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서운 것을 피해 우주선을 타고 도피하던 여주는 자신을 돌봐주던 남주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사실 남주가 바로 여주가 그토록 피해다니던 그 존재이자, 인류 진화의 정점이요, 태양계와 우주 그 자체였던거지.


머나먼 옛날, 태양계의 과학자들은 가장 완벽한 인류를 창조하고자 하였는데, 이에 반발한 한 과학자가 완벽한 인간을 만들겠다고 제거한 요소를 모아 여주를 만든거.

마침내 가장 완벽한 인간이 눈을 뜨자, 태양계는 그에게 종속되어 태양계의 모든 이들은 그와 하나가 되어버렸고, 이를 예견한 과학자는 여주를 우주선에 태워 저 머나먼 성간우주로 떠나보낸거지.


이렇게 태양계를 흡수한 남주는 자신의 유일한 동족이자 잃어버린 조각을 본능적으로 갈망했던거야.

그 동족이 바로 여주였고.


우주 자체를 인지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가지게된 남주는 자신의 동족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었고, 사실 여주도 본능적으로 이를 느끼고 있었어.

하지만 인지할 수는 없었는데, 이젠 여주가 남주의 존재를 인지함으로써 그녀 또한 인류의 정점으로써 각성하게 된거지.


그녀가 각성함으로써 이 우주에 관심이 없어진 남주는 알껍질처럼 우주를 깨고나와 다중우주를 창조하는 초월적인 존재로 거듭났고, 여주는 마치 암컷 심해아귀의 몸에 수컷 심해아귀가 종속되듯이 남주에게 종속되어 신 인류를 잉태하게 되었지.


자신은 남주에게 묶여버렸지만, 남주의 각성으로 소멸해버린 인류의 후손들을 진심으로 동정했던 여주는 남주에 비하면 티끌만도 못한 자신의 권능을 쏟아부어 자신의 기억속에 남은 정보를 남주가 창조하는 우주속에 뿌렸고, 그 다중우주 속에서 수많은 인류가 태어나는거지.