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한창 바빴을 때를 떠올리면, 항상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내 흔한 친구들 중 한 명이었지만, 틈만 나면 그가 떠올랐던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항상 과묵하고 말을 아끼는 친구였고 매우 무덤덤했으나, 나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듬직한 친구였다.


정신없이 새 생활에 익숙해지려고 부단히 노력했을 때, 그는 내게 부족한 게 있었다면 어김없이 그것을 매꿔주던 친구였다.


다른 친구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나는 그들의 관심사 밖이었지만, 그 친구 만큼은 나를 꾸준히 챙겨준 친구였다.


항상 내가 그 친구를 필요로 할 때, 그는 서슴없이 집 문을 열어주며 나를 환대해주었고, 언제나 나에게 선물을 꼭 쥐어주던 이였다.


그리고 내가 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할 때 즈음 적당히 잊혀질 때가 되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건내주면서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항상 챙겨주었다.


나도 그 친구에게도 내 필히 보답하리라 다지며 그와 똑같이 행동했다.


나를 항상 챙겨주었기에 나도 그를 챙겨주고, 서슴없이 집 문을 열어주어 환대와 함께 선물을 쥐어주었으니, 나 또한 환대와 함께 선물을 쥐어주었다. 자기가 많이 준 걸 아는 건지, 바삐 다른 일을 하느라 자리를 떠서 그런지, 사양도 안 하고 말없이 묵묵하게 가져가던 그런 친구였다.


그렇게 그런 일상에 익숙해져였을까, 아니면 그렇게 친해진 만큼 그에게 소홀해져였을까, 시간은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갔다.


나는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교류도 많아지며, 그는 이제 내 수많은 인간관계 중 한 명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잘 지내고 있겠지, 나에게 또 선물을 보내겠지 라는 생각으로, 내 가슴 속 창고에 쌓여가는 먼지가 되었다.


하지만 옛 정이 남아있기라도 한 걸까, 나는 문득 그가 생각나 그를 찾아가기로 했다.


하도 집을 오간지도 오래되어 그런가, 이젠 그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때 햇갈리기도 하였다.


마침내 나는 그 친구를 찾아내었으나, 마음 한 켠에서 바라던, 내가 기대하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7월 13일"

그는 이제 세상을 뒤로 한 채 떠난 것이었다. 나는 믿기 싫었지만, 그 문구는 정말 냉담하게 나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그는 이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 문구는 나에게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어찌 이리도 매정할까. 난 갈 때가 돼서 갔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이렇게 매정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는 나를 챙겨주는 빈도가 줄었었다.

나도 그를 챙겨주는 빈도가 줄었었다.

그가 나의 집을 방문하는 빈도도 줄었었다.

나도 그의 집을 방문하는 빈도가 줄었었다.

그가 내 눈 앞에 보이는 일도 줄었었다.

나도 그의 눈 앞에 보이는 일이 줄었었다.


내가 매정한 게 아니라, 그가 먼저 시작한 일이라고. 그가 먼저 나에게 정을 끊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 내 짐이 덜어질 것이니.


그럼에도 그의 이름이 내 머리를 계속 맴도는 이유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나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장기미접인 거 보고, 명일방주의 친구 시스템과 죽은 친구에 대한 심정을 엮으면 어떨까 싶어서 단편처럼 뻘글로 끄적임


그리고 어제 쓴 건데 오늘 보니까 다시 접속했더라


더 이상의 검수는 귀찮음 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