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의 참호와 기관총은 그야말로 쇼크를 안겨줬고

기병도 거기 걸리면 갈리는 건 살아서 나가기 어려운 건 사실임


사실 기병만의 문제는 아님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 전차가 발명되기는 했지만 2차대전처럼 본격적으로 전장의 주역이 될 정도 수준은 아니었고

항공기는 말할 것도 없음

지리멸렬한 참호전 양상을 획기적으로 깨 버릴 병기는 당대에 없었고 기병 또한 그 깜냥이 안 됐던 건 사실임


그렇다고 이게 기병이 완전 깡통이 되었다는 건 아님 

그렇게 따지면 초기 전차, 항공기, 화학탄을 비롯한 다양한 병종과 시도가 전부 '무의미했다' 한 구절로 일축됨



1차대전 환경에서는 여전히 기병이 유효했음

2차대전기와 다르게 그만한 기동력과 충격력을 가진 병종이 없었기 때문임

이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겠음


또한 기병의 무기력한 이미지 자체가 어느 정도는 허구에 기반하고 있기도 함 

기병은 돌격원툴이 아님

기관총과 화포는 기병이라고 사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고, 실제로 많이들 사용했음

대전기에도 기병부대가 하마해서 산병전을 치르거나 기관총 방어선을 구축한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음


기관총 화망에 면상을 들이대면 죽는 건 사실인데, 그걸 피하려면 지휘계통과 정찰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함 

그 정찰이 바로 기병의 역할 중 하나임 

항공기도 하지만 당대 항공기보다는 훨씬 전투력이 우월한 기병에 의한 정찰도 자주 이루어졌음


또한 의외로 기병 돌격 사례도 1차대전에서 찾아볼 수 있음

주로 참호전 양상이 덜했던 동부전선에서

기병 자체의 물리적 충격과 더불어 심리적 효과, 특히 포병 화력지원과 연계했을 때의 효과는 '상식적이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기에 충분함


기병이 점차 다른 병과로 대체된 건 맞지만

그 원인을 기관총과 참호에서만 찾는 건 잘못되었음

육성과 보급의 어려움, 어쨌든 생명이니만큼 다양한 부상에 취약한 점, 기술의 발전, 손실 누적 등이 복합된 결과라고 보아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