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아는 듯이 행동하는 학생이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학장님."


미래의 예지는 불가능.

그것은 증명할 수 있다.

미래예지가 가능하려면 필요한 조건은..


1. 자신이 생각한 미래를 도래하게 할 능력이 있는 자. 

2. 현재의 모든 것을 알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결과를 연산해 낼 수 있는 자.


첫째 조건이 의미하는 바는 전능이요, 둘째 조건이 의미하는 바는 전지다.

그러니 미래 예지는 신의 능력이다.

인간.. 아니 인간 뿐 아니라 드래곤이든 무엇이든 자력으로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신과 연관이 있는 자인가요?'


신 그 자체는 아닐 것이다.

신은 이 땅에 직접 배역을 맡아 개입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내가 상상한 세계 속에 내가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 세상은 달리 생각하면 신이 상상으로 그려낸 세계.

그러니 그가 물리적인 실체를 가지고 강림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 신의 계시를 받은 성직자.

2. 신이 모종의 이유로 미래에서 불러온 회귀자.


그러니 알아본다.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신성력 측정은 해 봤나요?"


"예.. 가지고 있고 그 수치가 제법 높습니다만.. 역사 속 성자 혹은 현 시대의 성녀나 교황에 이를 정도까지는 되지는 않습니다."


"회귀자로군요."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알았어요. 물러가세요."


"예."


회귀자가 있는 이유는 간단.

시대의 평화가 끝나간다는 이야기.

그리고 신이 다음 시대의 평화로 가는 문을 열 열쇠로 현재 회귀한 자를 선택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굴려 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자를 강하게 키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의 의무다.


-띡


나는 바로 통신용 수정구에 손을 뻗었다.


{학장인가?}


"그래요. 주문을 좀 넣고 싶네요."


{뭘 원하나?}


"곧 중간 테스트가 있을 예정인데, 그때 B-3강의동에 테러를 일으켜 줬으면 좋겠어요."


{수준은?}


"3서클 마법사.. 혹은 그에 준하는 수준의 인물들로 5명 정도 보내 주세요."


{죽이지는 마라. 그 수준의 잡것들은 구하기 힘들다.}


"이번에 키울 놈이 다짜고짜 상대를 쳐 죽일 놈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좋아. 그러면 인원들은 예전처럼 아카데미 지하감옥의 비밀 통로에서 회수하는 걸로 하지. 의뢰비는 100골드다. 그리고 하나 죽을 때마다 100골드씩 가산할거야.}


"비싸네.."


{귀족들의 후원으로 돈이 썩어날 텐데 그 정도로 앓는 소리 하긴.}


"일이나 제대로 해 주세요. 돈은 일이 끝난 후 당신네 직원들 반환하면서 같이 지불할 테니까요."


{계약은 체결됐다.}


회귀자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해 주겠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제공해 주고, 하려는 것을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자의 의무다.


...


"헉.. 피해.. 브레스야!"


"이런.. 어째서.."


라인하르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회귀했는데..

회귀해서 더 강해졌는데..

어째서 여전히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인지..


'저 드래곤.. 예전에는 이만큼 강하지 않았잖아!'


회귀로 이득을 보아오긴 했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미래가 자꾸 틀어지는 느낌이다.

과거엔 없었던 테러리스트들의 습격이 일어나질 않나..

죽었어야 할 사람을 구해주니 그가 불러온 나비효과에 휘말리질 않나..

기연을 얻기 위해 잡아야 할 드래곤은 더 강해지질 않나..


드래곤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날개를 펼치고 거대한 마법진을 공중에 그리기 시작했다.

이 지역 자체를 날려버릴 대마법을 펼치려는 모양이었다.


"이런 제기라아아아알!"


막아야 한다.

저 마법을 막지 못하면 나도 죽고.. 내가 구해낸 여자아이들도 다 죽는다.

이 기술에 모든 것을 걸겠다.


...


"난이도 조절 실패군요 이건.."


회귀자는 뭔갈 해보려고 했지만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몰래 뒤에 숨어서 버프까지 해 줬는데..

물론 본인은 위기의 순간에 힘이 솟아난다고 생각했겠지만..


"쯧.."


나는 정신을 잃고 뻗어버린 회귀자를 보고 혀를 찼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겠죠. 너무 콧대가 높은 것도 좋지는 않으니까요. 적당히 겸손해 질 필요가 있어요 당신은."


[너는 뭐냐?]


드래곤의 어그로를 끌어 버린 모양이다.

음.. 곤란한데.. 

저건 교보재인데..

회귀자가 쓰러뜨려야 하는데..


"이 학생들을 담당하는 아카데미의 학장이에요. 학생들이 위험한 일을 하러 가는 듯 보여서 따라와 버렸답니다."


