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주문하신 신념 반 프라이드 반 나왔습니다~"


"크윽! 이거 놔!"


포박된 금발의 기사. 굳센 눈빛에서 꺽이지 않으리란 다짐이 느껴진다.


"크흐흐...이거 아주 제대로군."


"감사합니다!"


"난 긍지 높은 금갈기사자 기사단의 단장이다! 네깟 놈들에게 무너질 수 없다!"


"굳센 신념, 지위에서 나오는 프라이드...정말 군침 도는군!"


"이 멋진 모습을 알아봐 주시니 저도 좋습니다."


"...정말 멋지게 자라 주었어. 나한테 저런 가능성이 있다니 믿을 수 없군..."


"훌륭한 가르침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저 모습 그 이상도 될 수 있습니다."


"...기사단장이라고 했나.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나를 납치하고선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인가! 목적이 뭐냐!"


"그저...한 청년의 호기심이지. 솔직하게 대답하면 돌려보내지."


"...출세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여기까지 왔지만은, 지금은 출세보다 나를 따르는 단원들, 도와주신 스승님과 많은 이들을 돕고 지킬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삶을 살고 있다."


저항을 그만두고 눈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기사와 청년. 한쪽은 애틋함, 한쪽은 고요한 미소로 마주보고 있었다.


"..솔직한 답변 고맙군. 큰 도움이 되었어. 주인장."


"예. 기사단장? 돌려보내드리리."


"으응? 아, 알았다!"


***


"손님, 앞으로의 미래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좋네. 내 안의 가능성을 확인할수 있어서 좋았어. 성공해서도 주변인들한테 매이는건 여전하군."


"손님이 좋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고마웠네."


딸랑. 손님이 멀어진다.


"후..."


손님의 가능성을 가져오는 장소. 지금부터 될수도 있는 미래부터, 과거부터 이어져온 자신까지도,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나"를 잠시 모셔올수 있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자아를 마주해서 나아갈수 있게 하는것이 이 곳의 목적이라던가 뭐라나..


딸랑.


"어서오세요~주문하시겠어요?"


"..."


"여기가 처음이신가요? 여기는 자신의 가능성을 만나보는 곳이랍니다! 자신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실수 있는데, 상상하던 모습이 있으신가요? 휘황ㅊ..."


"피폐."


움찔.


"..네?"


"피폐론리. 그런 메뉴 있는거 알아요. 그거 가져와요."


"-그런 메뉴가 있기는 한데, 그..."


푸슉. 칼이 살을 찌른다.


"손님?! 왜 자해를!"


"대가라면 뭐든 줄테니...가져와요...당장..!"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치료부터!"


"알아서 할테니, 가져오라고!"


"예! 기다려주세요!"


진상...진상이다..


***


"자..잠시만 이야기만 하고 돌려보내드릴게요..?"


하..나 이런거 못보는데 진짜.


데려온 것은 가늘고 얇은, 상처투성이의 여인. 눈은 허공을 보고 있고,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주문하신 피폐 나왔습니다."


"...이게 피폐라고요?"


"네."


얼핏 봐도 철면피도 동정심이 들 법한 안쓰러운 모습이다.


"이게...피폐?"


...눈빛이 이상하다.


"...나누실 대화 없거든 돌려보내겠습니다."


"..내 피폐의 '가능성'이라..."


피잉.


"켁! 커흑!"


"손님! 무슨 짓입니까!"


미친. 자기 앞의 가능성의 목에 실을 묶었다.


"가능성을 없앤다. 그럼 더이상 나한테 피폐해질 가능성은 사라지고, 승승장구밖에 없겠지."


"미친!"


쾅!


둘을 떼어낼 요량으로 힘껏 찼지만, 방어 없이 맞으면서도 실을 풀지 않았다.



"죽어. 사라져. 없어져버려.."


"허억.. 케헥.."


"젠장!"


아까 자해하던 칼을 주워다 실을 베어냈다.


"파하...콜록! 콜록!"


"정신차려! 아까 들어온 곳으로 나가! 뛰어!"


"없어져버려!"


단검 두개를 더 들고 달려든다. 애초에 죽일 생각으로 온 건가.


"손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내 가능성이야! 비켜!"


"가능성을 없앤다니, 후폭풍을 어찌 감당하려고..!"


"시끄러! 시끄러워!"


철컥. 치이익.


"그냥 너도 죽어버려!"


...폭탄!


파콰앙-


...


"...죽었지? 그렇지? 얘, 피폐야, 말좀 해볼래?"


"살아있으면 말을 하고, 죽었으면 좀 나타나주련..?"


"..."


"...하하...흐하하, 꺄하하핫! 죽었나봐! 좋아! 내 인생은 이제 빛뿐이다! 꺄하핫!"


폭발의 장본인의 발걸음은 칼보다도 가볍게 현장에서 멀어졌다.





"쿨럭! 거기 살아 있어요? 이봐요!"


진상 수준이 아니다. 미X년... 자기 자신을 죽인다니...


"...후우.."


"살아있네..."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있으니 됐다.


"후...죄송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돌려보내드릴게요."


"...돌아가야 되?"


"...네?"


"내가 살길 원하는 사람은 없고 내가 죽길 원하는 사람은 있는데, 돌아가서 계속 그렇게 살 이유가 있나?"


...아, 진짜. 이런거 못 지나치는데. 


가게도 박살났는데,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