심하게 여겨 절교 선언까지 해버리는 남주. 거기에 감시자라 착각해 명치를 주먹으로 냅다 때려버리는 뭔 좆같은 새끼 하나까지.


작품의 초반부분은 '미움 받는 약'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도라 생각할 만큼 주인공에게 잔인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피폐 파트가 질질 늘어지진 않습니다. 작품이 현재까지 나온 화수 14화, 후반부 내용은 여러분이 직접 보셨음 해서 언급은 안하겠지만...작가님은 이 피폐 이후로 돌아오는 후회 리턴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생각합니다.


후회와 피폐가 공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주인공이 피폐한 상태로 몰리고, 그 상황에서 극단적인 상황까지 달할 때까지 주변인들은 몰라야 하는 점에서 피폐고.


그 피폐를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카타르시스가 바로 후회죠.


잇몸에 이가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바늘이 가면 실이 따라와야 하는 것처럼 이 둘은 늘 같이 붙어 있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서, 이 마약소꿉은 정말 훌륭한 소설입니다.



척추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재미를 찾으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