[놓고 가라. 그 벌레들은 감히 나에게 덤볐다.]


"곤란하네요.. 드래곤님 입장에서야 이들이 벌레겠지만.. 제게는 소중한 학생들인걸요?"


[그럼 너도 불태워 죽여주마. 그 다음엔 그 아카데미라는 것까지 날려주지. 감히 드래곤에게 덤빈 대가를 치러라.]


아.. 아..

이건 안된다..

망했네..

이걸 이제 어떻게 수습한다?

이 누구 덕분에 강해진 지도 모르는 멍청한 날도마뱀이! 


-화르르르륵


그렇게 내 머리 위로 브레스가 떨어졌다.


...


[어.. 째서..]


"그것도 모르나요? 이래서 멍청한 날도마뱀은.. 어떻게 날도마뱀들은 나이를 처먹어도 발전이 없나요? 발전이?.. 종특인가?"


드래곤 따위는 내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아카데미의 학장을 맡고 있는 것이다.

회귀자 하렘파티를 전멸시키기 위해 쓴 대마법이 내게 막혀 버렸을 때 이미 눈치채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보이는 것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어째서.. 이런 힘을 가지고도.. 처음부터 그들을 돕지 않았지?]


"그야 제가 교육자니까요.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자. 학생들은 미숙하고.. 약하고.. 멍청하고.. 그래서 너무나도 귀엽죠. 그런 학생들이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그러니 응원하고 싶어지잖아요? 무모한 짓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러다 죽게 된다 하여도 말인가?]


"에이.. 죽게 두지는 않죠. 말 했잖아요? 저는 교육자라고. 그리고 아카데미라는 곳은 미숙한 어린 인간들을 성숙하게 만드는 곳이랍니다. 미숙한 인간들은 아카데미에서 여러가지를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해야 하며 어떤 일이 삽질인지도 스스로 체득하며 배우죠. 그들은 성인이 아니니까요."


[이해할 수 없다.]


"요컨대 경험을 심어준다는 거에요. 어른이 되어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기 전에, 적당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적당한 절망을 내려주는 것.. 이것도 교육의 일종이랍니다. 이걸로 저 학생들은 목숨을 건 도박을 쉽게 하는 것은 안된다는 사실을 배웠겠죠. 이런걸 못 배우고 사회로 나가면 다음 기회는 없는 거라구요?"


[...]


"여튼 당신의 교보재로서의 역할은 여기서 끝났어요. 다음 생엔 부디 인간으로 태어나시길. 아카데미에 들어오면 예뻐해 드리겠어요."


나는 검을 빼들고 드래곤의 목을 쳐내기 위해 마법들을 인챈트했다.


[이런.. 뭣같은..]


그게 드래곤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


'여긴.. 어디지.. 꿈인가? 난 뭘 하고 있었더라?'


분명히 나는 악토즈 산맥의 드래곤을 잡으러 왔고.. 그 드래곤은 과거보다 강했고..

그리고..


"헉!"


눈을 뜨고 일어나 보니 정신을 잃기 전의 그 자리였다.


'다른 애들은..'


다행히 전부 무사했다.

그저 정신을 잃었을 뿐인 듯 했다.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든 해치울 수 있었던 건가?'


다행이었다.

하지만 안일했다..

적이 과거와 같을 거라고..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 결과 모두를 위기에 빠뜨려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 모두들 미안..'


나는 드래곤의 시체로 향했다.

이 드래곤이 어떠한 일이 있어 이렇게 강해졌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어쩌면 앞으로 내가 마주쳐야 할 그들 또한 강해졌을 수도 있겠지.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을 거야.. 내가 더 강해질 테니까..'


나는 드래곤의 배를 갈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드래곤 하트를 꺼냈다.


'다시 만나는구나 드래곤 하트..'


이제 진정한 시작이다.

미래에 예정된 멸망을 막을..


...


솔직히 고민했다.

용의 시체를 넘겨줄지 말지를..

이렇게 되면 저 회귀자는 결국은 자신이 드래곤을 쓰러뜨렸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겠는가?


'그것이 자칫 오만으로 이어지면 안될 텐데요..'


하지만 회귀자가 굳이 저 드래곤을 잡으러 온 이유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필요한 것이 있는 거겠지..

회귀자가 얻겠다는 기연.. 

아마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

그것을 못 얻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뭐.. 미래의 세계를 구할 만한 사람이니 회귀한 거겠죠.'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렴.. 주인공스러운 놈이 회귀하지 않았겠는가?

문제 없겠지..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간만에 운동했더니 배고프다.

오늘은 스테이크나 썰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