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무림커미션인가... 외관은 그럭저럭이군.”


화산의 일대 제자 근출은 방금 막 죽림에서 빠져나와 어느 한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근출은 최근 자신에 대한 괴이한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화산에서 내려와 멀고 먼 이곳으로 온 것이다.


소문이라 하면 자신이 남궁 세가의 남궁상섭과 남색을 즐긴다는 상당히 악질적인 괴담이었다. 열이 머리끝까지 뻗친 근출은 근원의 근원을 끈질기게 수소문 한 결과 그 발칙한 소문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 것을 확인했다.


‘정말 이곳이라면 내 반드시 박살을 내리라.’


호기롭게 문을 열고 들어간 근출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곳에는 많은 수의 서적이 오와 열을 맞추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고, 생전 처음 보는 양식의 장식물과 야광주가 여기저기 박혀있다. 심지어 차와 다과를 즐기기 위한 도구들도 여럿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이미 엄청나게 많은 무림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삼류 무명 무사부터 시작해서, 한눈에 봐도 고강한 내공을 지닌 고수들이 서로 자유롭게 논검을 펼치고 있었다.


“지론은 심기체 중 하나라도 결격 사유가 있으면 더 이상 처녀라 부를 수 없소.”


“아녀자가 과격한 수행을 하면 얼마든지 자연적으로 찢어질 수 있다는 걸 모르오? 대체 왜 그런 살 쪼가리에 집착하는지...”


“갈!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군... 밖으로 나와라!”


두 무인이 근출을 지나쳐 건물 밖으로 나갔다. 둘은 절정 수준의 내공을 갖춘 무인들이었다.


근출은 두 사람을 무시하고 일간 배수투(日間 拜秀透) 라고 화려하게 장식된 서고로 걸어가 아무 서적이나 뽑아 읽었다.


그 속에는 반로환동에 성공했지만 불완전하여 힘을 모두 잃어버린 어린 천마가 100명의 개방 거지들에게 몹쓸 짓을 당한다는 내용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괴이한 화풍에 넋을 놓고 보던 와중, 어느새 다가온 한 노야가 말을 걸었다.


“’천마는 응석받이가 되고 싶어!’ 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지.”


“깜짝이야, 혹 주인장 되십니까? 아무리 사특한 무리의 우두머리라도 이런 식의 모욕은...”


“난 이곳의 주인은 아닐세. 그나저나 이 서적이 뜻하는 의미를 모른다니... 공자는 처음 온 일덕후(一德厚)인가?”


“일덕후가 의미하는 바는 모르지만, 이곳에 처음 온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괴한 서책에서 찾을 심계가 대체 뭡니까?”


“허어, 정녕 모르겠느냐? 이래서 누비(穀備)는 받지 말자니까...”


헛기침으로 목을 푼 의문의 노인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다시 한번 잘 보게. 비록 사특한 천마가 내공을 잃어버렸다 해도 그녀를 가엽게 여겨 협을 중요시하는 정파가 서로서로 다독여주지 않나? 후안무치한 천마도 그 협의심에 감화되어 서로를 중요시하게 되어가는 장대한 서사거늘...”


등을 돌려 나가려던 노야에게 반박을 하려던 근출이였지만 어느새 달려온 점소이의 말에 그만 두기로 하였다.






“항상 감사합니다 맹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