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서 연재된 동방프로젝트 팬픽, [삼시세끼, 심야식당] 중 발췌-


연애노선. 많은 소설에서 등장하고 호불호를 사며, 노맨스와 로맨스를 태그로 구분지은 웹소설 분야의 화두이다.


대부분의 웹소설에서 취하는 방법과 달리, 나는 소설에서 연애노선은 반드시 절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절제는 잘라내는 의미의 절제가 아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적어도 100편을 넘길 의향이 있는 웹소설이라면 연애노선이 과하게 소설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독자가 질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애요소를 잘 써낸들, 늘 참신한 표현을 글에 담아낸들 독자는 질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웹소설 문법이 발생하기 전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은 여러 권의 장편으로 쓰이기는 어려웠다. 장편으로 쓰이려면, 그 기반이 로맨스 소설이 되어선 안 된다. 연애 요소가 들어간 타 장르의 소설이어야 하는 것이다.


반드시 연애노선이 들어간 소설은 후반부에서나 그 연이 맺어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애요소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소설이 늘었는데, '후회물', '순애물' 등의 장르소설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그 소설들은 단편 로맨스 소설의 연애묘사를 라이트노벨의 문법이나 웹소설 식의 축약을 이용하여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대체로 정형화된 틀에서 글을 써내려가기도 한다. 이것은 안 그래도 질리기 쉬운 로맨스 소설의 독자를 더 빨리 질리게 만드는 촉매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연애노선을 절제해서 서술하면 어떻게 될까? 위에 예시로 가져온 패러디 작품 「삼시세끼, 심야식당」은 절제된 연애노선의 예시에 아주 잘 들어맞는다. 


1.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주인공은 스스로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속이거나, 외면하여 서술한다.


2. 초반에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를 예측할만한 요소는, '히로인이 주인공의 이상형에 가깝다' 라는 말 단 하나다. 물론 2~3번가량 아름답다느니, 예쁜 머리칼이니 하는 독백을 하지만, 상황상 그런 묘사는 자연스레 넘어가고 만다.


3. 또한, 히로인의 대쉬 또한 적정 선을 넘지 않는다. 눈치가 없는 독자의 경우 그것이 명백한 대쉬라는 것조차 알아채기 힘들 정도이다. 눈치가 있는 독자들이 어느 정도 추측을 해내더라도 초반부에서는 주인공의 행동에 호감을 표현한다고 오해할 지도 모른다.


4. 이런 절제가 많은 회차동안 이어지며, 연애노선의 탄탄한 기반이 된다. 호감의 표현이 직접적으로 바뀌며, 주인공의 서술 또한 그것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눈치없는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 바뀌기 시작한다. 종국에는 주인공이 호의를 어떠한 사유로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실토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서술의 포텐이 터지는 부분이 바로 예시로 가져온 부분이다. 하이라이트에서마저 현 장르소설계의 평균보다 훨씬 절제되어 있으나, 계속해서 읽어오던 독자들에게는 소설 온종일 좋아하니, 사랑하니, 후회하니, 하는 말을 듣는 것보다 저런 히로인의 대사가 훨씬 달달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절제했기에 비로소 후반부에 등장하는 애정표현에 가치가 생긴다. 단적으로 말해서, 후회물이나 순애물로 대표되는 '연애노선으로 시작하는 소설' 장르들은 이러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히 대문호 highway의 작품을 예시로 들자면, 여러분은 티르칸쟈카가 무저갱을 탈출하자마자 평면적 캐릭터성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분명 장편 소설을 모두 달달하게 채울 수 있는 괴물 작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두도록 하자.


절제 없이 써내려간 연애노선과 애정표현이 담긴 글은 '질린다'라는 한 단어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그 이후는 오로지 작가의 역량으로 수습하는 일만이 남을 뿐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