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챈의 한 장붕이의 추천으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근 1주일동안 숨죽이고 밥 먹는 시간도 아껴가면서 읽었다.

최근 노벨피아 소설들 보면 하나같이 가볍고 4드론에 억지 눈물짜내기, 혹은 19딱지 붙여놨는데 빌드업도 못참는 사람들로 인해 무지성 떡타지에 환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해지해버릴까 하던 와중에 아 그래 이정도면 월정액 낼만하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잡설이 길었는데 이 소설의 특징은 '클래식한 판타지의 현대적인 재해석' 이다.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흔한 판타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오크 엘프 고블린의 비중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리고 판타지 하면 무엇이냐? 작가 자신만의 상상을 현실 동물에 대입한 그런 생물이 튀어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혐오스러운 곤충이나 수생동물부터 수륙양용으로 활동하는 거대한 갯지렁이까지

그 하찮은 생물조차 작가 자신만의 방대한 세계관이 덧입혀져 매력을 뿜어낸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성애파트.

뭐 눈이 맞아서 어쩌니 최면을 걸어서 저쩌니 하고 무지성으로 떡씬을 찍어내는게 아니라

육체의 위기, 혹은 정신적 위기를 자기 파트너와 함께 넘어서고 그것을 서로 보듬으며 내보이는 것이다.

줄여 말하면 빌드업이 존나게 찰지다 이거다.


클래식한 판타지라 요즘 소설에 질려버린 사람들에게 추천하며, 팝콘두뇌 상태라면 조금 읽기 힘들 수 있다.

또한 실시간으로 연재를 따라간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 지금까지 조형한 주인공의 정신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말도 안되는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며 불평섞인 댓글이 많이 보일 수 있다.

소위 캐붕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 고구마를 참아내며 읽어야 한다. 왜냐면 그게 이 소설의 핵심이자 스포일러거든.

본 장붕이는 일주일에 걸쳐 읽었는데, 보통 장편소설들을 저정도 속도로 읽어도 일주일이면 지쳐서 내려놓기도 했는데 이 소설은 아니었다. 나약한 주인공의 성장과, 때로는 반신에 가까운 힘을 얻었음에도 흔한 인간과 다름없이 내려놓고 스러져 가기도 하는 매력을 보고싶다면 한번 쯤 읽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